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방 이름을 정하다

왜 최고 그림책방으로 정했을까?

by 정희정

그림책방 이름을 정할 때 솔직히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약 1년 전쯤 제주도에 북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제주도 여행도 갈겸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간 이후로 처음이었다!) 가족여행으로 숙박도 예약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적어서였을까? 제주도에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자는 마음이 사실 컸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에도 근처 관광지를 돌아다니다가 한 이비인후과를 발견했다. 2~3층 건물로 운영되고 있던 이비인후과 병원의 이름이 '최고' 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최고 그림책방을 떠올리게 되었다. 최고 최고. 책방을 내는 게 목표였던 당시에 이름을 뭘로 정할까 고민은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눈에 들어온 '최고' 라는 글씨를 본 순간 직감했다. 아, 최고 그림책방으로 정해야지!


최고라는 말에는 단연 최고의 물건을 취급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내가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고르고고른 알짜배기같은 그림책들을 나의 책방에 두고 싶었다. 어느 가정에나 한권쯤은 있었으면 하는 그림책도 있었고 펼치면 눈물이 툭 하고 터지는 그런 그림책도 들이고 싶었다. 어린 아이들부터 고학년까지 성교육하기에 일등공신인 그림책들도 들이고 싶었다. 엄선하고 선별한 책들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그림책과 책을 사모으고 재미있고 맛있는 그림책들을 골랐다. 새책이 올 때 늘 언제나 기분이 설레이고 좋았다. 나는 새 책의 책장을 펼치는 걸 좋아한다. 예전 작은도서관을 방앗간 드나들듯 다녔을 때에도 신간코너 주변을 배회했다. 사냥감을 물기라도 하듯 신간코너의 새 책을 물색하고 들여다보았다.

새 책에는 나름의 향이 베어있다. 책을 넘길 때의 기분과 분위기가 좋다. 스르륵 넘기는 소리도 좋다. 그림책의 매끈한 표지를 만지는 느낌도 좋다. 처음 나를 마주한 그림책을 보면서 아까운 듯이 한 장 두장을 넘겨본다. 그리고는 덮는다. 누군가와 처음을 함께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거다. 그래서 그런 그림책은 조금 아껴둔다. 한달에 한번씩 김포에서 그림책모임을 진행한다. 그럴 때 나 역시 이미 본 사람이 아니라, 처음 그림책을 접하는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 대부분 소개하는 그림책들이 엄마들에게는 처음인 그림책이 많다. 그래서인지 느낌이나 감상이 새롭고 신선했다. 내가 느낀 감정을 함께 느낀 경우도 있었고, 내가 못 보았거나 놓쳤던 부분을 알려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림책에는 작가의 의도도 있지만, 그림책을 만나는 손님인 내가 느끼는 감정이 우선이다. 하나의 그림책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 나름의 상황이나 경험을 그림책과 함께 녹여내면서 자신만의 그림책세계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경험을 공유할 때 우리는 그림책의 힘을 느낀다. 아,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 그림책을 보면서 할머니를 생각하고 엄마를 생각하고 남편을 생각하고 아이를 생각한다.


신중하게, 혹은 신중하지 않게 정한 최고그림책방의 이름처럼 나는 최고를 고집한다. 편의점 매대에는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물건들이 올려진다. 편의점의 물건을 바라볼 때, 나는 그림책을 생각한다. 어떤 그림책을 진열대에 올려둘까? 앞면이 보이도록 전시해두는 칸에는 또 어떤 그림책을 올려둘까? 나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나의 책방에 오는 이들은 그림책을 볼 것이다. 진열대에 보기좋게 올려진 그림책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읽어줄 것이다.

최고그림책방은 그림책방이지만, 그림책만 있지않은 책방이다! 흔히들 오해들을 많이 한다. 그림책방이라는 이름만 듣고 그림책만 있다던지, 아이들만을 위한 곳이라던지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거다. 하지만 나의 최고그림책방에는 자기계발서, 에세이, 소설, 요즘 인기있는 베스트셀러, 반려도서들 까지! 그림책을 포함한 다양한 도서를 입고하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그림책도 있고, 아이들에게 늘 인기많은 쿠키런이나 만화책도 일부 비치해두고 있다. 책에는 경계가 없어야 한다.


어린 유아나 특정분야를 구분해놓기는 하지만, 일률적인 딱딱한 배열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책방에도 두루두루 다함께 볼수 있는 그림책과 책들을 비치해두는 거다. 나의 둘째아이가 데미안표지를 좋아하고 책장을 넘기듯이, 나는 책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부모도 재미있는 책을 골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방에는 그림책만 있는게 아니라,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찾아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그래서 준비해두는 거다. 그림책을 사러왔다가 자기계발서를 보고, 에세이를 보고 소설을 본다. 아이 그림책을 사러왔다가 나를 위한 책도 산다. 아름다운 그림책, 예쁜 그림책, 맛있는 그림책을 보는 것은 덤이다. 그림책 박물관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바로 내일, 그림책강의가 열리는 날이다.

아마 조금은 잠을 설칠것 같다. 하지만 오랜만에 참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식으로 책방을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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