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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01. 2021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얼마전 cctv를 달았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울까?

기쁨, 즐거움, 행복, 만족..나는 내 표정을 알고 있을까? 나는 내표정을 본적 있을까? 의식하며 찍은 사진말고, 의도하지 않은 순수한 나만의 표정을 나는 알고 있을까?

어느날 아이가 찍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큰아이는 11살. 동생과 7살 터울이 나는데 요즘 부쩍 영상촬영에 관심이 많다. 안방에 운동장처럼 넓게 깔린 저상형 침대가 그들의 놀이터다. 다다다다 달리기도 하고 앞구르기도 한다. 언니가 하니 자신의 짜리몽땅한 몸을 굴려보기도 한다. 까르르 웃어보고 이리뒹굴 저리뒹굴한다.
그러다가 침대옆 조그만 탁자사이의 빈공간으로 둘째의 발이 쑥 빠지기도 했다. 아이도 놀랐는지 소리를 내며 울었고 나는 놀라 아이곁으로 갔다. 첫째는 마침 둘째아이의 곁에 있었는데, 나는 첫째를 향해 안전하게 좀 보지~! 라는 어투로 아이를 다그쳤던 것 같다. 한순간에 엄마가 나에게 화를 내는데 얼마나 당황했을까. 자신은 잘못한것이 없었는데, 매번 동생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자신이 원치도 않는데 떠맡아서 얼마나 억울할까. 슬플까.

이 장면은 고스란히 아이의 동영상에 녹화되어 있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패드를 열어보니 그 동영상이 있었다. 내가 이런표정이라고? 내가 아이를 이렇게 대했다고? 내가 나를 바라본 모습은 살짝 충격이었다. 진심 충격이었다. 웃으면서 바라본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초조해보이는 모습. 내가 화를 낼때 짜증이 약간 섞여진 표정과 말투였다. 영상 속 첫째 아이는 그런 엄마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속상했을 텐데 나에게 반박을 하지도 못하고 웃고있지만 속상한 마음은 속일수 없었다.

얼마전 cctv를 달았다. 바깥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이 궁금했다. 약 1~2년 전부터 달고 싶었지만, 우리집에 아이들 돌보러 오는 돌봄선생님도, 남편도 불편하다고 했다. 여름에 벗고 있고 싶은데 그런모습들이 찍힌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더이상 미룰수없었다. 다시 바깥에서 일하면서 아이가 밥을 잘 챙겨먹는지, 학교수업은 잘듣고 있는지(줌수업 온라인수업) 잔다고 학원에 빠지지는 않는지 이런저런 일들이 궁금했다.
맘카페에 물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작년 핸드폰가게에서 cctv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집안 구석구석 설치하는 과정이 간단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홈cctv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안심했다. 바로 주문했다. 5만원 선의 샤오미 모델을 선택했다. 다음날 배송이 된 샤오미 홈cctv는 동그란 외형에 작고 귀여웠다. 조그만 눈사람 같았다. 기기와 절대적으로 친하지 않지만 cctv다는 것을 원치않았던 남편에게 설치해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혼자 해보기로 했다. 샤오미 cctv를 검색하니 설치한 블로그 후기들이 주루룩 나왔다. 보고 따라했다. 함께 동봉된 조그만 책자를 살펴보는 것 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블로그 후기가 보기도 좋고 따라하기도 좋았다. 집에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연결만 해주니 끝!

아침시간 돌봄선생님이 아이를 챙겨주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볼수 있었고, 아이가 학교다녀온 시간에 핸드폰을 보거나 식사를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장 위 작은 눈사람처럼 올려진 '안심이'는 내 표정과 추레한 내 몰골까지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안심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처음 몇 분은 의식한 것 같다. 하지만 이내 평소대로 행동하고 생활했다.

의식하지 않은 평소의 내 모습, 말투,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려고 설치한 안심이인데 내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둘째 아이의 늦은 취침시간으로 나는 먼저 잠이 들곤 하는데, 안심이를 통해 아이가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내몸에 걸터앉고 서랍장을 열기도 하며 엄마가 잠든 시간동안에도 놀이를 하며 잠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곤해보이는 내 표정이 보였고 아이들을 대하는 내 모습도 보였다. 신나게 춤을 추는 아이의 모습이 좋았고 설거지거리를 생각하는 약간 그늘진 내 얼굴도 보였다. 사진을 찍을 때 의식하면서 나를 보는 것과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것은 달랐다. 친정엄마가 나를 보면서 하던 말씀이 생각났다. 삐적 말라보인다고, 얼굴에 그늘이 진것처럼 수척하거나 걱정이 있어 보인다고 하던 그말이 화면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의 표정을 닮고 싶다. 의식해서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해맑은 웃음과 미소를 보고 싶다. 아이를 챙겨주던 손길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나에게로 조금씩 손길을 건네어야지 다짐한다. 나를 위한 작은 행복이 무엇이 있을까? 후리지아 꽃 향기, 꽃 한송이, 반짝이는 작은 귀걸이, 향이 좋은 아로마 향, 새로산 특이한 젓가락, 달콤한 아이스크림, 은은한 불빛이 감도는 LED 향초..

오늘 우연히 읽은 구절은 내 마음에 탁 와닿았다.
"보통 준비가 되면 해야지~ 하는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 자체가 준비가 됐다는 거야.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그냥 하면 돼.
행동으로 하나씩 옮기다 보면 또 그 다음이 보여."

마음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 수시간, 수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마음이 들었다면, 생각이 났다면 '그냥 해보는 거다'. 어쩌면 그냥 한번 툭 시작해본 일이 내 인생의 불빛을 '반짝' 하고 띄워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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