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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22. 2023

쉬는 날에도 부동산

수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쉬는날이나 점심시간에는 짬짬이 네이버부동산이나 아파트실거래가 등을 파악했다. 막연히 창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상가건물이나 가게 매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면서도 '언젠가 오픈할 나만의 책방'을 꿈꾸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유니폼을 입고 쉬는 날이나 주말(일요일)에는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가끔 부동산을 방문했다. 


부동산은 2~3군데 정도 알아보았다. 흔히 네이버부동산을 검색하면 그 매물과 직접 연관이 있는 (매물을 내놓은) 부동산 연락처가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도 영업직이다 보니, 서로의 경쟁매물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매장이라는 게 사실 '한번도 장사해보지 않았으면' 또 보이지 않는 세계인 것 같다. 온라인 강의를 미리 들어보고, 상가입지에 대해서 약간의 윤곽이라도 잡았다고 설레발 치지만 실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층에 입지가 좋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이나 이목을 끌지못하는 업종이라면 찬밥신세가 될수 있기때문이다. 작은공간이지만 주변의 생태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가게의 입지와 관심이 올라가는 구역도 우리주변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접근은 사실 가게운영을 하면서 눈에 보였다. 온라인 강의를 미리 수강하고 (무료로 들을수 있는 강좌가 찾아보면 많이 있다!) 책방창업과 관련한 관련서적을 꼼꼼이 들여다봐도 내 살과 맞물리는 경험을 실제로 해보고나서 아! 이게 그 말이구나 깨닫는 경우가 많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오픈 당일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내 책방에 들어올 줄 알았다!!!! (세상에나...) 실제 오픈당일이 되면 응? 뭐지? 하는 밍밍한 기분이, 혹은 왠지모를 배신감 따위가 들수도 있다. 가게운영의 아주 티끌만큼도 몰랐던 나였기에 몸으로 부딪혀가며, 사람들을 상대해가며 또 다른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돌아다니던 순간에도 가게운영에 관한 감이 없었으니, 아~ 그렇군요. 관계자가 알려주는 대로 대응할 뿐, 내 판단으로 매의 눈으로 매물을 바라보지 못했다. 말해주면 말해주는 대로 들었던 것 같다. 


당시 관계자와 함께 돌아다니던 곳이 3군데 정도가 기억난다. 월세 50정도의 한적한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도로가) 매물을 보았다. 네모형태의 책방하기에는 약간 넓은 바깥에서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하지만 도보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주 드물어보였다. 잠시 그 앞에 서성일 뿐이었지만 오랜기간 안에서 있어도 많이 오지않을 듯한 환경이었다. 부동산을 알아볼 때 정말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아침, 저녁, 오후, 평일, 주말에도 시간대를 나누어가며 매물앞에서 죽치고 앉아있어 보는걸 추천한다. 하다못해 주변에 병원이나 잘나가는 식당이나 옷가게나 뭐라도 있으면 사람들이 오며가며 나의 매장을 거치게 된다. '일단 거치게 되면' 어찌되었든 이목을 받게 되는 것이고 열명중 한명쯤은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다. 내가 이 매장을 열기이전에 '사람들을 끄는' 매력적인 매물의 존재가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도심이든 신도심이든.


또 다른 곳은 역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이었다. 차를 타고 (도보로는 불가능한 약간은 언덕위쪽의 건물) 일층이었다. 월세도 50~60정도로 저렴했지만, 일단 역에서 너무 멀었다. 바로 옆에는 대형 유치원이 있어서 잠시 혹했지만 말이다. 이전에 피아노학원을 했지만 대형유치원 하나만을 믿고 일을 벌이기에는 '다소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원생 유치에도 한계가 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곳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아주 조그만 평수임에도 불구하고 한켠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자리한 화장실이 있었다. 와~ 좋다! 라는 생각도 잠시. 아차!! 화장실이 있으면? 물이 흐르는 수도가 있으면?? 일단 청소를 해야한다. 청소를 매일 할수도 없지만, 하나의 일거리가 더 느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말이다. 추운 겨울이나 한여름처럼 바깥 외출자체가 싫은 계절이 있는데 그럴 때는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 매력적일 것이다. 온전히 나를 생각해봤을 때, 집에 있는 화장실 청소도 안하는 나에게 이곳은 감당하기 힘들 공간이 될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패쓰....  (하지만 역과 가깝기도 했어도!! 더욱이 이정도의 가격이면 당연히 계약했을 것이다)


세번째 매물은 내가 사는 지역과는 2정거장 정도가 먼 거리에 있었다. 내가 거주하는 곳은 구래동이지만 장기동 쪽에 매물이 나왔다고 해서 가보았다. 안쪽으로 아주 깊은 공간이었고 역과도 아주 가까웠다. 바로 근처에 다이소가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매장 앞에 차가 씽씽 지나다니는 도로변이었다. 그래서 사실 바로 생각을 접었다. 내가 운영하게 될 책방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오는 곳이어야 했다. 부동산 담당자들은 이런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다만, 월세의 상한선 (미리 제시한 가격을 넘지않는 선에서) 가능한 매물만을 보여주기에, 조금더 상세하게 내가 원하고 바라는 내 업종이랑 어울릴만한 매물의 조건을 차근히 적어나가는 것도 좋겠다. 


쉬는 날이면 둘째아이와 함께 매물을 보러가기도 했고 첫째와 남편과도 매물이 거의 정해졌을 때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일층에 큰 길목에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이 모든 조건을 맞추기엔 월세 200~300이 넘어가는 일이다. 최고그림책방 이라는 이름을 시작해보기 위해서 '내가 정한 상한선에 맞추고' 기존에 그림책모임을 하던 회원들에게 알리고, 작게나마 책방이라는 창업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규모와 가격과 일층/이층 층수와 역과의 근접성, 사람들의 동선파악 등. 부동산 매물을 파악하는 건 내 발로 많은 곳을 가보고 내 시간을 투자하고 비상금을 털어쓰고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렇게 발품을 팔고 다니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매물을 계약을 해도 장사의 성과, 운명은 '실제 운영해보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업종과 나와의 궁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참고서적도 좋고 온라인 강의도 좋다. 창업을 준비한다면 언젠가 한번 내가게를 운영해보고 싶다면 '직장인의 신분인' 지금부터라도 네이버부동산을 자주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일층? 이층? 나는 어떤 업종을 하고 싶은지, 내 가게를 운영하게 된다면 어떻게 꾸미고 싶은지? 사진과 이미지를 모아보는 것도 좋다. 나 역시 부동산매물을 검색하면서 각각의 매물마다 층수, 보증금월세, 가까운 학교나 특이한 점 등을 기록해두고 이미지를 출력해서 벽앞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비교분석해보기도 했다.


나의 정성과 노력과 시간비용은 누군가보기에 아무렇지 않게 보일지라도, 그 노력은 내가 안다. 내가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 연락은 얼마나 자주했는지, 그간 어떤 자료를 모았는지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조그만 책방'을 오픈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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