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건 세 번째 이야기

언젠가 한번은 창업

by 정희정

오늘 술술 이야기가 나온 부분을 적다보니, 첫째가 읽은 <인간실격>, 둘째가 만지고 가지고 놀았던 <데미안> 책이 떠오른다. 첫째와 함께 책방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빨간표지의 <데미안>을 골랐다. 데미안 책은 그 이후로 첫째도 좋아하고 둘째도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다음주 화요일에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에서 그림책 강의가 진행된다. 미리 질문을 모아보았는데, 그 중에 한 질문이 바로 이거였다.


"아이가 책을 읽지는 않고 가지고 노는데 그래도 괜찮나요?"


물론, 당연히 괜찮다. 오히려 더 좋다. 내가 간호사로 근무하던 병원 테이블에 그림책을 비치해 두었는데, 그림책을 만지고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있어서 참 뿌듯했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다는 표현이다. 겉표지만 만져도 되고 들추어보아도 좋다. 거꾸로 보아도 좋다! 책에 대한 느낌은 모든 감각으로 표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읽어내야만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책이 어려운 거다'. 책은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알았으면 좋겠다. 어린 유아기부터 바닥에 깔아놓는 책이 좋은 책이다. 둥근모서리의 (다치지 않게) 물고 빨아도 좋은 책을 몇 권 구비해두고 (가능하면 두, 세권 사두자!) 아이들이 물고 빨고 어떨땐 찢기도 하지만 그렇게 놀이하는 거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재미이고 관심이다.

둘째 아이가 <데미안> 책을 이해하며 읽을 수가 없다. 내가 데미안 책을 읽어준 적도 없지만, 아이는 그 책을 좋아한다. 거꾸로 보기도 하고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책을 잡고 만지고 넘기는 느낌을 아이는 기억한다. 그리고 좋아한다. 다음 번에도 다시 그 책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책을 만나는 경험을 선물해주자. 부모 먼저 말이다. 내가 책이 어려운 데 아이가 책이 쉬울까? 부모가 먼저 벽을 조금씩 깨트려보는 거다. 그리고 스스로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내 정도 수준이면 데미안을 읽어내야지? 가 아니라, 나는 독서 초초초초보자다. 이렇게 인정해버리자. 그리고 동화책도 좋고 에세이도 좋고 그림책도 좋고 이미지 사진이 많은 책도 좋다. 그런책부터 친해져보자.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건, 책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한 것 뿐이다. 내가 학창시절 동안, 직장생활을 이어온 동안 책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나에게 와닿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은 가까이가기 쉬운 곳이고 재미있는 책을 만나기 좋은 곳이길 바란다. 그래서 그림책 한권을 고를 때도 신중해진다.

최고그림책방 이라고 하면 많이들 오해한다. 아이들만 가는 곳이 아닌지? 그림책만 있는지? 그렇지 않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은 어른도 아이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10대도 20대도 모두가 방문할 수 있다.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듯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결국 부모이다. 엄마아빠도 책이 좋아지는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다. 그래서 관심있는 에세이나 소설, 자기계발은 물론이고 지금 인기있는 (인기있는 데에는 분명 이유도 있다) 베스트셀러도 요목조목 비치해두고 있다. 나의 추천으로 골라간 그림책이 누군가에게는 웃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여유로, 누군가에게는 다시 또 오고 싶은 책방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내가 창업으로 책방을 선택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내가 창업을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내가 책방을 내야하기에 창업을 한것이다. 어렵고 고단한 길이고 돈이 안될수도 있는 이 길을 선택한건 누군가의 강요도 아닌 바로 내가 한 선택이다. 그래서 더욱 책임이 막중해지고 신중해지지만, 그 만큼 출근길이 즐겁고 오늘은 누굴 만나게 될까 설레인다. 김포에 그림책향기가 가득 퍼지기를, 그 시작에 나의 책방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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