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건

언젠가 한번은 창업

by 정희정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나만의 책방을 열고 모임을 진행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한다는 것. 지극한 평범하고 나름 모범을 보이던 내가 탈선(?)하는 과정은 쉽지않았다. 착한병에 걸려있던 나에게는 정말 쉽지않은 길이고 용기라는 것을 안다. 더욱이 자영업이란 것을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던 내가 자영업 중에서도 '돈이 안된다는' 책방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 그리고 통보했을 때 우려와 벽에 부딪힐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이다.


막연히 시간을 오롯이 홀로 보내는 일이다. 책방이란 그런 곳이었다. 늘 누군가와 수다를 떨 필요도 없거니와, 누군가 나의 책방에 발걸음해주면 참 고마운 곳이 또한 책방이었다. 누군가 시간을 들여 나의 책방에 발자국을 남기고 갔다. 오늘 김포의 한카페지기님과 김포투데이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책방에 방문했다. 처음오는 길에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눈에 띄지않는 곳이지만,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일요일 황금같은 휴일에 책을 좋아하는 분과 그리고 귀담아 들어주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정말이지 모처럼 신이나는 일이었다. 혹여나 내 말만 하지는 않았는지 되새겨본다. 인터뷰에 실을 이야기를 하고 나의 이야기를 드문드문 받아적다보니, 팔이 아프셨던 걸까? 나의 이야기가 먼나라 이야기처럼 , 나뭇가지의 가지처럼 여기저기 계속 뻗어나갔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나의 언어로 전달해달라고 했다. 아주 정중히 말이다. 그래서 나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변드렸다.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길다.


간호사로 20년 가까이 일하고 육아하고 살림하면서 그림책을 읽었다. 그 계기는 첫아이를 낳고 김포로 이사와서부터였다. 집 가까이에 (도보 10분거리에) 주민센터 위 작은도서관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나의 인생책을 만나게 된다. 나라고 왜 책과 친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사실 책과 친하지 않은 아주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교과서에 밑줄을 잘 긋고, 선생님의 말을 잘 들으려고 했다. 책이란건 나에게 도무지 재미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아마 그 이유때문이었을 거다. 나도 책과 친해지고 싶었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집근처 작은도서관에서 어느날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된다.

김병완 작가의 <마흔, 행복을 말하다> 는 여백과 이미지가 많고, 글이 술술 읽히는 나름 유쾌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재미있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신규간호사 시절에 '1년 100권 완독하기'를 목표로 재미없는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재미가 없고 지루했고 힘들었다. 책이 재미가 아니었다. 책은 재미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책이 재미가 없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책에 관한 편견을 깨부수지못하고 있었는데 작은도서관에서 서서히 계란에 금이 가더라 팍! 하고 깨져버렸다. 책이라는 장벽을 톡톡톡 두드리다가 어느순간 팍! 하고 터져버린 거 같다.

그 책을 시작으로 그 주변에 있던 다른 '만만한'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해치우듯 읽어나간것 같다. 도서관에서 20권의 책을 빌릴 수 있었던 것도 큰 한몫을 했다. 그랬다. 작은 도서관은 만만했다. 그래서 내가 만만하게 읽기시작한 것이다. 어려운 책은 넣어두었다. 지금의 초보독서가인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책도 나와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결정적 시기에 만난 하나의 문구와 구절이 큰 힘이 되는 것 처럼, 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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