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호사 그만두고 가장 좋은 일
간호사로 시작하고 간호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키워냈다. 사실 나는 간호사를 하고 싶었던 사명이라든가 특출난 장점이 있는건 아니었다. 우리때 흔히들 그랬듯 취업이 잘 되는 과였고 내 성적이 그정도에 포함되어 있어서 (큰 생각과 미래에 대한 고민없이) 자연스럽게 간호학과에 흘러들어갔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간호사랑 잘어울린다 싶은 친구들도 있었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와는 별개의 부류였지만.
대학에서 시작한 간호사라는 씨앗이 어느덧 20여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때까지 버텨온 특기는 무엇이었을까? 깡이었을까? 돈이었을까? (누가보면 엄청많이 버는줄 알겠다..) 아니면 오기였을까? 아마 모두 다 였을거다. 아이를 낳고 생후100일 무렵의 조그만 아이를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길때 내마음은 어땠을까. 둘째를 낳고 돌보미들이 참 자주 바뀌었다. 아이에게 정말 많이 미안했다. 진득이 한곳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 조건, 특히 시간을 고려해야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일하는 엄마였고 간호사였다.
솔직히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간호사라는 직종은 좋은직장은 아니다. 토요일도 근무해야 하고, 내가 빈자리를 다른사람이 메꾸어야하기에(일반 회사랑은 조금 다르게 내업무를 내가 조율해서하는게 아니라, 외래진료에 우선되다보니 내가 조율할수있는 업무랑은 별개의문제다.) 늘 자리를 지켜야했다. 주6일을 거의근무하며 쉬는날은 엄청난 눈치를 받았다. 내가 거쳐간 병원이 10곳 정도가 넘을텐데, 병원마다 상황이 조금씩은 다 달랐다. 간호사라는 옷을 입고 유니폼을 입고 나는 간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간호사라는 옷을 홀가분하게 벗어보려한다. 20년 가까이 나를 감싸고 있었던, 갑옷을 이제는 벗어버리려 한다. 홀가분하다. 할만큼 했으니 참 속시원하다. 미련? 아쉬움 따위는 내게 남아있지않다. 혹자는 말한다. 그 아까운 수간호사를 왜 그만두세요? 다들 그 직종에 직장에 있어보지 않으면 실상은 모르지 않는가. 겉으로보기에 좋아보이고 명분도 있어보이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데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와 간호사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았다. 억지로 간호사라는 자리에 나를 구겨넣은것 같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글을 쓰면서 알았다. 책을 펴내면서 알았다.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방향은 이쪽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리지킴이 간호사가 아니라, 내가 쓰고싶은 글을 쓰고 읽고싶은 책을 읽는 지금의 내가 좋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알았다. 아,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있는 방법이 이쪽이었구나, 이쪽에도 길은 있었네? 간호사를 무조건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의 간호사라는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깨달았다. 내가 싫어하는 좋아하는 분야를 알게 되었다. 간호사라는 임상을 거치는 동안 알게모르게 참 많은 상황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에게 울림을 주는 이들도 있었고 아픔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