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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an 15. 2024

네이버카페를 5개만 남겼습니다

설치하기는 쉬워도 지우는 건 어렵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서 알게 모르게 잡초처럼 늘어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무심코 어쩌면 필요해서 설치하고 깔아놓은 것들이 나의 공간을, 나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지는 않은가?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늘 핸드폰을 쥐고 산다. 손에서 멀어지거나 잠시잠깐이라도 안 보이면 조바심이 난다. 화장실에 갈 때도 꼭 챙겨가는 것이 바로 핸드폰이다. 이 핸드폰 속을 들여다보자.


1. 어플

바탕화면이 굉장히 지저분하지는 않은가? 이거 저거 필요해서 설치할 때는 잘 모른다. 내가 필요한 시기에 적재적소에 비치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시기는 언젠가는 지나간다. 일적으로 꼭 필요해서, 아이들 알람을 확인해야 해서, 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설치해 둔 어플이 핸드폰 곳곳을 침범한다. 그 범위가 넘치고 넘쳐서 깔아 둘 공간이 없어지기도 한다.

자, 일단 한번 살펴보자. 아이들이 우후죽순으로 깔아 둔 게임들이 있는가? 지금 하지도 않는 게임이 많을 거다. 나도 그랬다. 둘째 아이가 핸드폰으로 하나둘 게임을 시작하더니 어플설치에서 연달아 10개씩 설치해두기도 했다. 알고리즘에 따라서 비슷하거나 어딘가 익숙하거나 재미있는 게임이 마구마구 추천된다. 나도 아이도 어느 순간 게임을 깔아 두고 하고 있었다.

핸드폰 액정화면이 3페이지가 넘어가면 '내가 필요할 때 찾아야 하는' 어플을 찾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정리했다. 3개만 남겨두고 다 지웠다. 설치를 하기는 쉬워도 지우기는 어렵다. 우리가 무엇이든 그렇다. 만남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어플도 그렇다. 처음 시작은 쉽다. 어플 설치는 너무너무 쉽다. 앱스토어에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게 게임이다. 설치 버튼만 클릭하면 다다다 내 핸드폰에 깔아진다. 그렇게 게임은 내 핸드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핸드폰 바탕화면에 어지럽게 깔아 둔 어플을 정리해 보자. 한꺼번에 하기 어렵다면 '지금 사용하지 않는, 거들떠도 안보는' 어플을 1~2개만 설치삭제 버튼을 눌러보자. 그게 시작이다. 세상에는 편리한 어플도 많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어플이 정말 많다. 필요에 의해서 전문가들이 만들고, 공유하고 사람들은 이용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어플도 너무 많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어플을 정리하는 것도 내 삶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다.


2. 카카오톡

카카오톡은 만인의 연인이다. 늘 카카오톡으로 아침을 열고 하루를 닫는다. 카톡~ 깨록~ 카카오톡이 울리는 소리는 정감이 가고 눈길이 간다. 누군가 나에게 연락을 했다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은 일이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인스타를 통해 나에게 접근해 온 사기꾼이 있었다. 가구협찬을 핑계 삼아 인스타디엠을 타고 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디엠에 적힌 정보요청에 응하고 말았다.

아뿔싸! 카카오톡 비밀번호가 털린 것이다. 나처럼 평소 컴퓨터에 익숙해도, 젋은층에 속하는 사람도 의외로 이런 sns사기와 보이스피싱에 정말 많이 노출된다고 한다. 내가 그랬다.


당시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모든 업무와 소통, 연락이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카카오톡 비밀번호가 유출되고 그 악당(?)은 내 아이디로 무슨 짓을 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카카오톡 고객센터는 참 불편했다. 직접 소통하거나 연락을 취할만한 연락처가 어디에도 없었다. 문의하기 답변이나 자주 묻는 질문이 전부였는데, 카톡으로 모든 일을 하던 그 시기에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3개월 카톡아이디 정지라는 처분을 받고(굉장히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핸드폰 번호를 바꾸게 되었다. 그래야 카톡을 할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이전카톡아이디를 사용할 수가 없었고 이전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연락처저장이 안 되어있는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카톡이 차단되었다. 나의 안부를 묻거나 설이나 명절에 인사를 나누던 고향친구들이 못내 그리워지기도 했다. 정선이와 윤정이는 유일한 고향친구들이다. 육아하느라 직장 생활하느라 일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친구들이지만, 만날 때마다 반갑고 좋은 일이면 축하해 주는 나의 든든한 친구들이다.


정선아~ 윤정아~ 이 글을 보면 꼭 나에게 연락해 :)


3. 네이버카페

네이버카페도 설치를 해두면 좀처럼 삭제하기 어렵다. 물론 관심사가 많고 친목을 위하거나 사회생활을 위해서 들어야 하는 부분은 맞다. 하지만 이 정도가 과하지는 않은지 한 번쯤 정리의 시간을 가져보아야 한다. 하루 날 잡아서 말이다. 설치는 순식간이지만, 삭제의 시간은 오래 걸린다. 고르고 선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우리가 짐정리를 할 때 생각해 보자. 지금 사용하지 않는 짐과 잡동사니가 정말 많다. 알게 모르게 아이가 받아오는 학교과제물, 자료들, 내가 업무 하면서 쌓여가는 서류들, 카드명세서들, 필요할까 봐 혹은 필요해서 산 물건들.. 짐은 암암리에 우리의 생활을 점령하고 자리를 차지한다. 핸드폰 속도 짐들의 공간이다. 짐이 잡초처럼 스멀스멀 자라난다. 3개월에 한 번씩은 비우기 연습을 하는 날로 정하면 좋겠다. 당시에 필요해서, 급해서 깔아 둔 어플이나 카페도 '지금 현재 들어가고 있지 않다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간이 비워지면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활력이 생긴다. 정리도 습관이다.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살까? 말까? 오늘 배달을 시킬까? 집밥을 먹을까? 이 어플을 놔둘까? 지울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번 비워본 경험이 있으면 또 비울 수 있다. 한번 지워본 경험이 있으면 또 지울 수 있게 된다. 오늘 나는 그간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나 했다. 네이버카페를 정리했다.

이런저런 경로로, 내가 필요해서 설치해 둔 카페들이 있었다. 가입인사를 하고 꽤나 많은 활동을 한 카페도 있었다. 등급이 제일 높은 단계의 네이버카페도 있었고 씨앗단계인 네이버카페도 있었다. 남겨둘 네이버카페를 선정했다.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를 포함해서 5개의 카페를 남겨두었다. 내가 자주 소통하고 글을 올리고 반응이 오는 카페들이다. 그 외에 카페는 모두 지웠다. 잠시 망설임도 있었지만, 5개를 남기는 게 딱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관리하고 글을 올리는 일에도 정성과 관심이 노력이 들어간다.


너무 많은 카페는 나의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내가 집중하고 싶은 카페를 남겨두고, 나의 관심사를 집중시키기로 했다. 짐도 한꺼번에 정리하면 어렵고 힘들다. 특히 비워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버리기를 선택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는 일단 그대로 두어보자. 버리기 쉬운 것부터 정리해 보자.

어플 중에서, 네이버카페 중에서 정말 최근 3개월~6개월에 한 번도 안 들어갔다든지, 이 어플은 삭제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가장 낮은 단계부터 공략해 보자. 버리기 쉬운 것부터 정리하면서 레벨을 높여나가면 된다. 버리는 것도 선택이다. 선택을 잘하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지, 혹은 짐이 되는지 판별력도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자리한 공간부터 정리해 나가는 습관이 내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카드도 어플도 설치하기는 쉽지만 삭제하기는 어렵다. 삭제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된다. 고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워도 될까? 정말? 나중에 필요하지 않을까? 선택이라는 고민은 쉽지 않다. 우리는 고민하기 싫어서 다음에, 나중으로 미뤄두는 건 아닐까?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에 중요한 건 무엇인지, 버려야 할 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 고민의 시간은 내 삶에 대한 관심이고, 고민하는 시간만큼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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