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킬러문제'관련해서 시끄러운 거 같다. 킬러문제는 보통 변별력을 위한 고난도 문제를 일컫는 말인데, 교과범위를 넘어서는 소위 킬러문제를 출제하지 못하게 가이드가 제시되면 아무래도 수능출제위원들에게 압력으로 느껴질 테니 올 수능은 무난한 난이도로 나올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면 참 그렇게까지 대단할 일인가 싶은 한국에서의 대학 입시는, 앞둔 사람의 입장에선 산처럼 크게 느껴지고 힘든 과정인 거 같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수능 난이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수능이 좀 쉬워지면 아이들한테 좋은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수시에서 등급컷을 맞추는 게 어려워져 낭패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이 1등급 컷이 92,91 정도에서 형성되던 것이 쉬우면 100점을 다 맞아야만 1등급이 될 수 있을 수도 있다. 1등급은 시험 본 수험생의 4 퍼센트이기에 쉬우면 100점이 수두룩해지니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그런 해가 있었다. 우리 집 큰애 수능 때가 그랬다. 수학 100점이 1등급이었고 하나씩 틀릴 때마다 한 등급씩 내려가는 그런 해였다. 그 해는 영어도 98점이 1등급 컷이어서 4점짜리 하나 틀린 아이도 2등급이 되어버렸던 해였다.(지금 영어시험은 방식이 좀 바뀌었지만)
큰애는 수학 킬러문제로 주로 나오는 기하파트 고난도문제를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자신 있어했지만 킬러문제는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실수싸움이 될 거 같아 리뷰를 여러 번 했고 다행히 실수는 없었다.
함께 시험을 치른 친한 언니딸도 의대 지망생이었는데, 수능 전체에서 네 문제밖에 안 틀렸지만 원서 낸 대학 수시 등급합 조건을 맞출 수가 없었다. 수학 한 문제 틀려 2등급이 되었고, 영어 4점짜리 하나 틀려 2등급이 되니, 등급이 1,2,2,1 (국영수과)이 되었고 원하는 의대 컷을 맞추지 못했다.
사실 정시에서는 의대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는데, 쉬운 수능이어서 정시도 어찌 될지 모른다는 충격과 두려움에 수능 후 바로 치르는 수시 논술고사(수능시험을 잘 보면 안 가려 했던 '다른 과'논술전형)를 치르러 갔고 결국 납치되었다.(수시납치라고 흔히 표현한다)
정시야 어차피 표준점수의 합(백분위 활용 대학도 있음)으로 가지만, 수시는 등급합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쉬운 수능은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을 꽤 발생시킨다.
지인 중에 자녀가 4수 중인 집이 있다. 아이가 한 번만 더 도전하고 싶다 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뒷바라지해 주는데, 요즘 마음이 심란할 거 같다. 엄마도 아이도 너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손을 보는데 손댈수록 골치 아파질때가 더 많았던 거 같고, 늘 여러모로 맘에 들지 않았었다. 학령인구가 해가 다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솔직히 다들 입시제도 때문에 열받고 문제점을 토로하다가도 내 자녀입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까마득히 잊게 되는 거 같다.
자녀들이 결혼해 손자녀가 태어나서도지금 교육, 입시시스템과 별다르지 않게 똑같은 상황이면어쩌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