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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혜진 Sep 18. 2020

하버드의 힘은 돈에서 나온다.

돈 이 좀  많아서 막 씁니다.


이 내용은 하버드 맘의 공부 수업 책에 수록하지 않은 글입니다.


하버드 합격률은 매년 5%를 맴돕니다. 전체 지원자 중 15%는 처음부터 고려대상에서 제외할 만큼 실력이 저조 하지만 나머지 85 % 우열을 가리기 어러울 만큼  비슷비슷한 실력자들이라고 합니다. 그 수많은 수재들이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뉜다니 미국 입시도 한국만큼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제법 가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수재들이 하버드에 지원합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세계적 명성과 인지도가 첫 번째 이유일 겁니다. 학생 관리시스템이나 지도 방식도 일류 대학교답게 훌륭합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수진과 영향력 있는 동문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하버드의 위상을 높여 줍니다. 그런데 모든 명문 대학교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버드가 다른 학교들에 비해서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알고 보면 하버드는 세계 대학 순위를 조사하는 매체 평가에서 1위를 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평가 항목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늘 2~3위를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졸업 후 사회적 성공을 놓고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3000 여개를 웃도는 미국의 대학 중에 아이비리그라고 통칭되는 학교 몇 곳과 소위 최고 대학이라고 평가받는 학교 2~30곳을 들여다보면 졸업 후 받는 평균 연봉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하버드는 오히려 제법 아랫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인문 사회계열을 포함한 종합 대학이다 보니 첨단 과학 기술에 특화된 일부 공대에 비해서 평균 연봉이 높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도에서 만큼은 항상 1위를 차지합니다. 워낙 전통이 오래됐고 훌륭한 학교인 것도 사실이지만 하버드가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는 덕도 큽니다. 하버드는 돈과 인맥을 총동원해 하버드라는 이름의 값을 올립니다. 그래야 각지에서 기부금을 긁어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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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회계보고에 따르면 총자산이 $5백9십억 달러 (67조)에 이릅니다. 그중 교직원 인건비 2조를 포함해서 5조 정도의 돈을 지출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주목할 지출은 학생의 학비 및 생활비 지원입니다. 전체 학생의 60% 정도가 학교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그중 20% 정도는 전액을 지원받습니다.   


매년 학비 내역서를 받아보면 환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학비와 기숙사 비용, 식비와 책값 등 총비용이 대략 7천5백만 원에 달합니다. 4년이면 3억 원에 육박하는 큰 금액입니다. 일부 유학생들의 경우는 방학 때 집에 가는 비행기 요금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부모의 소득이 대략 7천만 원 이하라면 학비를 포함한 기숙사 비용과 식비, 일부 용돈까지 전액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수입이 많아도 지출 항목을 꼼꼼히 보고하면 가정 형편을 고려해 필요 한만큼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빌려주는 돈이 아닙니다. 조건 없는 무상 지원입니다. 하버드는 미국 대학교 중에서 가장 후하게 재학생의 재정을 지원해 전교생이 학비 부담 없이 학교를 졸업하도록 돕습니다. 대신 성적 장학금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교는 학생을 선발할 때 학생의 재정형편을 고려합니다. 학비가 부담스러워 중간에 학업을 포기 하기하는 학생이 많을수록 학교의 평가 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재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모두 재정 지원을 할 수 없으니 지원자의 재정형편에 따라 당락을 결정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버드는 지원자 가정의 재정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생을 선발합니다. 심지어 유학생에게도 재정지원을 해주는 몇 안 되는 미국 대학교 중 하나입니다. 재정지원 대상자의 신분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불법 체류자든 노숙자든 상관없습니다. 합격만 하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쳐서 사회에 내보냅니다.      


내 딸이 하버드를 졸업하던 해에 한인 '서류 미비자(불법체류자)' 가정의 아들 한 명도 함께 졸업했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소개한 바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도중 서류 미비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외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청년입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날 학생 대표로 강단에서 멋진 연설까지 했습니다. 그날 그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며 어눌한 한국말로 부모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들으면서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듣는 한국말이 반갑기도 했고 고단한 이민자로 살면서 불법체류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해 늘 불안하고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을 그의 부모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입학을 허락한 입학 사정관과 그의 거침없는 행보를 응원해준 하버드대학교와 동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혹시 그사이 하버드 대학교의 정책에 달라진 것이 없을까 하고 홈페이지를 확인했습니다. 나는 홈페이지에서 재정지원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한 경험을 했습니다.

      

유학생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YES.라고 답했더군요. 여전히 외국 유학생에게도 미국인과 같은 자격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질문은 "서류 미비자(불법체류자)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였고 역시나 단호하게 YE라는 답변이 달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민권이 있느냐 없느냐로 학생을 차별하지 않는다. 너는 연방 정부의 학비 지원은 신청도 하지 마. 어차피 못 받으니까. 그 대신 우리가 줄게."라는 뉘앙스의 글이 홈페이지에 보란 듯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국적이나 신분 상태를 막론하고 하버드 입학사정관의 눈에 들면 학비까지 대신 내주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일부 매체에 돈 많은 학생들이 학비 내는 덕분에 가난한 학생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내 딸도 재정지원을 제법 많이 받았으니 부자 학생과 그 학부모에게 고마워해야 할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버드는 2019년에  5백5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그중 5백2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쓰고 남은 돈이 3억 달러 정도입니다. 하버드의 재학생 중 학비와 비용 전액을 내는 부유한 재학생은 대략 20% 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80%의 학생은 적게든 많게든 대부분 학교로부터 학비 지원을 받습니다.  학생들에게 청구된 학비 총액은 11억(1조 2천억 원.) 달러였고 그중 5억 달러를 학생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나머지 6억 달러는 재정을 관리하는 법인에서 대신 내줬습니다. 하버드가 2019년에 지출한 총금액의 10% 정도 됩니다. 학비 전액을 낸 20% 의 학생이 낸 돈은 겨우 2억 달러 정도입니다. 하버드의 총수익과 지출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돈에 불과합니다. 부자 학생들은 그저 자신의 학비만 겨우 냈을 뿐입니다. ( 참고로 서울대학교의 경우 2018년 회계보고 자료에 의하면 약 3조 4천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등록금 수입은 1,846억 원입니다. 인건비 지출금액은 약 4천4백억 원입니다.)     


결국 하버드 대학교가 많은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 이유는 부자 학생이 낸 등록금 때문이 아니라 하버드 대학교가 다른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 덕분인 것입니다.


하버드는 사실, 돈 버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보유 자산을 불리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합니다. 세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비윤리적인 투자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버드대학교가 매년 고지하는 투자수익을 보면 분야별로 평균 10% 대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시중의 여느 자산 운용 사보다 수익률이 훌륭합니다.     


또한 졸업생에게 기부를 종용합니다. 동문들은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정기적인 기부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며 졸업한 선배들이 비슷한 형편의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돈을 내놓고 있으니 전형적인 선순환입니다.     


그리고 하버드는 기부를 받으러 어디든 달려갑니다. 미국 내 기업이나 부호들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받는 기부금도 상당합니다. 최근에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미국 정부는 하버드와 예일 대학교가 중국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불법 기부금을 받았는지 조사 중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의외로 중국인들이 하버드에 기부하는 액수가 적지 않더군요. 그나마 뉴스에 나오는 기부자 이야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당연히 깨끗하고 공정한 돈만 받는 것도 아닙니다. 기부 입학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제법 많은 액수가 학생을 합격시켜주는 대가로 오갈 겁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하버드가 각지로부터 기부받은 액수는 48조 5천억입니다. 예일대학과 기타 아이비리그 대학교들도 상당한 기부금을 받았지만 하버드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기부금이 하버드에 유독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만 하버드의 미래는 기부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결국 하버드를 이끄는 힘은 기부자들이 낸 돈입니다. 그 덕분에 하버드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돈 걱정하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 큰딸을 보내 놓고 돈의 위력에 새삼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딸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비와 주거비등 생활 전반에 관한 지출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해의 수입을 바탕으로 우리 가정의 재정 상태를 보고하면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만큼만 지출하고 나머지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지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불이익이나 차별은 없었습니다.  아이는 학비 스트레스가 없으니 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도 없었고 오로지 학업과 진로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학내 교수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 벌이를 했습니다만 돈이 부족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동아리 활동이나 비교과 활동에 드는 비용까지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하버드의 위력이 돈에서 나온다는 게 씁쓸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은 한국에도 성적 장학금을 없애고 가정 형편을 고려해서 장학금을 주는 대학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그중 한 학교에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부디 학비를 벌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돈 걱정하지 않고 학생이 공부를 마칠 수 있는 학교가 많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하버드에서 받은 재정 지원은 큰딸이 평생 갚아 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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