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기 2-16. 근본적인 고민

25년 10월 23일

by 정둘



매킨타이어는 사물의 목적(telos)을 모르고는 그것의 좋고 나쁨을 결코 분간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팀 켈러의 인생 질문, 팀켈러 지음


그런 느낌이 든다.

너무 거대한 질문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

처음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가끔 답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이내 답이 아니란 걸 알고 실망하고 또 다음을 기대하기를 반복했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진로고민은 표면적인 문제다.

사실 내가 정말 묻고 있는 건 내 존재에 대한 의문이다. 태어나서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 이 세상에 내던져진 건지, 그냥 태어났으니 돈을 벌어 굶어 죽지 않도록 삶을 산 다음에 또 언젠지 알 수 없는 때에 죽으면 그만인 건지. 그럼 이 생애라는 건 다 뭔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진짜 고민이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내가 태어날 국가를 선택하지 않았고

내가 태어날 시기를 선택하지 않았고

내 인종을 선택하지 않았고

내 가족을 선택하지 않았고

내 성별을 선택하지 않았고

내 성향을 선택하지 않았고

내 생김새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태어나보니 아주 구체적인 나라는 사람이

이 시기에, 이 나라에, 이 도시에, 이 모습으로

여기 있는 것이다.


생애의 시작에 있어 인간의 주체성은 그 어디에서도 살펴볼 수 없다. (내가 선택한 게 1도 없다) 그럼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또한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생김새를 보라. 심지어 쌍둥이도 서로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간은 생애의 시작에서 주체성은 말살시켰지만 또 저마다 고유성은 부여된 상태로 태어난다. 선뜻 잘 이해되진 않는다. 주체성을 말살시켰다면 복붙 하듯 동일한 특징을 가지게 하는 게 뭔가 어울리는 아이디어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은 이 두 가지 아이디어가 인간의 생애시작 설정 시스템에 내장되어 있는 거다. 이게 뭘 의미할까?


어떤 목적이 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진화 과정에서 우연으로 탄생의 결과이니 이런 생각은 쓰잘 떼기 없는 걸까


전자가 답이었으면 좋겠다.

후자가 답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거기엔 혼돈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이런 생각들이

나의 근본적인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작은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칭찬일기


1. 오늘은 수영 대신 헬스를 했다. 그렇다. 늦게 일어난 게 맞다. 그래도 오늘도 운동했으니 잘한 것 아닌가?

2. 오늘 갑자기 대학동기한테서 연락이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공공기관을 다니고 있는데 내가 물었다. ‘00아 퇴근하고 나면 에너지 남아?’ 돌아온 대답은 ‘아니 안 남아 ㅎㅎㅎㅎ‘ 였다. 시간은 남는데 에너지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 공공기관이든 사기업이든 퇴근 후에 에너지가 남을 리가 없지. 퇴근 후에 내 일을 하겠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하는 불안함이 다시 올라왔다. 하지만 일단 난 시험을 보기로 했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생각이 올라왔지만 난 공부했다. 그냥 했다. 잘했다.

3. 오늘 재봉틀 무료 수업을 신청했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무료로 진행하는 수업을 발견한 게 아닌가. 신청결과는 문자로 전송해 준다고 하는데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해보고 싶은 건 그냥 해 보는 거야!



일기를 쓰다 보니

12시 3분이다.

내일은 수영 수업을 갈 거니까

잠잘 수 있는 시간이 6시간뿐이다.

얼른 자자!


오늘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