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며칠이 지났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커피를 다 마셨다. 빈 잔을 가만히 본다. 퇴사하고 며칠이 지났다. 아니 하루가 지났다. 아침 산책을 잠시 나갔다왔다. 둘째아이가 잠든 시간에 아이스커피를 사기 위해서다. 출근하거나 쉬는 날 다녀오는 길과는 사뭇 달랐다. 공기가 달랐을까? 내 마음이 달랐을까?
그동안 번아웃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내리쬐는 해를 받으며 걸어가는 길에 느리게 가는 문 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느리게 느리게 걷고 싶었다. 매일 바쁜 일상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을 벌어야하고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아침돌보미, 오후 돌보미선생님이 와서 아이를 케어했다. 그시간에 나는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근무를 하고 퇴근했다. 매일 저녁 7시가 넘어 집에도착하면 아이얼굴을 그날 처음 보았다. 그게 일상이었다. 아이는 엄마를 찾았다. 13살인 첫째 아이도 그랬을거다.
남편과는 지금 따로 지내고 있다. 개인적인 가정사이기에 글에 올리지는 못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다. 의도치않게 모든 과정이 흘러갔고 아이들도 나도 그리고 남편도 상처를 받았다. 남편과도 어쩌면 쉬는 시간을 가지는 중인것 같다. 남편은 지방에서 일을 하고 가끔 아이들을 보러온다. 육아에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에 나는 외로웠고 참많이도 괴롭고 힘들었다. 끝이보이지 않던 시기를 가만히 아주조금씩 걸어가는 중이다. 다행히 내곁에는 웃는 아이들이 있었고 엄마의 손을 잡아주는 아이들이 있었다.
병원업무는 쉽지않았지만 내 몫을 차근히 수행해갔다. 내가 파트장으로서 해야할 역할이 있었고 외래직원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였을까. 보석같이 빛나는 선생님들 한분한분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단체톡에서의 마지막인사와 함께 참 따듯한 말들이 오고갔다. 나를 믿고 의지한 선생님들, 그리고 내가 많이 의지했던 선생님들 사이에는 묘한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있었다.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현재진행형 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대표로 운영하게 될 최고그림책방은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다. 구래역 근처에 사업장을 오픈하기 위해 인테리아공사가 한창이다. 책장의 색깔 지정까지 하나하나 관심과 손이 가지만, 이 모든과정을 차근히 즐겨보려한다. 그리고 8월16일 가오픈을 하려고 한다. 책방 하나만 떡하니 차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소소한 챙김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냉난방기, 포스기, cctv 까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책과 사람과 성장이다. 내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을 이제는 많은이들과 함께 나누려한다. 책방이 없던 구래역에 책방을 낸 이유다. 어느 글에서 본 적이 있다. 책방이 없는 도시는 도시가 아니라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그림책 이야기도 나누고 글도 쓰고 성교육 강의도 하면서 책방을 운영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온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공간이 되고 싶다. 부족하지만, 그 사이의 공간을 함께 채울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가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정말 어떻게든 되어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잘 살아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