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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ug 08. 2023

가정에서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간호사이고 성교육강사입니다

성교육을 진행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재 내 위치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집에 묵혀두었던 옷을 정리하거나 책을 정리할 때 어떻게 하나요? 기존에 있던 짐을 바닥에 꺼내둡니다. 현재 나의 짐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죠. 그리고 옷을 하나하나 골라가며 보관할 것, 버릴 것을 분리하기 시작합니다. 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자꾸 집어넣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 위치를 알고 비우고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가정방문을 통해 성교육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밖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놓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방은 각자 쓰는지, 노크하세요 문구가 붙어있는지, 함께 생활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이 존중되고 구분되는지, 그리고 아이들의 방에 물티슈나 휴지, 각티슈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됩니다.

이전에 방문간호사 일을 하면서 수많은 가정을 방문하고 가정환경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인공관절 수술한 환자의 집에 가보면 집안의 환경이 특히 중요한데요. 수술부위의 통증과 회복을 위해서 설거지하는 동안에도 잠시 앉아서 쉴 곳이 필요하고, 넘어질 수 있는 주변환경을 정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평소 바닥에 앉던 환경이 되어 있다면 좌식생활(의자를 사용하는)을 할 수 있도록 환경정리에 조언을 드렸습니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게 되면 바닥에 앉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무릎재활과 관리를 위해서도 의자생활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요.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저는 성교육을 시작하면서 각 가정의 환경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생활하는 곳에서는 이미 적응이 되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나 개선할 점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때 약간의 조언을 드리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개선할 수 있고 환경의 변화를 통해 의식의 변화, 행동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게 됩니다. 오늘 만난 어머니와 아이들에게도 ‘똑똑 노크하세요’ 문구를 방문마다 적어서 붙여둘 것을 권해드렸어요. 

성교육은 성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게 전부가 아닙니다. 아이들과 부모사이에, 사람과 사람사이에 지켜져야하는 ‘건강한 경계’를 지키는 데 그 목적과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몸에 대해 먼저 잘 알아야 하고 나와는 다른 성을 가진 상대방의 몸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벼락공부하듯이 뚝딱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아주 조금씩 알려주고 변화를 이루어나가는 겁니다. <노크하세요> 의 정확한 의미는 자녀방에 들어가기 전에 똑똑 노크한 뒤에 아이가 동의하면 아이의 방에 들어가는 걸 의미합니다. 노크만 하고 후다닥 들어가는 의미가 아니지요. 들어가도 좋다 라는 동의는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경계를 지켜주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주 작은 실천이지만 그 효과는 큽니다. 가정에서의 똑똑 생활습관이 몸에 베이면 사회생활을 하거나 일상 생활 속에서도 서로의 경계를 지키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친구의 물건을 사용하거나 스킨십을 할때도 ‘동의’라는 개념을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내 몸의 소중한 부위가 어디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뭐라고 답하실 건가요? 이미 이전의 글을 읽어본 독자님들은 단번에 답이 나오겠지요? 그렇습니다. 음경(음순), 엉덩이, 가슴, 그리고 구강(입)입니다. 오늘만난 친구들도 음경이라는 단어는 바로 나왔지만, 평소 자신의 몸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생각할 시간이 없었기에 음경 이외의 다른 부위는 한참을 생각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영복을 입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요즘 정말 무더운 더위로 워터파크, 실내수영장, 계곡 등 물놀이를 정말 많이 즐기시는 데요.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때 한번쯤 설명해준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은 수영복을 갈아입히는 행위에만 집중했을 거예요. 수영복은 왜 입어야 하는지? 우리 몸의 어떤 부위를 가려주는 지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매번 수영복을 여러차례 갈아입어도 나의 소중한 부위가 생각나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일상 속에 성교육이 스며들어 있다라는 의미는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수영복을 갈아입는 단순한 행위 속에서 성교육이 가능합니다! 우리 몸에 소중한 부위를 가리기 위해서 수영복을 입는거야. oo 이에게는 나만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부위가 있는데 음경(음순), 엉덩이, 가슴이지? 그래서 수영복을 입어서 나의 소중한 부위를 가려주는 거야. 한번 수영복을 입어볼까? 이렇게 말이지요. 참 쉽지요? 수영복을 갈아입을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세요. 말을 조금씩 변형해도 좋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가장 중요한 개념을 전달하면 됩니다.

반복하다보면 어느순간 아이가 먼저 말할거에요. 나에게 소중한 부위를 가려주기 위해서 수영복을 입는 거예요. 음경, 엉덩이, 가슴은 나만이 볼 수 있어요. 라고요. 가정에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할 수 있답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스스로 할줄 아는 나이가 되면 “음순을 다치지 않게 속옷을 입어볼까?” 연습시켜 주면 됩니다. 나의 소중한 부위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전달하면 됩니다. 내 몸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소중한 부위를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부모님 자신도 소중한 부위를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6~7세 아이들부터 읽어주면 참 좋은 그림책 한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 몸도 다른사람이 함부로 대하면 안 될 나만의 것이에요.

내가 수영할 때 수영복으로 가리는 부분, 그러니까 내 가슴과 성기와 엉덩이는 나만의 것이라고 엄마가 말해 주었어요.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유없이 만져서는 안 된다고요. 남자아이의 성기와 엉덩이도 마찬가지예요.

아기인 남동생의 몸도 자기 것이에요. 하지만 남동생은 혼자서 기저귀를 갈거나 씻을 수 없어요. 누군가 돌봐 주는 사람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아기를 돌보는 사람은 남동생의 성기와 엉덩이를 만질 수 있는 거예요. 


_린다 월부어드 지라드 <내 몸은 나의 것>     


어때요? 그림책에서 있는 그대로 알려주지요? 내 몸은 다른사람이 함부로 대하면 안되는 나만의 몸이라는 것을요. 수영복으로 가리는 부위는 어느 누구도 이유없이 만지거나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나만의 것이랍니다.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는것도 당연히 안됩니다. 이 그림책을 유치원, 초등학교 지정도서로 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김포의 최고그림책방에는 성교육그림책을 포함한 다양한 부모가이드용 성교육도서를 준비해둡니다. 누구라도 저의 책방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알려주고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지요.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성교육이 어느때보다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시작은 여러분이 할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저와 같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나의 몸을 알고 소중한 부위는 나만이 볼 수 있는 나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내 몸을 지키는 힘을 키워주세요.


p.s. 해당 원고는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 (가제) 일부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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