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창업합니다
누군가는 물을것이다. 돈을 모았는가? no 경험이 있는가? no 주변이나 지인중에 소상공인이 있는가? no 물론 우리 주변에는 가게, 상점, 편의점 등등 크고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고 하나같이 소상공인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 주변에는 없었다. 창업이라든지 사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나와는 거리가 있는, 먼나라 저 먼나라 우주 이야기였다. 그랬던 나에게 책방창업은 굉장히 크고 무모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책을 마냥좋아했던건 아니다. 나의 전작 책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 엄마 책가방속 그림책, 하루10분 그림책읽기의 힘을 읽고나면 독자들은 안다. 아, 정희정이라는 사람은 책을 싫어했던 사람이구나. 책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구나 하는 것들을 말이다. 맞다. 나는 책과 거리가 먼, 아주 먼 사람이었다. 학청시절에는 만화책이나 연애소설류 따위를 끼고 다녔던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구미역 근처에는 레코드점과 서점이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몹시 지루하고 따분한 경험을 하곤 했다.
도서관도 그랬다. 재미가 없고 지루하고 왠지 오래된 냄새가 풍기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나에게 마흔을 앞둔 어느날,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한권의 책은 아주 살며시 내품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책이 재미있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가지게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뻔뻔하고 어이없고 책이라는 세계로 들어왔다. 작은도서관이 만만해서였을까? 주로 에세이나 자기계발 코너를 기웃거리며 한권한권 독파해나가기 시작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야만 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수루루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굉장히 지루하고 난해하고 재미없는 그런책도 즐비했다. 그런책은 과감히 덮었다. 정말 재미가 없거나 나와는 생각이 다르거나, 나의 의식이 저 아래라 나와는 맞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런책을 끙끙거리며 넘겨보았자 나에게 득이 될게없다는걸 이미 난 알았다. 수루루 읽히는 책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는 책이 한권 두권 자꾸자꾸 생겨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작가도 생겼다. 나도 이랬는데! 굉장히 공감하며 읽어대던 책도 있었다.
첫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시기와 내가 책을 좋아하기시작한 시점이 얼추 맞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통해 아이에게 그림책읽어주기가 얼마나 지대하고 위대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거의 매일을 첫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책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 이었다. 책 먹는 여우 라는 그림동화책을 알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책먹는 여우.. 그 제목 그대로 책 먹는 아이처럼 책을 좋아했다.
브런치글에 올라와있듯이 나는 원래 수간호사였다. 바로 이번주 월요일까지 외래파트장(수간호사)으로 근무를 하고 인수인계를 마무리하고 나왔다. 10월 예정이었던 책방오픈을 더이상 미루면 안될 이유가 생겼다. 개인사정이지만, 어찌되었든 책방을 오픈하기로 했으니 조금더 빨라졌을 뿐이다. 간호사를 20년 가까이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고 경험과 다양한 사례도 많았다. 그리고 나는 단단해졌다. 매순간 진심을 다하려 애썼다. 실수도 연발이었지만 물어보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책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근무하는 틈틈이 부동산과 연락하고, 구래역 근처로 계약을 했다. 김포에는 마산동, 구래동에는 책방이 없었다. 둘 사이를 한참동안이나 고심하다가 내가 살고 있는 구래역으로 정했다. 비어있는 상가들이 제법있었지만, 나의 예산과 거리 위치가 맞는 곳을 선택했다. 인테리어 실장님과 사소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인테리어를 진행해갔다.
10평이 안 되는 조그만 책방이지만 나만의 공간도 생기고 책을 꽂고 진열할 곳이 아주 많이 생겨서 기뻤다. 무엇보다 이제 오픈된 공간에서 많고 재미있고 다양한 책들을 많은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 올 1월 30일 나의생일에 사업자번호를 승인받고 집주소지를 사업장주소로 최고그림책방을 운영해왔다. 그림책모임이나 성교육 온라인강의를 진행하고 글쓰기수업도 휴일이나 가끔쉬는 날에 하기도 했다. 간호사생활과 함께 병행하면서 다양한 기회의 문도 두드렸는데, 김포신문에 손수건전하기 챌린지 기사가 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한 SOP앱에서 엄마, 아빠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라는 주제로 어린이성교육 관련 원고글이 오픈되기도 해서 성교육을 어릴 때부터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강화도에 위치한 지역 도서관에 강의요청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인스타나 블로그를 통해 나에게 연락주는 기관들도 있었다. 육아하고 집안일하고 일하고 여러가지 번잡스러운 일들도 마음이 바빴지만 한길한길 닦아온 보람도 있었다. 무엇이든 그렇지 않을까? 내가 해보고 안해보고의 차이는 크다. 메일을 보내보고, 글을 써보고, 거절도 당해보고, 강의도 해보고, 다양한 기회의 문을 두드리다보면 10군데중 1~2군데서는 연락이 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10번다 퇴짜를 당했다하더라도 그 경험들로 인해 내가 깨달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이득이다.
책방을 내기로 결정하고 계약하고 인테리어하고 정말 하나하나 쉬운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다. 포스기도 설치해야 하고 인터넷도 달아야하고 CCTV도 설치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책을 들이는 일. 아직 해야할 일들이 많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해보리라 다짐해본다. 소상공인 창업을 아무나 하나? 어렵게느껴지고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 생각했지만, 창업은 또다르게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창업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그일에 맞는가!" 이다. 내가 그일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돈이나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창업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이 상권과 입지 분석이다.
책이 어려웠던 나이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책이 어려운 부모, 책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하거나 책을 추천해줄 수 있을거다. 그리고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으로 재미있는 그림책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어떤 그림책을 좋아할 지 추천해줄 수 있다. 내가 소개한 책들로 일상의 변화를 이루고, 파를 싫어하던 친구가 그림책을 통해 파를 먹기 시작했다는 변화 들을 볼 때 나는 참 뿌듯하다. 그림책모임을 하면서 만난 분들이 한분 한분 떠오른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최고그림책방을 열 수 있었던 거 같다.
책을 마냥 좋아했다면 책방을 하면서 책읽을 시간또한 없을거다.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을 사는 걸 더 좋아하는 나다. 그래서 나는 책방준비가 즐겁고 참 좋다. 예산이 더많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지금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려한다. 그리고 앉아있기보다는 움직여보려 한다. 김포에 그림책거리가 생기고 책을 만나는 장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