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이 아니라 다른거야

by 정희정

소아과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부모와 가족들을 만났어요. 엄마와 아이가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제일 많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내원하거나, 터울이 아주 많은 형과 함께 내원하거나, 친척이나 지인과 함께 내원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럴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호칭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지레짐작해서 아버지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호칭을 불렀는데 아니라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서 소아과 과장님도 늘 물어보세요. 아이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라고요. 사실 아이를 진찰진료하면서 아이의 상태에 대해 가장 잘 알거나, 어떤 상태인지를 인계받아 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기록에도 아이와의 진료상황과 상태를 의무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4인 가족, 3인 가족의 획일화된 형태가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 친밀감, 그리고 가족의 소통이겠지요.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다봄 출판사의 책의 한 문구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아이의 가족이 일반적인 가족 형태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어떤 특정한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 아이는 자신의 가족이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있다고 느끼기 쉽다.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이든 또 어떤 형태든 상관없이 모든 가족은 똑같은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중요한 것은 아이 눈에 자신의 가족이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_크리스티나 헨켈, 마리 토미치 <스웨덴식 성평등 교육>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가족이 몇 명이고 어떤 형태든 상관없이 모든 가족은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부모가 함께 살지 않더라도 아이를 보러오고 자녀양육을 함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일에는 직장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친인척과 함께 살지만,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상황이나 경우에 따라서 삼촌이나 이모와 함께 살 수도 있고 엄마 또는 아빠와 생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와 결혼하고 생활하는 등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합니다.

대부분 이성애자를 기준으로 법이나 제도가 구성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분류되는 레즈비엔, 게이, 트렌스젠더의 비율은 훨씬 적고 제도적으로도 소외되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으로는 남자, 여자로 구분이 되지만 성적취향은 또 다른 내용입니다. 겉으로는 여자인데 남자이고, 여자로 태어났는데 이성이 아닌 동성에 성적으로 끌리기도 합니다. 사실 이부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제가 이성에게 끌리듯이 자연스럽게 동성에 끌리는 것이죠. 비정상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것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거나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똑같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 취향, 식성, 좋아하는 관심사, 성적취향 등 모두 다릅니다. 모든 다르기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혼을 했거나 별거 중이거나 혹은 집안사정으로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가정에서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부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벤트를 만나고 경험하는데요. 좋은 이벤트라면 좋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이벤트가 수없이 맞닥뜨립니다.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엄마가 우울증이 생기거나, 아빠가 회사를 여러번 옮겨 경제적으로 불안하거나 맞벌이를 해야해서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겨야 하는 경우 등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않은 경우와 변수들이 생깁니다. 싸우고 화해하고 계속 싸우고 해결되지 않은 채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한 감정이 지속이 되면 신경정신과 병원을 방문하거나 각 지차체마다 설립되어 있는 육아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죠. 육아를 하다보면 나 혼자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 다른 부부들도 다른 가정도 겪어나가고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부부나 부모, 육아상담을 위한 문이 많이 열려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부부이 의견이 대립되고 그 화살이 아이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잠시 떨어지거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도 오지요.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모습이나 말투, 소리에서 긴장하고 불안감을 가지게 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나타나기도 합니다. 엄마아빠가 어느날 같이 살고 있지않은데 아이는 그 이유를 모릅니다. 엄마 혹은 아빠가 설명해주지 않으니까요. 그저 불안해하는 마음을 계속 지니고 있습니다. 엄마가 슬퍼보이고 내가 괜히 물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궁금증과 불안함을 꾹 내면으로 삭히게 됩니다. 아이들은 분위기나 환경에 민감해서 당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능한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아빠가 지금 왜 떨어져 살고 있는지, 엄마아빠가 싸우다가도 화해한다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엄마아빠가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본 이후에 아이에게 제대로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엄마아빠가 싸우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더욱 위축되고 감정이 불안한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엄마 아빠가 떨어져 살게 된다면 나 때문인가? 생각하다가 언젠가는 함께 살게 되겠지 희망고문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친구와 지내다가도 싸우고 화해하기도 하듯이 엄마아빠도 싸울 때가 있고 의견이 다를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만약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따로 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엄마랑 아빠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의견이 맞지 않을때가 있었어. 우리 oo 이 때문이 아니고 엄마아빠가 생각이 많이 달랐어. oo이는 엄마아빠의 가장소중한 딸(아들)이야. 엄마아빠가 이야기를 많이 해보았는데 지금은 떨어져서 지내려고 해. 아빠는 혹은 엄마는 우리 oo이랑 같이 지내지 못할거 같아. 하지만 엄마아빠는 우리 oo이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자주 보러올거야. oo이도 엄마가(아빠가) 보고싶으면 언제라도 전화해도 돼. 사랑해 우리 oo이.


엄마아빠가 다툴 때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 중 ‘나 때문’ 이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해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고 육아하다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안맞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엄마는 집안에서 육아, 집안일, 살림하느라 엄마대로 힘들고, 아빠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대로 안고오기도 하지요. 그런부분들이 풀리지 않은채 엉키고 쌓이다보면 부부사이가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관계개선을 위해 상담과 치료,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속적인 부부싸움과 불화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부부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서로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아이들의 부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가족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집단을 말합니다. 부모와 자식, 부부 등의 관계로 맺어져 한집에서 생활하는 공동체이지만, 세상에는 형태나 기능면에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있습니다. 핵가족, 대가족, 입양가족, 재혼가족, 동성인 부모가족, 한 부모가족 등 형태는 다르지만 함께 생활하고 관계를 맺는 가족의 의미는 같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가족의 형태가 더 좋다고 판단할 기준은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의 모습이 변하듯이 열린시각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해하고 개방형 지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모는 몇 분이야? 저분은 누구야? 너와는 어떤 관계니? 개방형 질문을 통해 그 가족에게 관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닫힌 시각과 관계의 개념에서 질문한다면 난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관계의 개념으로 가족을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소아과에서 oo이 아버님이세요? 지레짐작하여 묻는 대신에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어보듯이요. 처음에는 개방형 질문이 어색할 수 있지만 연습하면 금새 익숙해질 겁니다.


중요한 건 가족의 형태나 모양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가족인지, 함께 관계를 맺는 가족내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지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겁니다. 부부 사이의 관계도 그렇듯 가족 내에서의 관계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노력을 할 때 아이가 우리 가족은 조금 다른 모양이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가족이야 라고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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