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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Nov 27. 2023

40을 넘긴 시기에 책방창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리 사업자등록을 해두면 좋은 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창업을 꿈꾸지 않을까? 학창 시절을 평범하게 보내고 대학교도 평범하게 다니고 국가고시도 평범하게 치르고 신규간호사로 입사하던 지난달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그저 주어진 길을 곧이곧대로 평범하게 따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평범하게 주어진 길이 나에게 맞지 않게 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입이라고 해야 하나? 아르바이트를 수많은 직종을 경험했다. 캐드사무소에서 간단한 컴퓨터 업무라던지 동사무소에서 서류 작업이라든지, 편의점 알바, 고깃집 알바, 개인과외 등을 전전하며 (약국 알바까지)  다양한 직업현장을 간접 체험했다. 그 안에서 아르바이트라는 업무를 하긴 했으나, 정말 수박 겉핥기식의 경우도 많았다. 겉으로 보기에 참으로 편해 보이는 일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편해 보이기만 했던 일도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랬다. 누군가 보면 정말 대단한 직종에서 편하게 일하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간호사라는 직종이 그랬을 것이고 수간호사라는 직급도 그랬을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보기보다 간호사라는 직종과 제법 어울렸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생각보다 이렇게 길~게 일하진 못했을 거다. 나름의 깡다구도 있어야 하고, 누군가 뭐라고 했을 때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성격도 못된다 나는. 반면에 환자나 아이들을 대할 때면 '내가 이런 면도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거나 상냥한 구석도 있었다. 그 직업을 깊이 알아간다는 건 하는 일도 업무도 그렇지만, 그 일을 하면서 상대하게 되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대화도 중요한 것 같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환자들의 안정과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상태변화나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의사에게 보고하는 일련의 업무를 모두 포함한다. 그 사이에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중재하는 지도 간호사의 대처능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의사와 환자사이에 간호사라는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말이라는 건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것을 임상에서 근무하면서 많이 느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의 성향이나 보호자의 불만사항은 물론, 사람과 사람사이에 어떤 분위기나 나와의 캐미가 맞는지 안 맞는지도 그쯤 되면 체감하게 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간호사라는 옷을 입고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고 의사와 병원직원들을 대했다. 나와 케미가 맞는 사람도 많았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케미가 맞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의 병원임상이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첫 병원처럼.


이런 직장을 마다하고 나는 40을 넘긴 시기에 책방창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인이라는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주변의 우려 섞인 걱정과 시선도 완전히 차단하고 막을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이 나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나'라는 사람이 '가야 하는 길'이라면 그 길은 가야 한다. 대신 그 우려 섞인 자리를 내가 메꾸면서 채워나가면 된다.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시작했다.

2023년 1월 30일 내 생일을 기념 삼아 '최고그림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홈텍스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내가 언젠가 책방을 열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도 언젠가는 꼭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도매 소매업으로 선택하고 그림책과 스터디룸 업종등록을 선택 후 미리 사업자 등록신청을 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사업자등록증이 화면에 나타났다. (홈텍스로 사업자 등록 신청을 하면 지정한 날짜로 사업자등록증이 나온다. 출력하면 끝!)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또 해볼 수 있는 건 작게나마 소모임을 꾸려보는 거다. 나는 그림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김포그림책모임이라는 주제로 맘카페에 사람들을 매달 모집했다. 처음에는 한 명으로 시작했다. 한 명이라도 댓글이 달리거나 연락이 오면 예정된 그림책모임을 열었다. 내가 골라둔 그림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투썸카페 (주로 그림책모임을 여기서 열었다)에서 모임을 진행했다. 한 명에서 시작했는데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투썸의 한 공간이 그림책모임 사람들로 채워졌다. 무엇이든 '한 명'에서 시작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


직장인이라서 창업하기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대출자격조건에는 재직기간(보통 6개월에서 1년)과 연봉이 포함된다. 재직기간도 당연히 길~수록 유리하고 연봉도 많을수록 유리하다. 나는 일단 현병원에 입사하기 전에 실업급여를 받았다. 이전 직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강원도 원주로) 나는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것이다. 집에서 가까워서 아이들을 돌보기에 유리한 곳이었는데, 폐업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실업자가 되고 3개월 정도는 실업급여를 받아도 보았다. 하지만 생활비와 대출금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다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종합병원 수간호사로 입사하게 되었다.


창업을 준비하기에 필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돈이 아주 많이 든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래서 가능한 도내에서 최대한의 대출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직장인의 신분이라면, 그것도 오랜 기간 많은 연봉을 받았다면 더더욱 대출한도가 많이 나오고 금리도 우대금리를 적용받아서 낮을 것이다. 여러모로 유리한 부분이 많다. 실제로 사업자가 되어보니 일단 직장인처럼 기간이 길어야 하는데, 사업이라는 게 한꺼번에 껑충 뛰지는 않는다. 6개월에서 1년간은 내 돈을 오롯이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기에 적어도 6개월~1년간은 매출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비상자금(즉, 대출)을 받아두는 편이 유리하고 현명하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내 미래의 사업을 구상해 볼 수는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소모임을 만들어보거나, 미리 사업자등록을 해두면서 (필요하다면 통신판매업등록까지) 내가 사업자로서 갈망이나 열망, 추진력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섣불리 직장인을 하루 만에 퇴사하고 사업자로 뛰어드는 건 누가보아도 무모하다. 사전에 미리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보면서 작게 시작해보았으면 한다. 지금 직장 다니기가 너무 괴롭고 힘든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작은 사업을 구상하고 작은 것들을 시도해 보면서 나름의 활력소가 될 수 있고, 직장에서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가지고 나름의 소모임을 꾸리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다. 또 그러다 보면 직장생활이 재미있어 질지도 모르고, 직장 내에서의 소모임을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거다. 


직장생활이 힘들어 나름의 사업을 구상하고 이런저런 작은 시도를 해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느끼는 것도 큰 깨달음이다. 사람은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남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지극히 그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고 의견이고 견해다. 내가 해보아야 아는 것이 있다.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직장생활도 좋고 사업자생활도 좋다. 사업자 하다가 다시 안 맞으면 직장으로 돌아가도 좋다. 중요한 건 이거다. 내가 진실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그 일을 찾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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