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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Dec 20. 2022

우리에게 비밀의 숲은 어디일까?

월간그림책 이 책 어때요? 중에서

우리에게 비밀의 숲은 어디일까? 

오늘은 오랜만에 월간그림책에 실린 저의 원고글 내용과 함께 글을 남깁니다. 글을 쓰면서 많은 것들을 해소하고 얻고 뱉어내고 하는데요, 꾸준히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면서 참 신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저의 글이 묻혀질 뻔한 보물을 드러내 보이려 합니다. 사실 지난달에 월간그림책 기자님에게 원고서평 의뢰를 받았습니다.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라는 글없는 그림책과 함께요. 처음에는 다가가지 못한 그림책 분야여서 살짝 고민도 했었지만, 이내 그림책 속으로 아이와 함께 빠져들었습니다. 글이 없으니 더욱 그림책의 곳곳에 시야가 담기고 아이와 이야기를 끌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월간그림책 12월호에 실린 저의 글을 소개합니다.


지친 일상이지만, 오늘 퇴근길 들은 라디오 내용처럼 우리가 지내온 것은 결코 헛된 일들이 아님을, 한겹한겹 해내오고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달은 오늘입니다. 참 잘해왔고, 너무 많은 것을 해내느라 나에게 부담을 준것은 아닌지 오늘 다시한번 잠들기전 나를 토닥토닥여주어야 겠습니다. 참 잘해오셨습니다.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


프레야 블랙우드 글·그림 / 48쪽 / 15,000원 / 미디어창비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 초록빛의 나무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길거리를 질주하는 차들과 도시를 잇는 도로, 건물들이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발바닥을 내디디고 걸을 수 있는 풀숲과 나무, 그리고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는 이런 나의 생각이라도 아는 듯 우리 곁에 다가왔다.


초록색이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이렇게 다가올 수 있을까? 그림책 표지의 전면을 초록색의 따스함이 감싸 안았다. 코끼리를 닮은 나무와 한 소년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듯 다정하게 서있다. 초록빛이 그림책 전체를 아우르는 유화풍의 그림체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글로 표현하지 않았어도 작가의 의도대로 그림책 속의 빨간 옷과 가방에 자연스럽게 와닿는 시선 처리로 아이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는 작가가 호주 캔버라 병원의 집중치료실 어린이 병동의 벽화를 그리다가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림책 속에서 외톨이지만, 담담히 일상을 지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작가의 마음과 연결되기도 한다. 어린이 병동의 벽화 하나만으로 그곳에 오가는 수많은 아이를 치유하고 생각의 작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이 그림책이 그렇다.


다섯 살 둘째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며 넌지시 말을 건넨다. 표지의 나무를 짚으며 무엇처럼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나무’라고 대답한다. 모래 놀이하는 아이 곁에서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그림책 속 주인공의 일상을 눈으로 따라가며 아이와 함께 걸음을 맞춘다. 글이 있지 않아 오히려 그림에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간. 밝고 어두움, 빨간색을 따라가는 시선 처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라서 파노라마 같은 그림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고 공간이 주는 여백과 쉼을 통해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처음에는 나무라고만 말했던 아이의 입에서는 이제 ‘코끼리 나무’를 말하며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한껏 들떠서 그림책 속의 아이를 따라 하는 내 표정과 몸짓을 보며 한참을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그림책은 이런 것이다. 혼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아이와 함께 느낌을 공유하고 그림책을 감상한다. 또 읽어달라는 요청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림책으로 울고 웃었던 경험 덕에 그림책이 좋아졌고 이제 더 많은 이들과 그림책을 나누고 있다.


모두 어디론가 향하는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 속, 우리에게 비밀의 숲은 어디일까? 빼곡한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아이만의 비밀의 숲 그리고 코끼리 나무 친구처럼 우리 마음에도 쉴 틈이, 여유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문명의 이기에 맞서 싸우는 순수한 아이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루었듯이,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보는 마음의 변화가 모두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정희정_『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저자 / 2022-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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