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친정에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김포요 친정은 경북 구미다. 차로는 4시간~ 밀리면 6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가까우면 자주 갈텐데 이마저도 쉽지않다. 첫아이를 낳고 아이가 어릴 때, 어린이집에 못 갈때 밤새 차를 몰아 구미 친정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기도 했다. 겨울방학이나 여름방학이 있는 날에는 다니는 직장과 쉬는날이 맞으면 (혹은 이직하는 중간과정에서) 며칠씩 구미에 다녀오기도 했다. 명절 때마다 시댁인 강원도와 경상도를 오가는 건 힘이 빠지고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일단 차를 타고 평소에도 장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명절 특성상 다함께 가고 다함께 오는 길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남들 다 갈 때 가고 남들 다 올 때 오는 길이 5년차 10년차가 넘어가니 지침을 넘어서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친정부터, 시댁부터 이런 룰을 정하는것 자체가 불편했다. 상황껏 형편껏 거리나 여러상황이 맞추어줄 때 편한마음으로 오고가면 좋을텐데, 그러지못하는 상황이 싫었고 슬펐다. 아이들도 점점 지쳐갔다. 어릴 때는 분유와 기저귀, 갑갑한 차안에서 칭얼거리기 일쑤였고 (엄마도 정말 속으로 울었다) 밀리는 도로에서 마냥 기다리고 시간을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잠을 자도 힘들었고 좀이 쑤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도로에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관심없는 이야기에 비위를 맞추는 일도, 나는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공감이 안가고 재미없었다.
작년부터 명절당일에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연휴기간이면 어김없이 밀리는 도로가 지겨웠고 차라리 그시간에 단 한명이라도 책방에 방문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데로, 적으면 적은대로 좋다. 내가 연휴기간에도 문을 연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리고 싶었다.
김포 도서관홈페이지에는 떳떳이 최고그림책방이 지역서점으로 올랐다. 지역서점에 올리기 위해 몇번이나 문의했다. 실제 도서관에서 실사를 나오기도 했는데, 책방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규모와 장서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마치 시험성적을 받는 아이처럼 조금은 긴장하기도 했다.
일년전 사업자등록을 해두고, 작년 8월부터 매장문을 연 최고그림책방은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나가고 있었다. 동네서점과 상생하는 의미로 시작한 '바로보네' 와도 연결사업을 시작했으며, 동네서점에도 책방소개와 이름을 올렸다.
책방에 방문한 손님이 문화누리카드를 문의해서, 가맹점 등록까지 완료했다. 지금은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서점POS 프로그램도 담당직원의 안내에 따라 설치하고 설명을 들었다. 장기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서점 탐색기능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최고그림책방 이름이 없어서 바로 신청했다.
손님들 중에는 책 입고와 관련해 문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주문해달라고 해놓고 안오는 사람도 있었다. 만화책 주문도, 아이들 헝겁책 주문도 있었다. 처음에는 전화문의 오는 대로 주문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오지않았다. 내가 손해보는 입장에서 (배송비까지 부담하는) 막상 주문해놓고 보니 이게 뭔가 싶은거다.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한동안 책방 한켠에 자리했던 만화책꾸러미는 그대로 반품을 해버렸다. 언제 팔릴지도 모르고, 그 손님이 언제올지도 모르기에 미련없이 반납했다.
그뒤로는 책관련 문의가 오거나, 주문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예약금을 받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그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손길과 관심으로 꾸려진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입고하고 새책이든 중고책이든 책방이라는 플랫폼을 거쳐서 주인에게 찾아가면 그만이다.
책방지기와 손님 사이에 갑과 을이라는 입장은 무의미하다. '내가 찾는 책'이 그 곳에 있으면 좋은거다. 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온라인 서점이든 대형서점이든 책 주문은 굉장히 쉽다. 온라인으로 클릭하기만 하면 책이 배송되어 집으로 온다. 그것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책방에 들어오는 순간 책을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나도 그렇다. 최근 둘째 아이와 함께 방문한 파주의 쑬딴스북카페에 방문했을 때도 '책방의 생태와 씀씀이, 마음'의 알기에 평소보다 더 여러권의 책을 샀다. 물론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만 말이다.
이번 설날에도 명절대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칸막이가득 채우고 있던 중고책들과 먼지가 쌓여가는 많은 새 책들을 특별한 할인혜택으로 풀어두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방문한 어머니의 눈길을 받은 사운드북 2권과 재미있는 그림책이 손에 들려진다.
"중고할인 이벤트를 또 하나요?"
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또 할거라고 답한다. 나의 책방을 지역주민이 마음껏 활용하고 좋은 책들을 사갔으면 좋겠다. 사진만 찍어가지 말고,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사가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나는 앞으로도 명절때마다 책방 문을 열거다. 설에도 추석에도 신년에도 최고그림책방은 문을 열어둘거다. 명절때마다 오고가는길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제는 날려버리고, 편안한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좋아하는 이웃분들과 함께 연휴시간을 즐기며 보내고 싶다.
아무도 나에게 시키지않았다. 명절때마다 어디어디 가라고. 나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된 지금이 참 좋다. 내가 문을 연 이곳에서 행복바이러스가 퍼지길 바란다. 우울했던 마음 잠시 달래어주고, 명절 스트레스 조금은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 책방에서 아이곁에서 유튜브를 찍었다. 그 영상이 오늘 업로드되었다.
깔깔깔 웃을 수 있는 그림책이야기로 잠시나마 명절스트레스도 날리고, 소개한 책 이름도 맞추어서 책 선물도 받아갔으면 좋겠다. 최고그림책방이 걸어온 그 길에 재미와 감동과 웃음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