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기 2-6. 생각을 좀 줄여야 해

25년 10월 13일

by 정둘




확실히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 하는 존재인 듯하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어서 지난 3주간 바쁘게 움직이다가 추석을 맞이해 가족 행사로 연휴 내내 바빴다. 그러다 오늘에서야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긴 건 좋은 건데 이상하게 공허했다. '이젠 또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왔다. 이럴 때 경험상, 무언가를 하다 보면 또 머리와 손이 바빠져 시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원래 하기로 계획해 두었던 일을 시작하려고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자꾸 하기가 싫고 내일로 미루고 싶었다. 왜 이런지 안다. 또 '잘해야지' 생각 때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거다. 아주 고질병이다. 이럴 때의 팁은 누구나 알다시피 일을 잘게 쪼개는 거다. 그리고 아주 쉬운 일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다. 오늘 실제적으로 써먹은 방법은 좀 다른 방법이다. 일을 잘게 쪼개지도 않았다. 그냥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이 프로젝트는 그냥 망한다고 생각하자. 좋은 실패를 수집한다 생각하고 해 보는 거야'라고 되뇌었다.


사실 오늘 하기로 계획했던 작업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그래서 계획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나조차도 의문이다.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불안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는 으쌰으쌰 하다가도, 또 오늘처럼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받아들여야겠다.



오늘의 칭찬일기.


1. 이유 없이, 어젯밤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오늘 아침에도 배가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니 밖에도 어둑어둑해서 나가기 싫었는데, 수찬이랑 꼭 참석하자고 했던 약속이 생각나 몸을 일으켜 수영 수업을 다녀왔다. (수친도 오기 싫었는데 나랑 한 약속 때문에 왔다고 했다 ㅋㅋ) 어쨌든 수업 다녀온 나 잘했다! 다행히도 수영하는 동안은 컨디션이 괜찮았다. 확실히 마음이 가라앉아서 그런지, 몸도 좀 가라앉은 듯했는데 감사하게도 지금은 괜찮아졌다. 점심때는 죽을 먹고, 저녁에는 엄마가 만들어준 수제비를 먹었는데 진짜 꿀 맛이었다. 역시 집밥이 최고다. 집밥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배가 더 이상 안 아파서 또 감사하다.

2. 사실 이런 날은 기분에 빠져서 하루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날이다. 오늘 오전에는 책을 읽었는데, 진정한 의미 있는 삶은 '헌신'하는 삶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헌신'. 그래 좋다. 하지만 나는 무엇에 헌신해야 할지 몰랐다. 막막했다. 그래서 더 우울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이럴 때 책을 계속 읽고 꽂힌 질문에 매달렸겠지만, 오늘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그대로 두면 마음이 무척 괴롭다는 거다. 너무 우울에 빠지지 않도록, 울적한 기분에 빠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나. 잘했다.

3. 지금 나를 가장 괴롭히는 생각은 아직 내가 깨닫지 못한 게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 그러다 보니 자꾸 그게 뭘까를 찾게 되면서 내 하루는 불안으로 가득 채워진다. 생각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 몸을 움직이자. 오늘을 살자. 지금을 살자!



좋은 음악 들으면서

잠을 자보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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