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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un 14. 2023

성교육, 한 번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나요?

가정에서 시작하는 그림책성교육


아마 이 책을 집어든 독자님들은 성교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일 겁니다. 아, 성교육 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내 아이에도 성교육 받아야 하는데. 어떤 강사가 좋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관심이 없다가 초등이후가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이들의 체형이 변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방문은 닫기 시작하며 주변에서 성교육 들었다는 소식이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나도 조바심이 납니다. 그때부터 검색을 해보고 책이나 관련기사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성교육을 저 역시 제대로 반복적으로 들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잘 몰랐습니다. 간호사로 근무했었지만, 학창시절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내용에서 크게 더하지도 벗어나지도 않았습니다. 내 아이에게 내가 가진 이론적인 부분만을 설명해주기에는 뭔가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아이에게 성교육할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10살이 넘어가면서 저도 조바심이 났었죠.

모임수업으로 아이들과 함께 성교육을 듣게 할 생각도 했었고, 실제로 강사님에게 전화문의도 했습니다. 날짜 조율이라든지 함께 수업을 들을 인원을 모으는 것 조차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알아보다가 그만두었는데요.

이런 배후에는 ‘나는 성교육을 못해. 전문가에게 맡기자’ 라는 마음이 깊게 깔려있습니다. 내가 언제 어떻게 배워서? 어떻게 해. (내가 건드릴 부분이 아닌데) 내가 괜히 이야기해서 아이가 다른쪽으로 빠지는 거 아니야? 나는 못해. 잘못 이야기할지도 모르잖아.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교육 한번, 두 번 들으면 되겠지. 그러면 아이가 알겠지. 나는 더 이상 해줄게 없겠지? 하는 약간의 기대와 믿음도 스며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육아라는 선상에서 하루, 이틀하고 그만하는 것이 아니듯 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의 상황이나 기분이 다르고 24시간을 함께 지내면서도 투닥거리고 또 화해하고 사이가 좋다가도 또 싫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나이가 1살이면 엄마나이도 1살이고, 아이나이가 5살이면 엄마나이도 5살이 됩니다. 처음부터 잘할수 없습니다. 우리도 엄마가 처음이고 하면서 점점 능숙해지고 요령이 생기는 법입니다.


성교육도 그렇습니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정자, 난자 이야기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품 안에 있을 때, 4~7세 경에는 그림책으로 아이에게 성교육을 접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그림책성교육 강의할 때마다 손에 꼽는 그림책인데요, 니콜라스 앨런의 <곧 수영대회가 열릴 거야!>는 하늘빛깔의 파란색 표지의 그림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는 그림책입니다.
올챙이처럼 생긴 친구가 수영을 하고 있네요. 주인공인 윌리는 브라운 아저씨 몸 속에 사는데, 수학을 정말 못했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수학을 극도로 싫어하게 된다는 사실은 비밀!) 그런데 수영 하나는 끝내주게 잘했다고 합니다. 곧 열릴 수영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윌리는 매일같이 수영 연습을 합니다. 다른 3억 마리의 친구들과 함께 출발선상에 선 윌리. 출발! 이라는 신호에 맞추어서 3억마리의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헤엄쳐 갑니다.

하지만 수영은 진짜 진짜 잘했어! 만세! 드디어 윌리와 조이가 만났어. 조이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웠지. 조이도 윌 리가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살며시 문을 열어 주었지. 그러자 윌리가 그 안으로 쏙~! 파고들었어.
그 다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아주 놀랍고 신비로운 일. 무언가가 쑥쑥 자라나기 시작한 거야. 그건 자라고 자라서 점점 더 커졌어. 그 후에도 계속 자라서 소피아 아주머니의 배 속에 꽉 찼어.
- 니콜라스 앨런 <곧 수영대회가 열릴 거야!>

자, 여기서 문제! 윌리는 브라운 아저씨 몸 속에 살았는데, 조이는 누구의 몸 안에 살았을까요? 아이들에게 이렇게 그림책을 보면서 퀴즈를 낼 수도 있겠네요. 최근에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봄길책방에서 아이들과 부모님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했는데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그림책에 관심이 없을까요? 아니요. 그림책에 관심이 아주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윌리와 조이가 만나 수정란이 되어 세포분열을 하면서 아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되지? 신기하고 놀랍다는 표현을 합니다. 너희들도 이렇게 엄마아빠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되고 이렇게 아기로 자라났단다. 아빠 정자가 정말 열심히 헤엄쳤겠지? 일등을 한 정자만 엄마난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정말 대단하지? 너희가 그래서 정말 대단한거야.

성교육을 아이들에게 해서는 끝이 아닙니다. 제가 반복, 반복, 반복을 말씀드렸는데요. 강사를 매일 만날 수 없고, 선생님을 매일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함께 살고있는 엄마아빠가 하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부모님들을 만나봅니다. 초등자녀를 키우면서 성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경기도 광명에서 이곳 김포까지 찾아와주신 아주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전할 수 있는 부분을 아낌없이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선 엄마아빠가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성교육 그림책과 부모가이드북을 전달해드릴 테니 아이들과 함께 읽고 엄마아빠도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같이 공부하시라는 것, 가정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손거울 준비, 생리대 착용법 알려주기, 속옷 스스로 빨기 등을 알려드렸습니다. 무엇보다 피하거나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담담히 알려주되 좋은 질문이야! 긍정의 반응을 하고 성교육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제가 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처음이라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 모습조차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겁 먹지 말고 두려워말고 한번 시작해보세요. 한번이 두 번이 되고, 열 번이 되고, 처음에는 음경, 음순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것 조차 어색했다면 반복에 반복을 통해 아주 자연스러워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여러분이바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교육 메신저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본문내용은 출간예정인 원고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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