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했던 한해가 지나간것 같다. 아니, 소용돌이 쳤던 한해가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해동안 책방을 차리고 정신없이 지금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책방을 차리게 되기까지 또한 신중하고 깊은 고민에 고민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뚝닥 무언가를 차린것 같아 보여도 내심 속을 들여다보면 잔잔한 호수안에서 엄청난 발길질을 하고 있는 오리처럼, 나 역시 그렇게 지내왔던 것 같다. 책방 하나를 차리는데 필요한 자금대출과 검색은 물론이요, 부동산 투어까지 하루하루가 정성과 땀과 열정, 그 이상이었다. 고민을 지속해나갈 이유가 더이상 없다고 생각한 순간 책방을 열고 제2의 책방인생이 시작되었다.
책방을 시작하기 이전에 나는 성교육강사로도 조금씩 활동하고 있었다. 이전에 낸 저서 <하루10분 그림책읽기의 힘>에 실린 원고를 계기로 도서관 등에서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성교육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퇴근하면 가정방문해서 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쉬는날에 혹은 연차를 이용해서 장소를 대여하며 성교육하기도 했다. 그런 계기로 나는 성교육 강사가 되었다..
바로 어제 전남여수에서 성교육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내가 현재 일하는 곳은 경기도 김포지만, 나의 메시지가 필요한 곳이라면 (나의 상황을 배제하고) 갈수있다고 말하고 실행에 옮긴다. 물론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예스24 책방콜라보와 함께 진행할 수 있었던 행운도 크게 작용했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을 기획하고 함께 책을 펴낼수 있게 도와준 더블엔 출판사의 송현옥 대표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책방 북토크를 해보면 어떨까? 건의에서 시작되었다.
북토크 썰은 차차 풀어나가겠지만, 실상 북토크의 주인공 이전에 책방에서의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작가나 강사가 와서 책방에 와서 뚝닥 강의를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역시 우리 눈에는 보이지않는 수많은 준비작업과 발길질과 홍보 등이 뒷받침되어야 순탄히 북토크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책방을 열고 장소배치를 하고 홍보전단지를 배포하고 사람을 모으는 일을 해보았기에 감히 말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문화센터에 강의일정을 올리기도 했지만, 바로 폐강이 되었던건 모집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한다. 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수업도, 강좌도 정말 많지만 진행되는 강좌는 일부분이다. 강사를 섭외하지만 모집인원이 5명내외가 될 경우 대부분 폐강의 수순을 밟게 된다.
강사등록을 하는 절차는 까다롭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강사지원서를 작성하고 강의계획서도 첨부해야 한다. 나의 강의이력을 작성해야하고 각 지점마다 클릭하는 수고로움을 마주해야 한다. 이렇게 강사로 등록해도 실제 강의를 열리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다. 모집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책방에서의 북토크도 마찬가지다. 모집이 어렵지만, 책방대표는 책임을 가지고 독자와 관객을 모집해야만 한다. 지역커뮤니티카페나 이웃글은 물론이고 요즘은 당근마켓에도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분한분 소중한 관객분들을 모시고 북토크를 열고 진행하는 것만으로 참 감사한 일이다.
독자와 작가가 마주하는 공간, 그 공간에는 책방지기의 땀과 눈물, 시간과 정성 노력이 가득가득 담겨있다. 하나하나 준비해둔 노트북과 마이크, 의자, 책방의 책장 비치부터 빔프로젝트까지. 둘러만 보아도 느낄수 있고 알수 있었다. 나는 어제 전남여수에 위치한 다움북클래스에서 물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강의를 할 수 있었다.
물고기가 마음껏 활개칠 수 있게 깨끗한 물과 바람, 적절한 온도까지 갖추어진 책방에서 마음껏 독자들과 소통하고 나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함께 자리해준 독자들과 사진도 찍고 평소 궁금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책방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책방을 운영한다는 묵직한 사명감과 생존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공감하는 바가 컸다.
매번 강의를 진행하거나 북토크현장을 방문하는 날에 나는 그 행사를 진행하는 대표님에게 무한 감사와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책방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모든일을 혼자 해내고 있다는 현실이 허투루 보이지않는다. 강의는 강사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이면에는 행사를 주관한 분들의 노고, 진행자의 정성과 준비작업,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며 강의에 참석해준 관객들이 있다. 이 모든 3박자가 맞추어져야 비로소 마음깊은 울림이 있는 진솔한 강의의 장이 열리고 독자와의 소통도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 곳에서만 몰두하고 지냈다면 다른 책방대표님과의 만남도, 새로운 독자들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김포에서 여수까지, 끝에서 끝으로 온 지금의 여정은 내 인생에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돈만을 생각한다면 할게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돈을 넘어서는 성교육이라는 메시지와 사명감,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는 본연지기 큰 뚝심같은 의지와 책임감으로 나는 또 다른 방향성을 탐험하기 위해 북토크와 강의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