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서 성교육이 진행되었다. 일주일 전에 한번 만났을 뿐인데 우리는 금새 친해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솔이와 함께 책방에 방문한 민솔이 엄마아빠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민솔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길에서 아이를 향한 사랑이 전해진다.
그림책이 잔뜩 진열되어 있던 테이블 위를 말끔이 치우고, 책방은 수업장소로 바뀐다. '예약제" 라는 팻말을 책방문에 붙여둔 이유다. 평소에는 책방으로서의 기능을 하지만, 성교육이나 독서모임 글쓰기수업이 있는 날은 책방은 자기계발 수업공간으로 변신한다. 또 가끔은 '무인책방' 이라는 팻말을 걸어두고, 편하게 들어와서 보고 사갈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한 경험들이 성교육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주말이나 연차, 일을 끝마치고 성교육수업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10년이 훨씬 넘게 일하면서 다양한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우리일상 생활속에서 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콘돔이라는 기구가 의료기기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약국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콘돔이지만, 이 의료기기에 관해 정확한 사용의 목적과 방법에 관해 미리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것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사실 콘돔이라는 의료기기는 계획하지않은 임신을 예방하는 목적이 크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성병 예방이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듣거나 알게되는 성병은 생각보다 흔하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감기처럼 면역력이 약해지면 질내 상주하고 있던 균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파트너와 성관계를 통해서 아주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돌이키지 못하는) 성병이 걸리기도 한다.
꽁꽁 감춰둘것도, 그렇다고 남들앞에서 드러내고 다닐 것도 아니다. 아, 그런것이 있구나! 아이들이 성장해나가는 시기에 훗날 신체정신적으로 건장한 어른이 되었을 때, 남녀가 성관계를 계획하게 되면 콘돔이라는 의료기기는 당연하게 필수적으로 착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나의 몸을 지키고 상대의 몸을 지켜주는, 내 몸을 소중히 대하고 상대방의 몸을 소중히 대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첫번째다. 실제로 자신의 몸을 소중히 관리하고 대하는 친구들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배려하고,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상대를 존중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몸에 베여있다. 이러한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최고그림책방을 (책이 팔리던 안팔리던) 열고 수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목표가 있기에 가능했다.
아이들만 성교육한다?
한번만 배우면 된다?
성교육은 단회성, 일회성이 아니다. 성교육은 아이만 듣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들어야하는 교육이며, 아이를 함께 양육하고 있는 모든 보호자가 함께 배우고 들어야하는 교육이다. 한번으로 끝날까? 성교육을 한번만 듣는다고 해서 아이의 평소 습관이나 성에 관한 인식이 달라질까? 나는 절대 그렇지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이전에 부모님들을 상담하는 이유이며, 아이들에게 특별히 전해야하는 교육도 있지만, 가정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져야하는 경계나 규칙, 매너에 대해서 부모님들에게 설명하고 반복반복 반복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부모의 가치관이나 언행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생리는 귀찮아. 정액은 더러워. 혹은 성소수자들에게 대해서 (모든 이들을) 부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는 등의 말들은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전해진다. 성교육은 단순히 정자와 난자, 생식적인 구조에서만 끝내는 것이 아니다. 매번 성교육을 진행하면 할수록 나는 내가 전해야할 메시지와 가치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지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매달 도서관이나 기관에 방문해 그림책성교육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하면서 눈이 반짝거리며 나의 강의를 쫓아오는 독자님들을 대할 때마다 참 감사하다. 아이 이전에 부모가 먼저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있고 그들 또한 나의 강의를 듣고나면 주변에 자연스럽게 성교육메시지를 전한다. 늘 강의 말미에 전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이 성교육 메신저입니다.
아이들이 백해무익한 음란물이나 영상을 '진짜'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정에서 성교육을, 제대로된 성교육을 먼저 시작하면 된다. 아이들이 가짜 연기를 진짜라고 잘못 알기전에, '숨기지않고 있는그대로' 건강하고 밝은 성교육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저의 책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을 통해 가정에서 먼저 건강하고 바른 성교육을 시작해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예스24와 콜라보로 기획한 전국 지역책방에서 북토크를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