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이런 싱그러운 기분은. 오늘 나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조금 둘러가는 숲길, 그리고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도로바로 옆 아스팔트 길.
나는 오늘 숲길을 선택했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아침공기가 사뭇 달랐다. 숲길로 들어서는 초입 부분에서 구름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았다. 약간은 오르막인 숲길을 한걸음한걸음 걸어 올라간다. 좋다. 나뭇잎도 꽃잎도 하늘도 구름도. 걸어가는 지금의 시간도 참 좋다.
나무가 늘 곁에 있지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빠른 길을 찾는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일상의 약속이 있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아이들을 챙기고 키우며 장볼거리를 사들고 길을 오고 간다. 내가 주로 다니는 길이 아스팔트길인지, 숲길인지 생각해 보자. 내가 주로 다니는 길이 나의 기분을 나의 관심을 조금은 바꾸어주기도 한다.
지금의 내가 그랬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속상한 일도, 기분이 안 좋은 날도 있었는데 구름 뒤 싱그러움을 머금은 숲길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조용하고 한가한 아침 이 시간, 나 혼자만이 맛볼 수 있는 숲길의 여유라고 할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나무와 꽃 그리고 숲길의 공기가 함께한다. 드문드문 보이는 새들도 나의 곁을 함께해 준다. 숲길이 참 좋았다. 그런 숲길을 걷고 있는 내가 참 좋았다.
우리에게도 늘 두 가지 세 가지 그 이상의 길이 존재한다. 이쪽으로 가면 빠르기는 하지만 단조로운 길, 저쪽으로 가면 둘러가기는 하지만 숲길의 처럼 싱그러움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길.
인생의 길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 커피를 어떤 걸 주문할지? 점심메뉴는 어떤 걸 선택할지? 직장은 직업은 어떤 걸로 선택해야 할지? 이 쪽 길로 가야 할지 저쪽 길로 가야 할지? 이 운동화가 좋은지 저 운동화가 좋은지. 작고 사소한 것들부터 인생의 크나큰 선택들까지.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하고 산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마음의 길도 존재한다. 상황과 경우는 언제든 생기기 마련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도 있고,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상황들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선택해야 하는 걸까?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기에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상황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누군가 나에게 언짢은 말을 하거나 불쾌한 행동을 했다면, 나 역시 그에게 달려들 것인가? 욕이라도 하며 상대를 다그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의 분노표현 대신 시간을 두고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대응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감정이란 것이 있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무엇이 정답이라는 건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 내가 '발끈'하는 대신 크게 반응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있다. 모든 것을 내가 감내하고 참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순간의 기분과 감정에 휩싸여서 나 역시 상대와 똑같이 대응해서 후회하게 되는 것은 결국 나다. 똑같이 화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내 기분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나다.
개인마다 상황이나 이유, 경험이 다르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입장도 반응도 다 다르다. 그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한 번쯤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내가 이렇게' 느꼈는지에 관해 분노를 뺀 상태에서 이야기해 보자. 내가 상대에게 '내가 받은 상처나 해가 되었던 말이나 행동'을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시어머니와의 대화나 행동에서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는 거다. 남편과 속상했던 일을 친구나 지인에게 말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이 사람과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거라면, 이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최대한 감정을 싣지 않고 '이런 부분은 이러했고 나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어야겠다.
우리가 공자나 도에 통달한 사람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이런 과정은 매우 어렵다. 처음이라면 더더욱 쉽지 않다.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 있을 때라도 말하기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꼭 필요한 말이지만,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걸 안다. 조그만 것이라도 이야기하고,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상대에게 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잔소리랑은 다르다. 잔소리는 어떻게 해라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은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잔소리는 '상대가 바뀌 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대가 초점이 되지만, 내 마음표현하기는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진다. 나는 이런 상태이고 이렇게 느꼈다는 것이 초점이 된다.
오늘 아침 숲길을 선택한 것처럼, 당신의 일상에도 잔잔한 숲길 같은 쉼이 있는 걸음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매일 걸어 다니던 아스팔트 길 대신 숲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