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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an 01. 2024

우리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책방에 관한 책을 많이 보았다. 그 중에 책방에서 커피를 팔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다. 요즘은 북카페라고 칭하면서 다양한 인테리어와 책이 함께 어우러진 곳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나 역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던 것 같다. 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좋아보였던 곳이, 내가 사장이 되면 또 다른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우선 책방에서 책도 팔고 커피를 팔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새 책이 많을 것이고, 책이 손상될 가능성이 항시 있다. 이전에 책방 운영을 해본 적 없는 나는 더더욱 이 부분이 신경이 쓰였다. 커피를 마시게 되면 한두시간 정도 앉아서 책을 보게 되는데, 이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지만 조그만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작은 공간에 단 둘이 있는 것도 사실 부담스러울 것 같다! 책방에서 커피를 팔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공간이 작다. (8평 남짓의 작은 책방 공간에 앉아있을 곳도 부족하다)

2. 커피머신 다룰 줄 모른다. (알바를 고용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무리다)

3. 물이 있는 곳은 청소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 (실제 정수기도 없다)


현실적으로 책방창업한 '현재는' 불가능했다. 창업이라는 건,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고 나에게 기회이자 테스트 기간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해보는 기회가 되고, 수익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나가는 게 우선이다. 물론 커피를 팔아서 얻는 수익도 있을테지만, 외부에서 나의 책방이 전혀 보이지않는 현재의 구조로서는 더욱이 커피마시러 책방에 오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말할것이다. 정수기도 두고 커피도 팔면 좋을텐데? 창업을 하면서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부분은 바로 이거다. '실제 창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정말 그런가? 나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이 온다. 실제 창업해서 일하고 있는 분들도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창업이라는 시작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에도 면접을 보고, 그 가게를 보고, 주인을 보고, 심사숙고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하물며 창업이라는 (내 돈이 오롯이 들어가는) 일을 시작하는 데 심사숙고하는 일은 당연하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며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완벽한 준비보다는 60~70프로의 준비과 기준, 나만의 확고한 신념과 믿음으로 시작했다. 최고그림책방이라는 글자를 간판에 새기고, 이런 책방도 있어요! 그걸 알리고 싶었던거다. 그리고 평생 책방지기로 살아도 좋다! 라는 어렴풋한 나의 미래에 첫 시작점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어떤 가게를 창업하기 이전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책만 좋아한다고 해서 책방을 운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책방도 마케팅이다. 전단지도 만들고, 수업과정도 모색해야 하는 '늘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올까? 어떤 그림책을 진열해두면 좋을까? 이 지역에서는 책쓰기에 관심이 많을까? 등등 책방을 실제 운영하면서 모임을 만들고 강의를 만들어가며 나만의 책방을 만들어나갔다.


미숙하고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면 된다. 처음은 늘 두렵고 어렵다. 어렵다는 게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쪽 길이 어려우면 저쪽 길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정수기가 없어서 생수를 사두었다. 나의 집에는 정수기가 있지만, 책방에 정수기를 설치하기에는 확신이 없었다. 이미 포스기나 cctv 등 렌탈비로 고정적으로 유지비가 들어가기에 가능한 렌탈은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프린터기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고민했다. 컴퓨터 작업도 필요하기에 중고로 (아는 지인이 추천해준 곳에서) 컴퓨터를 사면서 조언을 받고 프린터기를 새것으로 구입했다. 요즘은 렌탈이 대세라 편리한 것은 알지만, 렌탈이 무섭다는 것도 알고 있다.

보통 2~3년의 계약기간을 가지는데 중간에 해약하거나 하면 위약금이 무시못한다. 그래서 시작부터 예산내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기에,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구입하고 설치했다. 모든 것을 혼자서 이루어내야 하는 과정이 버겁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내가 실제로 못하는 부분은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공간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작은 공간이 사람들로 채워졌다. 커피머신이나 정수기는 없지만, 책과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작은 공간에 책과 사람들이 함께 한 나날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건 용기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한두가지에 집중을 하고 나머지는 신경쓰지않는다.

나는 책과 사람에 집중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선별하고 보여주었다. 책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이 재미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게 전부다. 사람이 전부다. 내가 목표하는 책방이 될 때까지는 내면이 알찬 책방이 되어갈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걸어간다. 최고그림책방이라는 김포의 작은서점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움직인다. 블로그나 유튜브, 인스타도 나의 책방을 알리기위한 방법이다. 먼 곳에서도 책쓰기나 성교육을 듣기위해 오기도 한다.


내가 꿈꾸는 책방은 너른 공간에 교육실이 따로 있고, 바깥이 훤히 보이는 통창 유리에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멋스런 인테리어한 책장에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림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엄마들은 유모차를 세우고 아이들은 한켠에 책읽어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엄마들이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면 옆 방에서 돌보미선생님이 아이를 돌봐준다. 옆 방에서는 비누만들기 수업이 한창이다. 갓 구운 빵냄새와 커피향이 책방 안을 가득채운다. 어둑해지는 심야에는 다양한 맥주를 파는 것도 좋겠다.


 책이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그런 책방이 되고 싶다. 처음의 시작은 작고 단순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은 작게 시작된다. 책방은 책방지기와 책방에 오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진다. 나는 책방에 오는 이들을 진심으로 반기고 대하려고 한다. 추운 겨울날씨에도 매번 매주 수업에 빠지지않고 오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최고그림책방 가고 싶다며 노래부르는 아이와 가족모두가 책방에 방문해주는 일은 나에게도 기쁜일이고 새삼 책방 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모임을 통해 아내에게서 남편에게 책의 재미가 전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책방에 오지않아도 책은 그런거다. 책의 재미는 엄마를 통해 가족에게 전해진다. 책이 어렵고 책의 재미를 몰랐던 아빠가 책의 재미를 알아간다. '내 책'이라고 말하며 손에 꼭 붙든다. 차에서 잠든 아이의 손에는 놓칠세라 꼭 붙든 책이 있다. 책으로 사랑을 전하고 책의 향기를 전한다.


2023년 8월에 문을 연 최고그림책방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도 좋은 책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함께해주실 거지요? 최고그림책방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최고그림책방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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