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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an 19. 2024

3의 법칙

3이라는 숫자에는 묘한 매력이 있는듯하다. 말을 할때도 책을 쓸 때도 3이라는 숫자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내가 이전에 들었던 수업 중에는 스피치강의도 있었다. 그당시 강사가 이야기했던 숫자 역시 '3' 이었다.

 

말이라는 것도 사실 처음 중간 끝으로 이루어진다. 말을 하다보니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때가 있다. 강의를 할 때가 그렇다. 맨 처음 강의하던 당시 호텔에서 연습을 했었다. 고향이자 친정인 경북 구미에서 난생 처음으로 대중앞에 서게 된 것이다. 많이 떨렸다. 하다가 막히면 어떻하지?

내가 실수하면 어떻하지? 강의하기 전날 호텔방 안에서 오만가지생각이 들었다. 걱정반 두려움반 그리고 설렘 반.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해보기도 하고 준비해간 자료를 보고 또 보았다. <하루10분 그림책읽기의 힘> 출간을 기념하여 북토크를 열었고 그게 나의 첫 강의였다.

엄마아빠 그리고 나의 아이들, 친구들을 비롯해 미리 신청해둔 분들까지 자리가 가득 채워졌다. 구미삼일문고는 아주 특색있는 곳이다. 첫 눈에 알아볼 정도로 아이들도 어른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의 멋진 곳이다.


꿈꾸었던 첫 강연이 이루어지던 순간이었다. 파워포인트 화면을 띄우고 한단락 한단락 나의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처음의 떨림과 두근거림은 이내 편안해졌고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강의자료에 너무많은 내용을 넣지않았다. 전체가 7~8페이지 정도의 간략한 소개글 정도만 첨부했다. 책 소개 외에는 그림도 없었다.

하얀 여백에 한 줄 한줄이 인상적이었던 걸까? 포인트가 되었던 걸까? 강의 중간중간에 사람들은 사진을 찍었다. 이 내용은 꼭 담아가야지 라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강의할 때를 떠올려본다. 처음 운을 뗀다. 그날의 날씨상황이라든지 강의를 올 때의 복장이라던지 그날의 감정을 강의에 참여해준 사람들에게 묻는다.

내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3으로 정리해본다. 첫째 , 둘째, 그리고 마지막.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미리 운을 떼는 것도 좋다.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다음은 이 내용이겠지? 미리 운을 떼었다면 추측하고 알 수 있다. 왜 하필 3 일까?

2 이라는 숫자는 뭔가 모자르다.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아쉬운 느낌이 든다. 이야기를 하다만듯한 느낌이 든다. 4라는 숫자는 뭔가 부담스럽다. 청중들은 속으로 '그만 좀 해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3' 이라는 숫자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글에도 3의 법칙이 작용한다. 우리가 원고를 쓰거나 책을 필사할 때 한글파일이나 워드파일을 사용한다.

한글파일에 원고를 적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A4 용지로 2페이지가 조금 넘어가는 분량이 나온다. 말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


누군가 앞에 앉아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야기하듯 글을 쓰면 된다. 해라 하지마라 가르치는 것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면 된다. 나는 이렇게 살았고 이런 깨달음도 얻었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도 만났는데 이렇게 해결해나가고 있다.


글을 쓸 때도 3이라는 숫자가 중요하다. 한페이지, 두페이지가 넘는 원고량을 채우는 것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 내 이야기만으로 한 꼭지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3이라는 숫자에 집중해보자.


만약 그림책이라는 주제에 대해 쓰려고 한다. 그림책과 관련된 3가지 사례나 경험, 에피소드를 떠올려본다. 아이와 재미있게 읽은 그림책 하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하나, 그림책모임에서 인상깊었던 그림책 하나. 이렇게 3 가지의 키워드를 찾아내본다.


주제는 그림책이라는 하나의 주제지만, 키워드는 3가지가 나온다. 각각의 키워드에 해당하는 나만의 에피소드를 적어내려가면 된다. 아이와의 추억을 생각할 수도 있고, 아이가 좋아했던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도 된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키워드작업을 한다. 처음 글을 쓸 때 어려워하는 것중에 하나가 이거다. 어떤걸 써야할 지 모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 글로 적어내려갈 정도로 가치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나눈 내용 중에 정말 팁이다! 좋은 정보다! 싶은 정보는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 올려달라고 요청한다. 나 혼자만 알고 있었던 정보가 카페글에 올려질 때 빛을 발한다.

나누면 배가 되고, 나의 이야기가 다른사람들에게 알짜배기 정보가 되고 도움이 된다. 그런 사례들을 하나 둘 엮다보면 나만의 글이 탄생한다.

모두 자신만의 노하우와 방법이 있다. 그걸 찾아내는 게 나의 역할이기도 하다. 매주 매시간 책방에 오면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주간 어떻게 지냈어요? 부터 시작한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글쓸거리가 차고 넘친다.

들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키워드로 메모한다. 그리고 이것 한번 써보세요 전해준다. 스스럼없이 말하고 이야기나누었을 뿐인데, 그들의 이야기가 글이 되고 다른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글의 힘은 탄력을 받는다.



오늘 당신의 이야기에는 어떤 내용이 숨어있을까?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한 색감으로 채워졌을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다. 오늘 나와 마주친 사람들, 내가 걸어왔던 길, 내가 한 이야기들, 내가 먹어본 음식들, 바라본 하늘의 색깔, 좋았던 음악이나 향기 등등. 오늘 하루 동안이지만 나의 일상을 채웠던 키워드를 한번 적어보자.


많이도 말고 3가지만 한번 적어보자. 감사할 거리도 3가지만 한번 적어보자. 따스히 책방안을 비춰진 햇빛, 따듯한 말을 건네준 사장님, 허기를 달래준 에그타르트.

그 속에서 보석같은 나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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