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기 2-23.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자

25년 10월 30일

by 정둘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졸업식 축사 중에서



엊그제 우연히 봤던 허준이 수학자의 졸업식 축사 중에서

마음에 꽂히는 부분만 일부 발췌해서 데려왔다.


돈 버는 것, 결혼 준비하는 것 등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도 빨리 돈 벌었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서 결혼도 하고 싶다.

하지만 이게 내 맘대로 되냐고! 그게 문제다.

이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특정 한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지금도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나는 또 화살을 쏜다.

정말 잔인한 일이다.


돈 버는 시기, 결혼할 시기.

그거 내가 정할 수 있는 건가?

내 통제 안에 있는 건가?


내가 열심히 하면 돈 벌 수 있지 않냐고?

내가 사람 만나러 여기저기 다니면 누군가 만나 결혼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물론 시도해야 한다.

돈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다양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성사엔 '타이밍'이 참 중요하다.


타이밍.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타이밍이 어긋나면(시대를 잘못 타면) 성공하기 어렵고

두 사람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또 한 번 이 함정에 빠질 뻔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인가, 아닌가 구분하는 것.


타이밍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이 길의 먼 끝에서 지금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웃으며 만날 수 있겠지.




오늘의 칭찬일기.


1. 신은 인간에게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을 안 줬다. 그 말인즉슨 미래를 생각하면서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눈앞에 있는 일, 음식, 사람, 음악을 들으며 현재를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며 살라고 한 것일 테다. 그냥 매일매일 오늘 하루만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난 오늘 하루 해야 하는 일들을 다 했다. 사업 관련한 일은 30분 법칙을 써서 (시작이 안될 때, 딱 30분만 해보는 것) 작업했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알차게 다 썼다. 그럼 난 오늘 할 일 다 한 거야. 칭찬받아도 되는 하루인 거야! 나 자신 수고했고, 잘했어. 이렇게만 하자!

2. 미래가 무겁게 여겨지는 이유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안드로메다로 가버려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까지 모든 걸 깡그리 안고 고려하고 있다는 거다. 이보다 더 소모적인 게 있을까. 이럴 땐 생각을 멈추자! 고 하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 '아 내가 지금 또 내 통제 밖의 것들을 통제하려고 애썼구나 (불가능한 일)'를 깨닫고 안드로메다까지 가버린 생각의 꼬리를 잘라버리는 거다. 그리고 딱 머리만 남겨놓는다. 맨 처음 시도하려고 했던 것. 딱 그것만 생각하고 실행해 보자. 하면 1, 안 하면 0이다.

3. 오늘 내가 잘한 건, 아침에 조깅을 하고, 아침을 건강하게 챙겨 먹은 후 도서관으로 가서 시험 문제 공부했다.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거나 졸지도 않았다. 그렇게 목표한 만큼 공부량 채우고선 유니클로에 잠시 갔다. 살짝 급전개 이긴 하지만, 암튼 바지 하나 사러 갔다가 맘에 드는 게 없어서 못 사긴 했지만 일단 그랬다. 그 후에 어젯밤부터 먹고 싶었던 찹쌀도넛을 사서 저녁으로 먹고 사업 관련된 일을 했다. 뭐 이 정도면 굉장히 훌륭한 하루가 아닌가.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

이걸 연습하기 위해 칭찬일기를 시작했고, 쓰고 있는데,

포맷이 익숙해져서인지

매일 쓰다 보니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예전만큼 '그래 나 진짜 잘했네!' 하는 게 점점 줄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챙길 수 있을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암튼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털어내고 잘 살아냈다.


내일도 내일 하루만 생각하자.

더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럼 오늘은 일찍 자자!!

이전 22화칭찬일기 2-22. 간만에 마음에 드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