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찾기 Mar 27. 2023

허리업과 사다리 치약까지의 세월

자발적 유희와 비자발적 조크

남편은 스스로 언어유희에 재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재개그와 언어유희는 한 끗 차이라서, 때론 되지도 않는 개그 때가 많다. 그래도 한 3할 승률은 건진다. 오래전 내가 가장 빵 터졌던 건, 언어유희와 모션을 이용한 말이었다. 

모임이 있어 나갈 채비를 하는 중에, 내게 늦었다며 '허리 업(hurry up)'을 계속 외친다. 동작을 취하며 찡긋 거리는데, 뭔 동작을 하나 했더니

'허리'라고 말하면서 한쪽 허리와 골반을  치켜올리며 '업' 이러는 거다. "허리 ! 허리 업!" 궁둥이를 튕겨 올리며 "허리업!"

폭소가 터졌다. 홈런 한방이었다.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으니 강력한 거다.


간혹 혼자 얘기하며 본인이 먼저 빵 터지곤 했던 여러 언어유희가 있었는데, 다른 기억나는 건 없으니 고만고만했나 보다.


오래도록 미진했다가 며칠 전 또 한 번 배꼽 잡고 웃었는데, 슬프게도 '뇌를 써서' 만든 위트 있는 언어유희가 아니라, '뇌의 노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온 조크다.


남편의 말이다.

친척어르신이 병원에 들르시며 선물을 가져오셨단다.

나 : 무슨 선물?
남편 : 어, 치약인데, 그 치약 있잖아,
           그거, 사다리, 사다리 치약
나 : 사다리 치약이 뭐지?
       그런 치약이 있나?
남편 : 왜 척하면 못 알아들으셔?
           사다리.. 그.. 올라가는.. 치약.
나 :  도대체 못 알아듣겠는데,
        무슨 치약 말하는지?


나는 남편의 눈빛이나 표정만 봐도 다음 말을 알아차릴 때가 많은데, 대체 '1도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사다리인 듯 계단인 듯, 공중에 손가락그림을 그린다. 

아, 번뜩 '유레카!'


나 : 아. 다단계?
       아! 암웨이치약?

남편 : 어, 맞어. 그 치약!


세상에나, 당신, '계단식'이라 하면 차라리 알아듣지..그 단어조차 생각이 안 났나 보다. 당신, 나 따라 줌바하기 잘했다(건강 위해).


택시 타고 '전설의 고향 갑시다' 하니 '예술의 전당'알아서 탁 내려 줬다더니, 그거보다 난이도가 높았어.


아무리 그래도 사다리치약이 뭐야 ㅋㅋ



작가의 이전글 아빠로서의 남편! 내편 된 남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