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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an 08. 2024

집주소라서 매장이 필요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서 좋은 점

네이버지도에 등록해 둔 최고그림책방은 우리 집 주소였다. 실제 매장을 오픈하기 전까지 나의 실거주지를 주소등록해 두었다.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책방을 오픈하기 이전부터 책방이라는 직업도 체험해보고 싶었고 <최고그림책방>이라는 이름도 알리고 싶었다. 어쩌면 책을 내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책이 나오면 그 책이 정말 잘 팔릴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표지디자인을 입히고 인쇄소에 들어가 작업을 마친 따근따근한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출간이 매일같이 수십, 수백 권씩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반짝! 하고 신간으로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기 일쑤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편집자의 픽을 받거나 출판사의 역량으로 메인에 올라오기도 한다.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개인이 내는 저서로 치자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 책의 민낯이라도 보이기에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책방이라는 사업도 그랬다. 


어느 날 최고그림책방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길 가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부분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오픈 당일에는 잔뜩 긴장을 하고 아르바이트생도 고용을 했지만, 기대 잔뜩 사람이 많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 중 하나였다. 오히려 책방에 온 방문손님들이 친구와 함께 동행을 하고, 남편이나 자녀와 함께 동행을 해주면서 책방이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작년 1월 30일 나의 생일을 기념해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강화의 종합병원으로 출퇴근하는 동안 네이버지도에 등록된 <최고그림책방> 아주 작게나마 홍보를 하고 있었다. 네이버에 등록된 책방을 보고 연락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김포그림책모임이 열리는 날에는 나의 집주소지로 등록된 네이버지도 약도를 알려주고는 했다.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구래동서점'이라는 검색어 하나에도 최고그림책방이 검색되고 연락을 주니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당시 연락이 와도 방문해 달라는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문을 열거예요~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리고 그림책모임이 열리는 날이면 나의 주거지 작은 방한칸을 테이블과 책장, 책으로 꾸미고 손님들을 초대했다. 작은 방한칸에 샘플로 만든 간판도 있었고, 나름의 명함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5~6월부터는 쉬는 날이나 연차를 사용한 날에 부동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상가를 구경 다니기도 하고, 중개사와 함께 혹은 나 혼자 임대건물을 다니곤 했다. 장소를 물색하기에는 내가 잘 아는 곳이 좋다. 사람들의 오고 가는 위치를 알 수 있고, 아이들의 동선 학부모들의 동선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약간 외진 곳이지만 카페가 있어서 엄마들이 주로 오는 위치도 알아봐 두었다. 해당 건물 주변을 빙 둘러보기도 했고 상가건물 옆매장에 들어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불편한 사항은 있는지, 소음이나 겨울철 난방은 잘 되는지 등등 이미 계약한 사람처럼 건물을 동태를 살피기도 했다. 

7월 말 경 나는 한 상가와 계약을 했다. 구래역에서 가까운 일층 건물이었다. 2층이 세가 저렴하긴 했지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가 눈에 띄일 수 있는 장소, 역을 지나다니다 호기심에 들러보는 곳으로 정했다. 보증금을 조금 더 높이고 세를 조금 낮추었다. 나름의 조율을 하고 렌트프리기간도 받았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렌트프리기간 동안의 월세도 전부 내고 퇴거해야 한다)  계약을 일단 하고 나니, 뭔가 색달랐다. 나의 주거지 이외에 나만의 매장이 생기는 기분은 실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2년의 계약기간이지만, 텅 빈 공간을 나의 일터로 꾸민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집주소지로 되어있던 네이버지도를 수정했다. 잔금을 치르자마자 매장주소지로 네이버지도를 수정했다. 정말 홀가분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최고그림책방을 검색해서 찾아올 수 있다! 매장 주소가 생겨서 좋은 점을 생각해 보았다.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서 좋은 점


1. 집주소가 더 이상 노출되지 않아서 좋다

2. 서평이벤트나 택배 보낼 때 정식매장이 생겨서 좋다

3. 책방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워야 한다. 그래서 좋다!!!!!


내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집주소가 노출되어서 사실 불편했다. 공부방이나 개인교습서는 홍보하는 측면에서도 좋지만, 책방이라는 업종은 개인과외라기보다 다수에게 노출되고 찾아오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사생활과 업무공간의 분리라는 측면에서도 편리했다. 재택근무의 단점은 아무래도 나의 사생활이나 육아적인 부분이 완벽히 분리되지 못해서 불편한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적인 부분은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따로 분리하는 것이 편했다.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이 출간되고 서평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보내는 사람에 간단하게만 기재할 수 없어서 나의 집주소지를 적었다. 연락처는 둘째 치고, 집주소를 적는 것이 묘하기도 하고 불편했다. 그런 사소한 부분들이 나만의 매장을 여는 데 박차를 가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미묘하게 불편했던 부분들은 매장을 오픈하면서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구래역 근처에 도보로 올 수 있는 편한 거리에 최고그림책방을 열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헤맬 수도 있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래역 근처 LG유플러스매장과 NBB 노브랜드버거 사이 골목길로 쭈욱 들어와야 <최고그림책방> 간판이 보인다. 자차로 올 때도 찾아오기 어렵다. 그래서 나름의 방법으로 최고그림책방 주차하는 방법 안내도를 만들어보았다. 주차하는 장소를 한번 터득해 두면 이후에도 찾아오기가 정말 쉽다. 

처음 오는 분들을 위해 약도를 만들고 명함을 만들고 나름의 전단지를 만들고 붙여두었다. 월세 200~300 가까이 되는 터가 좋은, 한눈에 찾기 쉬운 곳이라면 사람들이 찾기 쉽고 그만큼 손님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적정선에서 매장계약을 하고 나름을 방법들을 구상해 내고 실천했다. 

최근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쑬딴스북카페>에 방문했다. 그곳 대표님의 저서가 우선 마음에 들었고 사인을 받고 싶었다. 책방 운영, 책 출간에 관한 조언도 물어보고 싶었다. 스스럼없이 대답해 주시는 모습에서 친근감과 포근함을 느꼈다. 대표님도 최근 2번의 이사를 했다고 한다. 원래는 구래동에 (내가 살고 있는!) 책방을 냈다가 높은 월세로 파주로 옮겼고, 옮긴 헤이리 책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좋았으니 뜨내기손님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위치로 옮겼는데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말 오고 싶은 사람들만 찾아서 오고, 책을 사간다고 한다. 그 말에 너무나 위안을 받았다.

쑬딴스북카페 대표님을 만나고 3가지를 느끼고 왔다. 나도 잘하고 있구나, 난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정말 오고 싶은 사람들이 오는 책방을 만들어야겠다는 깨달음이 새겨졌다. 터가 좋고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한눈에 찾기 쉬운 곳도 나름의 불편한 점이나 문제점들이 많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들어오는 만큼 정리가 안될 것이며, 알바를 고용해야 할 것이고, 그만큼 월세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클 것이다. 나는 지금에 만족한다.

오고 싶은 사람들이 오고, 지나가다가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오고, 그분들이 친구와 자녀와 가족분들과 함께 올 때 나는 참 행복하다. 그리고 뿌듯하다. 책이라는 재미를 이렇게 잔잔히 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 



p.s. 

하지않은 것도 아직 많다. 031 070 으로 시작하는 매장 전화번호가 일단 지금은 없다 (네이버지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네이버연결전화로 연락이 많이온다. 나의 핸드폰과 연결이 되니, 굳이 매달 일정금액 부과하면서 설치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팩스가 없다. 추후에는 이런저런 서류를 챙겨보내야할 일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정식 팩스기기가 책방에는 없다. 모바일팩스 어플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커텐이 없다. 나의 옆 매장은 네일샵이다. 커텐이 잘 드리워져있고, 필요하면 커텐을 쳐서 나름의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을것이다. 지금 나의 책방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첫째아이가 책방에 방문하던 날, 테이블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있었다. 그럴때는 커텐이 필요할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무엇보다 아이가 먹는 동안 불편해하니, 추후에라도 설치할 생각은 있다) 책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으면 좋겠다. 책방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책이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그래도 책이라는 벽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나 많다. 책이 어렵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재미로 다가오고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넌지시 알려주고 싶다. 책방 안이 여과없이 보인다면, 언젠가 한번은 낯설고 어려운 이곳에 방문하는 날도 오지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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