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실제로 해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직장인 신분으로 생활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혹은 내 가게를 홍보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직장인 일때야 내가 돈을 쓰는 입장이니, 가게나 매장, 식당을 방문할 때 갑의 입장이 된다. 내가 돈을 지불하는 입장이다 보니 내가 필요한 것을 요청하거나 건의할 때 큰 부담감이 없었다. 직장이라는 울타리는 대부분 사대보험이 되고 상사와 동료 그리고 후배가 있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나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대부분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일하는 테두리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상사가 언짢은 잔소리를 하면 동료와 푸념을 하기도 하고, 같은 프로젝트를 맡을때면 함께 힘을 합쳐 으쌰으쌰하기도 한다. 경쟁회사와의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때는 나름의 동지들이 있어 함께 길을 찾기도 하고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소상공인의 뜻을 네이버검색창에 검색해보았다. 소상공인이란 규모가 작은 기업의 사업자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을 말한다. 5인에서 10인 미만의 사업자를 뜻한다. 대기업의 일부 직원으로 거의 평생을 일해왔던 내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되었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일단 없고, 푸념을 하고 들어줄만한 동료나 상사 후배가 일단 없다. 자영업을 시작한다는 건 사실 무모한 용기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필요한 자금이 적어도 수천만원 단위이고 아무리 작은 책방이라도 책을 입고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등(책장이 가장 크지만) 알게모르게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간다.
자영업의 뜻도 알아보았다. 국어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이다. 한자그대로 해석하자면 스스로 자,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사장도 나요 직원도 나요 홍보마케팅도 내가 한다는 뜻이다. 회사가 어느정도 커질때까지는 '내가 오롯이' 청소도 하고 서류작업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회사운영을 해나가야 한다. 자영업에 실제로 뛰어들기까지 수많은 검색과 사전자료 준비를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조언도 듣고 돈도 많이 빌렸을거다(혹은 모아놓은 돈이나 투자금을 받았거나 퇴직금을 받았거나 등등).
일반회사가 싫어서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직장다니면서 나도 창업, 자영업을 해볼까? 저울질을 많이한다) 자영업이 아니면 안되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와 내가게를 선택하든지, 아예 내가게를 여는 것만 생각해서 선택하든지 어느쪽이든 자영업은 '내가 온전히 내 가게를 책임저야하는 '업이다. 회사를 퇴직하고 창업을 하거나, 폐업하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코로나와 같은 우리가 어찌할 수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다른 방법들을 찾고 모색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먹여살릴 가족이 있고 생계를 어떻게든 유지해가야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되고 옆매장과 관계도 내심 궁금했다. 그래도 옆에 붙어 있으니 자주 왕래하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보다 그런일은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좀 있더라도 평소 내가 자주 갔던 곳이나, 친분이 있던 곳이나, 새로 생겼는데 볼때마다 반가워해주고 나름이 시너지효과가 나는 곳에 더 자주가게 되었다.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얼굴볼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영업은 기다림이다. 하루 8시간 9시간 혹은 10시간동안 근무를 하는 곳이 있다면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주업무다. 첫 오픈일에는 내 매장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내 매장을 보고 매장안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가려고 하는 방향이나 목적지가 아니면 크게 관심이 없다. 맛있는 먹거리나 고소한 냄새가 유혹하는 게 아니라면 일반 책방 앞으로 지나가다가 얼씨구나 들어오는 일은 그리 많지않은 거 같다.
오히려 먼곳에서 성교육을 듣기위해 네이버로 전화하고 방문하기도 하고, 멀리 서울지역에서 책쓰기 글쓰기를 배우기위해 물어물어 오기도 한다. 그런 한분한분이 나의 책방고객이 되고 손님이 되고 회원이 되고 수강생이 된다.
사실 혼자서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쉽기도 어렵기도 하다. 매일 올리고 업데이트해야 하는 글이 있고, 새로 나온 신간도서를 검색하고 채워넣는 일도 나의 주업무다. 그렇다고 내가 일이 있거나 서류를 떼러가야하거나 칼라프린트를 하거나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붙이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나는 초조해진다.
초반부터 무인책방으로 운영하기도 했지만, 혹시나 모를 손님을 위해 책방 불을 켜두고 '잠시 다녀올게요'를 붙여둔다. 몇시간째 기다림의 시간이 지속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떨 땐 하루에 손님 한명이 안 올때도 있다!
비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거나 혹은 날씨와 상관없이 그날따라 손님이 없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반면에 손님이 몰리는 날도 있었다. 그림책강의를 하거나 저자북토크를 하거나, 책쓰기 강의를 하는 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날들에 손님이 왕왕 찾아오기도 한다. 자영업은 신비로움이다. 언제 어떻게 손님이 찾아올 지 모른다. 불현듯 평소에 나를 책으로 만나 알고 오는 경우도 있고, 정말 지나가다가 우연히 나의 책방을 보고 들어와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도 가입하고 찐회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아이의 책을 사러왔다가 글쓰기에 등록하기도 하고, 학생성교육을 신청하러 왔다가 필사회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책방과 인연이 있다는 건 놀랍다. 지난 100여일을 돌아보면 (아직 일년도 안되었습니다. 분위기는 몇년이 된것 같지요?) 한분 한분의 소중한 발걸음이 더해져 지금의 책방을 만든것 같다. 내 나름의 노력도 했다. 집에서도 잘 안하는 청소도 이틀에 한번은 꼬박한것 같고, 평소에 일면식도 없던 매장에 방문해 나의 책방을 알리는 노력을 해왔고, 전단지를 들고 다니는 것조차 창피함을 느끼던 나였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전단지를 붙이고 다닌다. 인스타나 블로그에도 주기적으로 책방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있고, 책쓰기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꾸준히 책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다른매장을 방문하는 것과 다른사람이 내매장을 방문해주는 것은 느낌이 좀 다르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어서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나는 내책방도 알리고 반찬을 사기위해 반찬가게에 들리지만, 반찬가게 사장님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나의 책방에 올일이 드물다. (심지어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 자주가는데 어떻게 한번 안오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영업의 특성상 기다림이고, 이 자리에서 꾸준히 손님을 기다리고 자리를 지켜야하는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나처럼 잠시 다녀올게요, 무인으로 운영할 수 없는 업종이기에 (나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게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자리를 비운다는 건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하거나 퇴근할 때를 빼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책방 역시 일정과 스케쥴이 조금씩 채워져가고 자리잡아간다. 공저과정을 등록한 회원들도 제법 생겼고, 독서모임 글쓰기모임도 일정이 대략은 잡혀간다. 수업이 아니더라도, 책이 있는 곳곳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과 일들이 이제는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책방에 누군가가 있다는 건, 들어오세요~ 들어와서 책보세요~ 하는 의미다. 나 역시 너무 긴시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책방 안에서 나름의 자리를 지켜보려고 한다. 나의 온기와 눈마주침과 따스한 인사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책의 향기로 불러일으킬 수 있을테니까.
나라자체에서 지원이나 창업예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모 아니면 도의 식 말고, A로 가다가 B로 잠시 갔다가 다시 C라는 방법도 찾을 수 있게 다양한 사례와 경험, 방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강의를 다니고 그림책을 알리는 이유도 같은 결이다. 누군가 나를 찾는 곳이 '내가 필요한 자리다'. 왜 사람이 없지? 푸념하기보다는 나를 찾는 곳으로 '내가 가는 것'이 맞다. 자영업은 때로 직장다닐 때보다 바깥으로 다녀야할 일도 많고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나 이런거 처음해보는데, 주저할 시간에 한명이라도 더 만나야 한다. 그게 글이 되었든 대면강의가 되었든 사람과의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역시 책과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확신이 든다. 책 하나를 진열해두는 일도 책방지기인 내가 관심을 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의 책방에 발걸음이 이어질 수 있는건 책을 찾는 사람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오전 오후 독서와 글쓰기로 가득한 날이면, 100일 지난 옹알옹알하는 아기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책에 관심이 많은 이웃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아기는 책방에 와서 예쁜 그림책을 바라보고 엄마의 품안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기도 한다.
내가 책방을 문열때 가졌던 마음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쉴새없이 바빴던 워킹맘이자 간호사로서 지내왔던 순간에 잠시라도 책을 보고 쉬어가는 책방이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책과 사람에 집중하자고 다짐했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려고 한다. 매장을 운영하다보면 계획대로 되는 것도 되지 않는 것도 있다. 내가 지금 시도하고 시작하는 일들이 모두 정답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 운영하는 책방에서는 나 스스로 움직이고 시도하고 실제 경험해보면서 알아가는 것이 있다. 프린트 하나도 렌트를 할지, 구매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지만 그때마다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나의 직감을 따르기도 한다.
나는 이제 간호사라는 유니폼을 벗고 자영업이라는 옷을 입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시도하고 시작했다. 오늘 올린 커뮤니티카페의 댓글에서 어느분이 이렇게 말했다.
"작가님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네요. 간절하게 ~~"
그때 알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사실을. 때로는 많은것을 헌신하고 투자하는 것이 무모해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만큼 간절하기에 행동에 옮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과 책과 함께한다는 건 내가 내 일을 찾아서하고 (누구에게 불평할 수도 없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책방에서도 해야할 일이 매일같이 쌓이지만, 내가 지금 할수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간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건네준 선물들도 점점 쌓여간다! 작은 책방에 사랑이 넘친다. 고마운 사람들, 책방을 좋아해주는 사람들, 책방에서 산 책을 잠결에도 놓칠까 손에 움켜지고 자는 어린 친구들까지. 나는 지금 이미 충분히 책에 관한 사랑을, 내가 전한 메시지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