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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Oct 23. 2023

게으른 작가의 브런치북 발간

브런치라는 우물

타임라인이 있었다. 10월 22일까지 브런치북을 응모하라는 알람이 계속 머리에 울렸다. 써야하는데? 조금더 써야하는데? 에서 엮어서 내야하는데? 어떻게든 적어둔 글을 22일까지 모아서 내보자!로 바뀌었다. 그랬다. 나는 알게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브런치에 글을 적어오고 있었다. 새벽에도 맥주를 들이켠 밤에도, 아이들 곁에서? 혹은 새벽에 나 혼자서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핸드폰에는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사실 일하고 집안일하고 하루를 바삐 흘러지나가다보면 핸드폰은 무감각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24시간 중 단 30분 정도라도 브런치를 생각한다. 단 5분이라도 브런치 어플이 보이면 한번 눌러본다. 어느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었을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나의 글을 구독할 것이다. 읽든 안읽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나의 글을 조금씩이라도 봐준 그대들이 있어 다시금 글을 적는것 같다.


5년 전인가? 7년전인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내가 처음 브런치를 만났던 게.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저녁시간에 브런치 라는 플랫폼을 아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지원하기를 클릭해서 응모를 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라는 글친구를 만났다. 하얀 여백이 구글과 비슷하다고 할까? 번잡스러운 걸 싫어하는 나는 그런 매력의 브런치가 좋았다. 흰 여백에 나의 글을 하나씩 새겨나가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물론 쓰고싶지않거나 어떤말을 써야할 지 잘 모를때는 열어두고 바로 몇 자 적다가 덮는다. 그래야 하기에. 생각나지 않는 글을 쥐어짜봤자 나만 고달프다. 


어쩌다가 브런치를 열 때면 오늘처럼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병원에서 일을 할 때도 점심시간에 짬짬이 틈을 내어 글을 적고는 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일상을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 여기있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으르다고 해야할까? 요즘처럼 원고하나를 손에 들고 언제나 보려나~~~ 출판사대표님이 기다리고 있을지모르는 나의 초고 그리고 수정본을 도통 보지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게으른 작가요 게으른 엄마다. 아이들이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좀체 빠릿빠릿 준비하지를 못한다. 

장보는 일에도 소질이 없다. 나는 쇼핑을 싫어한다. 특히 옷쇼핑은 머리가 아플정도다.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다는데 그런 성향은 남자의 성향인가 싶다. 


진득하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의지만으로 되는것도 아니지만 타이밍과 나의 상황, 주변의 메시지도 한몫하는 것 같다. 우연히 들어왔는데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를 한다던지 주기적으로 알람을 보내온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한켠으로 두고 생각지도 않다가 인스타에서 브런치라는 글을 보고서 다시 브런치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아무생각없이 브런치어플을 켜보기도 한다. 오히려 욕심이나 의무감이 없어서 브런치에 오래 머무를수 있었던 거 같다. 이전에도 브런치에 대해서 글을 적기도 했는데 실로 오랜만이다. 

무언가를 이처럼 꾸준히 하는게 있었을까 싶다. 마땅히 적을곳이 없던 나에게 브런치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내 속마음을 이야기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었거나,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었다. 그럴 때 나는 브런치를 이용했다. 부담이 없었기에 가능했고, 욕심을 내려놓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연히 들어온 브런치에 도서분야크리에이터 라는 딱지가 붙었을 때 꽤나 놀라고 기뻤다. 그간의 노력을 알아주었던 걸까. 못내 욕심을 부렸던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고 한듯이 브런치는 나에게 초록 딱지를 선물해주었다. 참 고마웠고 기뻤다. 그 덕분에 나는 또다시 브런치에 마음의 문을 열고 글을 적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의에 의해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이곳에 글의 흔적을 남기는 작가님들도 그러할테다. 나처럼 나와 같은 이유로 브런치에 오고 브런치에 머무르고 한동안 뜸했다가 다시 들어올것이다. 오늘도 브런치라는 우물을 판다. 10월 22일까지였던 브런치북 발간이 마무리되었다. 어떻게든 말이다. <수간호사 그만두고 책방을 차렸습니다>, <간호사의 자기계발>, <일곱살 터울>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묶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책방을 꿈꾸는 이들에게, 간호사로 일하며 책을 읽는 엄마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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