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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Sep 08. 2023

보스턴에서 만난 운전사들

깎아주고, 공짜로 태워주고, 거절하고


보스턴에서 주로 대중교통으로 다녔다. 우버와 버스와 지하철 등 다양하게 이용했다. 처음에는 우버를 주로 는데, 5명이 움직이자니 우버비용이 꽤 비쌌다.


막내기숙사 짐 올길때 이용했던 우버. 운전자도 운전자가 튼 음악도 아주 힙했다. 차는 테슬러였다.


 나는 미국에서 처음 우버를 이용해 본거였다. 우버는 개인들이 사업자를 내서 운영하는 거라는데,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부업으로 우버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우버수입이 꽤 짭짤하다고 했다.


버는 편리하지만 짐이 많거나 인원이 많이 탈 경우엔 대형차를 콜 해야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었다.

초기엔 우버를 타고 다니다가 우버비용이 아까운 알뜰한 막내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자 제안했고, 모두가 동의하여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두 만족했다. 대중교통을 타니 미국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고 인종의 도가니인 미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호텔도 캠브리지나 보스턴 시내 쪽은 가격이 비싸 벌링턴의 하얏트 하우스를 잡았는데 조금 외곽이어서 350번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이동해 지하철을 타고 주로 이동했다.


지하철역에 있었던 티켓발권기계
지하철역, 레드라인 지하철 노선표, 지상 철도
보스톤 버스
지하철 내부
보스톤 지하철 노선도
보스톤에서 탔던 버스내부
레드라인 지하철



보스턴에서 사용되는 충전식 카드인 찰리카드를 구입하기 전에는 현금을 고 다녔는데 버스아저씨들이 재밌었다. 여행객의 낭만적인 눈으로 바라봐서일까, 버스운전자들이 푸근하고 인정이 넘쳤다. 우리 일행이 처음 탔던 버스운전자 아저씨는 금액을 정액으로 안 받고 깎아주고, 두 번째 아저씨는 현금을 투입하는 장치가 고장 났다고 그냥 타라고 했다. 5명이나 되는데 이런저런 투덜거림 없이 흔쾌히 그냥 타라고 했다. 마치 옛날 시골인심처럼 푸근했다. 운전자맘대로 저렇게 공짜로 태워줘도 되나 싶으면서도, 운전자들이 다 저렇다면 매번 현금 가지고 타는 게 돈이 절약되겠다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물론 그럴 수는 없는 . 지하철역에서 7일 무제한권 찰리카드를 구입했다. 이름도 귀엽고 디자인도 귀여운 카드였다. 찰리카드.


재미있던 일도 있었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을 가느라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었는데, 유난히 버스소음이 심하더니 중간에 버스가 서버렸다. 시동을 켜려고 여러 번 반복하는데 부릉부릉 하다가 계속 꺼졌다. 한 5분 여가 지나 고장이 확실한데도, 기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버스운전자도, 미안하다 고장 났으니 뒤차를 이용하셔야겠다,는 설명을 했겠고, 승객들도 , 버스가  왜 그러느냐 고장 났냐 , 등등 질문이 충분히 나올 법한 상황인데, 모두 아무 말 없었다.

우리 가족이 버스 고장을 판단 후 가장 빨리 버스에서 내리자 다른 승객들도 우르르 같이 내렸다. 다른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우리는 걸어서 이동했는데, 다른 승객들은 거기 그냥 서있었다.

우리는 그런 상황들이 참 새롭고 재밌었다. 급할 것도 없고 참 느긋한 사람들 같았다.


보스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기는 했지만 걷는 거리도 꽤 되었다. 구글맵놀라울 정도로 유용해서 어디든 안내했고, 맛집이며, 관광지 안내며 유익한 정보가 넘쳐났다. 친정부모님은 막내가 휴대폰을 보고 척척 어디로든 우리를 이끄는 것에 감탄하고 기특해하셨다. 구글맵보고 다니는 거라 해도 마냥 막내가 기특하실 따름이었다.      


찰리카드를 구입하고 버스에서 지하철 환승이며 자유롭게 이용하다가 한 번은 354번(번호가 정확하지는 다) 버스에 올랐다. 찰리카드를 찍었는데 소리가 달랐다. 운전자는 나이가 나정도 되는 동양계 여자분이었는데, 검지손가락을 가로로 흔들며 "놉놉놉" 그러는 거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나보다 앞서 카드를 찍고 후다닥 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엄마에게 "놉놉놉" 하며 이 버스는 찰리카드로 탈 수 없다고 내리라고 했다. 놉놉놉을 외치는 그 표정이 어찌나 매몰차고 인정머리 없었는지 늘 여유 넘치는 막내까지도 당황해서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찰리카드로는 안되니, 추가돈을 내라고 하고 태워줄 수도 있을 텐데  융통성도 없고 인정머리도 없는 사람 같았다. 보스턴에서 계속 인정스럽고 여유 넘치는 버스운전자만 보다가 같은 동양인인데 모지랍스러운 사람을 보니 처음엔 마음이 안 좋았다. 보스턴에서 봤던 유일하게 불쾌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여자는 인종차별을 당한 일들이 꽤 있었을 테고, 만만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동양인들을 보니 받은 대로 푸는 가보다 싶은.

사나운 표정을 보는 건 기분이 언짢다. 그 여자분은 표정이 사나운 사람이었다. 그분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길 잠깐 기도했다.


사나운 양반으로 인한 에피소드 빼고는 모든 대중교통 이용이 유쾌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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