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브런치는 나에게 친구이자 연인이 되어갔다. 때는 바야흐로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번째 책 <책 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을 출간하고 뜨드미지근한 반응에 이게 뭐지? 하는 기분도 잠시, 나는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의 첫 아이와 함께 시간들을 그대로 녹여낸 첫 번째 책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유일한 작품이었고, 내 인생 전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책을 세상에 펴내고 많은 반응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공감하듯) 이 세상에 책은 많고 너무나도 많았고 나의 책도 그 수많은 책들 중에 하나에 그쳤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네이버에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사실 굉장히 기계와 친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틱톡이나 인스타 등 sns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 보는 독자 중에 한명에 불과했고, 내가 선뜻 sns를 한다? 라는 생각은 결단코 하지못했던 사람이었다.
브런치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끌었고,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브런치 작가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지원을 했다. 이미 책을 한권 써봤기에 글의 흐름이나 원고형태에 관한 감을 익혔다. 내용과 알짜배기 구성만 있으면 될터.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지원을 하기 위해 나름 골몰하고 내용과 원고목차에 관심을 기울였다. 정리된 원고를 브런치 작가지원에 제출했다. 난생 처음 브런치작가 지원을 했으니, 기대도 되고 설레이기도 했다. 왠지 브런치 작가라고 하면 (당시 나는 브런치작가를 자주 구독한 것도 아니었고, 말 그대로 정말 단순한 호기심에 시도한 것이다) 있어보이기도 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 된다면?
며칠이 지났을까? 당당히 브런치작가 승인 통보를 메일로 받았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목차나 글의 주제는 정했지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 전에는 좋은생각 원고응모를 수시로 하던 중이었다. 그 속에서 '미채택' 된 글들을 브런치로 하나 둘 옮기기 시작했다.
좋은생각 원고응모를 할 때는 크게 장벽이 있지않다. 좋은생각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하고 로그인 후 원고응모를 그냥 하면 된다. 정말 '그냥' 하면 된다. 정해진 분량은 한글파일 (A4 사이즈 기준) 반 페이지 분량이면 된다. 그러나 수기의 경우는 상금도 있고, 원고분량이 다른 에세이에 비해서 좀 길다. 그러나 수기 원고에 실린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좋은생각에 실린다는 걸 의미하므로 뜻깊고 의미있는 일이다.
작게 나의 글이 실린 적도 있고, 그러나 수기에 보낸 글이 아쉽게 좋은생각에 실리지는 못했지만, 격려의 의미로 약간의 상금을 받아보기도 했다. 글을 쓰고싶은 사람이라면, 나의 일상이야기를 편하게 적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좋은생각 원고응모하기 를 적극 추천한다. 흔하디 흔한? 일상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모두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다 다르고,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묻힐 뻔한' 당신의 이야기를 건져올려 글로 적는것이 중요하다. 그 역할을 나는 오늘도 하고 있다.
브런치와 블로그, 좋은 생각 이 3총사는 나의 시간을 지탱하게 해준 고마운 삼총사들이다. 방문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좌충우돌 에피소드 들이 정말 많았는데 당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방문간호는 환자와의 약속시간이므로 보통 10시까지 출근하면 된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펴고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커피한 잔을 시켜놓고 조용한 아침시간에 노트북으로 글을 적었다.
전날 일어났던 일을 적기도 하고 일하면서 기록해두고 싶은 것들을 짜임새 있게 적어보기도 했다. 방문간호를 하면서 이 세상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고, '방문하는 직종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 둘 브런치에 원고가 올라갔고 구독자도 한명 두명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글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실로 감사한 일이다. 다 읽어내려가진 않겠지만, 나의 페이지에 방문해주었다는 사실 만으로 뿌듯하고 기뻤다!
방문간호사 원고를 모아 출판사에 보내기도 하고, 한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했다. 당시 원고는 출간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인연이 닿은 출판사대표님과 함께 작업한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정희정 저) 이 최근 출간되어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고라는 건, 글이라는 건 적어두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출간되지는 못했던 원고지만 해당 원고는 책쓰기 글쓰기수업에서 아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아깝지 않으세요? 출간되지 못해서 많이 속상했을 거 같아요.
물론 아주 많이 속상했고 슬펐다. 책으로 출간될 수 없던 상황이었기에 나는 정말 많이 아깝고 아쉬웠다. 하지만 지나고보니 '글 이라는 게' 나 혼자만 생각할 부분은 아니었기에 어쩌면 당시 원고가 출간되지 못한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나의 원고를 글쓰기 주제로 삼아 예비작가들의 든든한 교재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다.
브런치는 오늘도 나의 하루를 지탱해주고 있다. 문득문득 친한 친구처럼 생각나는 브런치. 아침 나절, 점심 나절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브런치.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하얀 여백을 또 바라보게 만든다. 가득하고 꽉 찬 인터넷 페이지를 벗어나서 브런치스토리의 하얀여백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할일이 가득찬 하루일과를 잠시 벗어나서 쉼과 여유와 여백이 있는 시간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