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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01. 2021

아버님 이라는 호칭에 대해

아버님이 아닌데 아버님이라 부르시면

우리는 어딜가든지 호칭이나 이름이 불린다. 상담을 받을 때도 진료를 받을 때도, 검사나 약물을 투여할 때도 호칭과 이름이 불린다. 아버님 어머님 보호자분 등. 특히나 내가 병원에서 일을 할 때 아버님, 어머님이란 호칭은 공식 파트너다.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여자 혹은 남자 환자가 있다면 으레 그런듯이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호칭이 상대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형으로 우리는 사람을 평가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크게 다가오고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20대 30대 40대를 넘어가면 희끄무리한 흰머리가 생기기도 한다. 요즘은 결혼을 안하는 사람도 많고 아주 늦게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기에 점점 이런 시대의 추세에 따라 변하고 있다. 혼자사는 사람, 혼밥이 대세이고 결혼은 싫어요~ 연애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안 낳기를 선택하고 부부만 생활하는 사람도 많고 반려견과 함께 일상을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결혼을 하지않았거나, 아직 아이를 낳지않은 상황에서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나는 아버님이 아닌데, 나는 어머님이 아닌데. 결혼도 아직 안했는데 아버님이라뇨! 속으로 따지고 싶어질수도 있다. 예전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당연시하게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여성들도 길고긴 교육과정을 거쳐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진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요시하고 성향과 취향에 따라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인생의 여정에서 결혼과 출산육아는 선택이라는 스위치 버튼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이 정해진 규율처럼 자연스러워진것일까? 병원에 근무할 때 교육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의료도 역시 서비스이기에 친절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아버님, 어머님이란 호칭을 의무화시키고 교육을 시켰을 것이다. 실제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웠고 아버님, 어머님들이 좋아했다. 해당 나이대와 상황에 맞는 호칭은 상대방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잘못된 호칭의 사용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한번은 그런일이 있었다. 검사를 위해 내원한 환자(70대 정도)와 대화하면서 함께 온 보호자를 호칭할때 '아버님은~' 이라고 표현을 했다. 흰머리에 뽀글한 파마머리를 한 환자와 함께 온 보호자분 역시 희끗한 머리이고 머리가 살짝 벗겨지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아버님 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환자는 말했다. '사위'라고... 내가 실수한 것이다. 호칭 하나로 사위는 아버님이 되었다. 사위가 검사를 위해 장모님을 모시고 와서 살뜰이 챙겨주는 모습에 함께 온 배우자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렇듯 호칭 하나로 진땀을 흘린적은 흔히 있는 일이다. 연상연하 커플은 어떨까? 호칭이나 관계를 물어보는 질문에 수도없이 답변하고 오해를 받는 일이 다반수일것이다. 대부분의 커플은 남자가 나이가 많고 대부분은 결혼을 하고 또 대부분은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 사회는 변하고 있다. 인식도 변하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나혼자 사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호칭에 대해서도 달라져야 한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확장되면서 호칭도 확장된다. 나는 아직 남편의 동생배우자를 어떻게 호칭하는 지 모르고(검색하고 찾아보았는데 까먹었다.) 아이의 고모부라고 편의에 따라 부른다. 관계가 넓어지는 만큼 호칭도 넓어진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아가씨, 제부, 매제, 장모님, 장인어른, 처제, 처남 등등. 외국처럼 간단히 이름으로 친근하게 부르고 불리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도 젊어진 기분이 들지 않을까? 아님 건방져 보이려나?


사회분위기는 개인의 바람이 분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함께 사는 공간, 함께 생활하는 영역자체도 핵가족화 소가족화 되고 있다. 명절때마다 대가족, 대대가족이 모이는 분위기는 점점 바뀌고 있다. 제사음식도 간소화되어야 하고 이미 배달문화와 음식문화가 제사문화를 간소화해주고 있다. 주방일을 하지않아도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들썩들썩 거리는 마음불편한 나는 며느리다. 늘 음식장만하느라 요리하느라 바쁘신걸 알기에 요리못하는 손이라도 거들고 싶다. 소가족이었다가 함께 모이는 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곳에서 나는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이 이제는 편하고 자연스럽다.


그럼, 어떤 호칭이 적절한가?

근무하는 장소와 내가 하는 일에 따라서 부르는 호칭도 달라진다. 병원밖에서 일할 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고 병원에서는 '아버님,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내가 교육청에 민원넣을 때는 당연히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들었고 고객센터에서는 '고객님'이라는 호칭을 듣는다. 이름을 아는 경우는 oo님, oo씨 로 불리기도 했다. 직급에 따라서도 회사에서는 달리 불린다. 내 이름 주변에는 어머님, 선생님, 고객님, oo님 이라는 호칭이 있고 이 친구들이 상황에 따라 달리 나를 부른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애매할때는 호칭을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거나 눈빛, 손짓으로 호칭을 대신해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뉘앙스를 전달하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나 자주 가는 단골집, 식당에서는 저기요! 여기요! 이모~ 가 대세이다. 바로 "주문할게요" 하기도 한다. 일을 하는 동안에 '저기요'라는 호칭은 이상하고 불러서도 안되는 호칭이다. 어머님, 아버님 호칭보다는 자연스럽고 매끄럽한 유한 표현의 호칭이 있을까? 내가 듣고 싶은 호칭은 어떤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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