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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Jul 03. 2023

수능킬러문제가 수시에 미치는 영향

경험에 기반하여

'수능킬러문제'관련해서 시끄러운 거 같다. 킬러문제는 보통 변별력을 위한 고난도 문제를 일컫는 말인데, 교과범위를 넘어서는 소위 킬러문제를 출제하지 못하게 가이드가 제시되면 아무래도 수능출제위원들에게 압력으로 느껴질 테니 올 수능은 무난한 난이도로 나올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면 참 그렇게까지 대단할 일인가 싶은 한국에서의 대학 입시는, 앞둔 사람의 입장에선 산처럼 크게 느껴지고 힘든 과정인 거 같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수능 난이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수능이 좀 쉬워지면 아이들한테 좋은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수시에서 등급컷을 맞추는 게 어려워져 낭패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이 1등급 컷이 92,91 정도에서 형성되던 것이 쉬우면 100점을 다 맞아야만 1등급이 될 수 있을 수도 있다. 1등급은 시험 본 수험생의 4 퍼센트이기에 쉬우면 100점이 수두룩해지니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그런 해가 있었다. 우리 집 큰애 수능 때가 그랬다. 수학 100점이 1등급이었고 하나씩 틀릴 때마다 한 등급씩 내려가는 그런 해였다. 그 해는 영어도 98점이 1등급 컷이어서 4점짜리 하나 틀린 아이도 2등급이 되어버렸던 해였다.(지금 영어시험은 방식이 좀 바뀌었지만)

큰애는 수학 킬러문제로 주로 나오는 기하파트 고난도문제를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자신 있어했지만 킬러문제는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실수싸움이 될 거 같아 리뷰를 여러 번 했고 다행히 실수는 없었다.


함께 시험을 치른 친한 언니딸도 의대 지망생이었는데, 수능 전체에서 네 문제밖에 안 틀렸지만 원서 낸 대학 수시 등급합 조건을 맞출 수가 없었다. 수학 한 문제 틀려 2등급이 되었고, 영어 4점짜리 하나 틀려 2등급이 되니, 등급이 1,2,2,1 (국영수과)되었고 원하는 의대 컷을 맞추지 못했다.

사실 정시에서는 의대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는데, 쉬운 수능이어서 정시도 어찌 될지 모른다는 충격과 두려움에 수능 후 바로 치르는 수시 논술고사(수능시험을 잘 보면 안 가려 했던 '다른 과'논술전형)를 치르러 갔고 결국 납치되었다.(수시납치라고 흔히 표현한다)


정시야 어차피 표준점수의 합(백분위 활용 대학도 있음)으로 가지만, 수시는 등급합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쉬운 수능은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을  발생시킨다.



지인 중에 자녀가 4수 중인 집이 있다. 아이가 한 번만 더 도전하고 싶다 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뒷바라지해 주는데, 요즘 마음이 심란할 거 같다. 엄마도 아이도 너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손을 보는데 손댈수록 골치 아파질 때가 더 많았던 거 같고, 늘 여러모로 맘에 들지 않았었. 학령인구가 해가 다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솔직히 다들 입시제도 때문에 열받고 문제점을 토로하다가도 내 자녀입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까마득히 잊게 되는 거 같다.


자녀들이 결혼해 손자녀가 태어나서도 지금 교육, 입시시스템과 별다르지 않게 똑같은 상황이면 어쩌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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