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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31. 2020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카페가 있습니다.

간호사의 딴짓

오늘도 나는 4100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돌보미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나오는 시간은 보통 7시 40분. 집 근처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카페가 있다. 환자의 가정집을 방문하면서 알게 된 곳이다. 평상시였으면 와보지 못했을 위치에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카페가 있다니!

집 바로 앞에도 아침 8시는 되어야 문을 열고, 보통 매장 문을 열어도 한 시간 정도는 정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문을 열고 아침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아침 식재료와 커피재료를 준비하고 전날 못 해두었던 청소를 하기도 한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눈치가 보였다. 다른 카페에 가면 지저분한 곳도 있었고 손님이 나 혼자라 민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곳은 다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아침 일찍부터 나오는 손님들도 많았다. 아침 7시에 문 여는 카페라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모습이다.

나에게 카페란 나의 아지트를 찾아헤매는 일련의 과정이다. 매일 하루 한 잔, 두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또 마음속에 어질어진 생각들을 나열한다. 내가 카페를 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을 하다가 먹는 커피 한 잔

첫째, 일을 하기 위한 최고의 활력소이자 에너지다.

아침 7시 30분부터 집을 나서는 나는, 아침을 여는 시작이자 일을 하기 위한 워밍업이라고 생각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지 말라는 의미로 산뜻한 커피한 잔을 나에게 선물한다. 점심시간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늘 늦은 점심을 먹거나 혼자서 밥을 먹는다. 그럴 때 방문을 다니느라 지칠 수 있는 나에게 카페와 커피는 또 다른 오후를 지낼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준다.



엄마의 자유시간을 위해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둘째, 엄마의 자유시간을 선사해준다.

주말이면 매일 10시~11시에 아이들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나는 카페로 향한다.오늘도 그렇다. 유독 보호자나 환자들의 전화와 상담에 지치는 날은, 저녁에라도 잠시 잠깐 나온다. 그럴 때면 또 한 잔의 커피에 마음을 추스리고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남편의 아는 지인이 오픈한 카페에서 나의 두 꼬맹이들과 남편은 맛있는 것도 즐기며, 나의 시간을 허락해준다.


일을 하다가 출출해서 찾은 카페와 몰랑하고 맛 좋은 토스트 하나

셋째, 점심시간은 늘 혼자인 나. 일을 하다가 출출하면 근처 카페를 들르기도 한다.

새로운 장소에 가고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생활에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어색하다. 어색한 장소에 가더라도 익숙한 커피를 만나면 그 날의 운은 꽤 좋은 편이다. 더욱이 생각지도 못한 맛있는 몰랑몰랑하고 따근한, 맛좋은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었을 땐 기분이 꽤나 좋았다. 누가보면 1인 기업가처럼 늘 바삐 움직이는 나에게 카페와 커피는 나에게 안식처다.


쉬는 날에도 약간의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이며 한 주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한 주를 준비한다.

넷째, 맛 좋은 커피도 있고 맛이 별로인 커피도 있다. 각자의 입맛이 다르듯, 나의 취향을 찾아다니는 여정 같다.

집 근처에 있는 카페는 전부 다 가봤다. 나의 아이에게도 말했다.

"엄마는 집 근처에 잇는 카페는 모두 가본 것 같아."

정말 그랬다. 새로 오픈한 카페, 익숙한 카페, 유명한 카페, 빵이 맛있는 카페,, 그리고 구석진 카페 등

나에게 맞는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내 입맛에 맞는 최고의 보물 아지트를 발견하기 위해서 나는 무수히도 많은 카페를 방문했다. 그리고 수백잔의 커피를 마셨다. 어느 곳은 커피맛이 밍숭한 곳도 있고, 어느 곳은 커피향이 좋은 곳을 발견하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과 성격이 다르듯, 각자가 좋아하는 커피와 스타일이 있다. 오늘도 가본 곳을 가기도 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발길이 끄는 대로 커피를 찾아다니며, 카페를 방문한다.


한적한 카페에서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정리한다. 글쓰기에 좋은 장소를 늘 물색한다.

다섯째, 쓰지 않으면 미칠 거 같아서...

결국은 그거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결국 책 한권을 출간을 하기는 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아직 훨씬, 나의 배고픔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 책을 쓰고 싶고 글을 쓰고 싶다. 단 한가지 이유에서다.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의 소용돌이치는 감정과 엉켜있는 미움, 쓰라림, 속쓰림 등을 글로 풀어 나열하는 것이었다. 그런 여과의 과정에 글쓰기가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장소가 필요했다. 아지트가 필요했던 거다.

나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좋았다. 조용히 엉켜있는 매듭을 풀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단지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지고 카페를 가면 되었다. 그것으면 충분했다. 일을 하다가도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도 글로 정리하고 풀어내면 정리가 되었다.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화를 씩씩내다가도 카페에서 노트북을 들고 챙겨나오면 진정이 되었다. 그랬기에 나는 오늘도 노트북을 챙겨 길을 나섰고 발길이 닿는 가까운 카페에 들어왔다.(사실 이곳의 커피맛은 내 입맛에는 별로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평일아침에는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카페에서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전날 바깥에 두고 온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리하는 시간이다. 또한 오늘의 방문일정을 점검하고 환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하는 시간이기도 한다.

맛 좋은 점심이든, 허겁지겁 시간에 쫓겨 먹은 잠깐의 끼니 해결이든, 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시원한 아이스 카페라떼(시럽 2번 퐁퐁은 기본이다) 를 주문한다. 어느 장소가 되었든, 오후 한 나절을 또 시작한다.

아침의 산뜻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오후의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라떼, 그리고 아메리카노.

이거면 충분하다. 나를 채우고 있는 많은 수분 중 이 녀석들이 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단점이 있다가 자주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것~!


오늘도 나를 채우는 시원한 카페라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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