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정 Aug 23. 2020

오늘은 남편이 빨래방에 갔다

곰도 필요하면 움직인다

"아빠 빨래하고 올게~"


날 좋은 오늘 남편이 빨래하러 갔다. 해가 쨍쨍하니 그냥 집에서 세탁기를 돌려도 되겠지만 뽀송한 빨래와 구김없는 와이셔츠를 맛본남편은 오늘 웬일로 스스로 집을 나섰다.

와이셔츠는 드라이를 맡기면 될 일인데 이게 워낙 성가시다. 여러벌 사면 좋겠지만 지금 5벌로 일주일을 버티려니 매주 세탁을 해야한다.


세탁소가는 일도 시간이 걸린다. 바로바로 찾을수없다. 보통2~3일은 걸린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누군가 찾으러가야한다는 거다. 여러가지를 이용해봤다. 집주변 세탁소 2군데. 주일에는 쉬고 세탁을 맡기면 2~3일 걸린다. 세탁이 끝나면 보관하는 것도 일이고 짐이다. 그래서 한 곳은 집으로 배달을 해주는데..이게 좋지 않다. 오히려 불편하다.  왜냐면 배송시간이 정해져있는데 보통 밤9시에 띵동 아주 잠을 쏙 달아나게 하고 깜짝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긴 패쓰..

다른 한 곳도 세탁은 잘해주지만 매번 찾으러가는게 상당히 번거롭다.  장보러가거나 반찬사러 갈 때, 혹은 학교 앞이라 아이 마중갈 때 들르면 좋은 곳인데 이마저도 나에겐 시간이 없다. 아침 7시반이면 집을 나서고 저녁 7시에 집에 오는데 세탁소 갈 시간이 있을까? 맡기는 건 그렇다쳐도 매번 시간 맞춰 찾으러갈 시간이 없다. 남편 와이셔츠는 그렇게 매번 압박이고 나에겐 스트레스였다.


주말공휴일 없이 자판식 기계에 맡기고 찾아오는 시스템도 이용해보았다. 이 역시 셔츠2~3벌을 맡기면 장장 5~6일은 걸리고 이 역시 찾으러가야하고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패쓰했다. 결국 답을 찾은 것이 빨래방이다.


남편은 노브랜드 햄버거를 좋아한다. 며칠전 근처 노브랜드에서 햄버거를 사왔는데 패티도 두툼하고(심지어 2겹이었다) 내실이 끝내주게 좋았다. 함께 딸려온 감자튀김과 어니언링은 어떤가. 그다음날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돌리니 바삭하고 도톰한 감자튀김은 여전히 맛있었다. 나도 노브랜드의 매력이 푹 빠졌다.


지난 번 나의글에서 빨래방 투어담을 썼는데 오늘은 그가 빨래방 투어에 나섰다. 브라보! 큰 코스트코 가방에 본인 와이셔츠4벌 아이 어린이집 이불, 각종 타월 수건을 한데모아 가방에 우겨넣었다. 이 녀석들 때빼고 광 내고 와라! 즐겁게 고이고이 넣어 남편 손에 들려주었다. 세탁하고 건조기에 돌리는시간이 족히 한시간은 되는데 남편은 간 김에 좋아하는 노브랜드 햄버거도 먹고 온다고 했다. 그래. 그러렴 잘다녀와요. 맛있는 햄버거도 먹고♡

세탁을 하고 500원 동전을 넣고 건조기를 돌린다. 빨래방 시설이 좋다며 자랑부터한다.이 화창하고 맑은날 빨래도 마음도 뽀송해지기를. 집에서 컴퓨터를 주로 하는 남편이지만 이런날 (자신의 와이셔츠가 우선이지만) 큰 일 하나를 덜어주니 참 좋다.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를 과연 남편은 개어올까? 아님 그대로 가방에 넣어올까?


와이셔츠를 더 사던지, 건조기를 집에 들이던지 둘 중 하나를 하기전에는 오늘과 같은 날이 이어질것이다. 빨래를 담고 세탁기에 돌리고 또 건조기에 옮겨닮겠지? 빨래방 임무를 마치면 그는 좋아하는 노브랜드가게에 가서 배불리 햄버거를 맛나게 먹을 것이다. 어린이집에도 뽀송하게 세탁건조된 (아빠의 빨래 손길이 닿은) 이불을 보낸다.


남편 앞으로도 잘 부탁해�

작가의 이전글 엄마이야기가 시리즈물로 세상에 나오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