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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May 24. 2023

막내가 귀국한다

공항 가는 길

막내가 오늘 귀국한다

귀국을 환영하러 공항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다. 장거리운전이 서툴러 공항버스로 간다. 편히 자가용으로 데려올 것도 아닌데 그러려면 굳이 뭐 하러 가냐 싶지만 첫 학년 끝나고 오는데 혼자 쓸쓸히 도착하게 하는 건 또 엄마로서 마음이 짠하여 굳이 버스로 마중 나가는 길이다.


막내랑 어릴 적부터 학교놀이 하며 컸고, 자주 봐서 친누나이상으로 각별하게 지내는 네 살 위 사촌누나(내 여동생딸)는 회사에 반차까지 내고  마중 나오기로 했다. 환영플래카드까지 제작주문해서 가져온다고 한다. "까이 대충"스타일에 가까운 나와는 다르게 무엇에든 섬세하고 꼼꼼하게 임하는 막내와 친밀하게 교감하는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거의 막내랑 비슷한 과가 되어가는 거 같다. 사소한 일도 이벤트처럼 재밌게 즐기는 일들을 잘 벌인다. 어떨 땐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은데, 막상 나도 아이들이 벌인 상황에 빠지면 즐겁고 유쾌하다. 젊은 친구들에게 배울 것들도 참 많다.

조카가 주문 제작하여 들고 온다는 플래카드

막내가 벌써 한 학기, 한 학년을 마무리했다. 걱정하며 배웅하던 날이 흘러 마중을 나가는 날이 왔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


막내가 미국에서 바쁘고 야무지게 , 때론 고단해하고 고민하며 사는 동안, 한국에 있는 나도 나름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았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아들들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모범도 보이고 싶어 처지지 않게 살려고 했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더 바쁠 일들이 들러붙는 거 같기도 하다. 봉사할 일들이 더 많아졌고 배우는 것도 더 늘어 일주일이 정신없이 흐른다. 때론 피곤하고 체력이 좀 달릴 때도 있지만, 다채로운 일들을 소화하고 해 나가는 내가 기특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의 일상에 감사하다.


막내는 한 과목 수업 때문에 힘들어했었다. 수강신청에 살짝 미스한건지 4학년 전공자들이 주로 듣는 수업을 유일한 1학년 생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과제량과 스케일로 벅차했었다. 전화통화에서 그 과목  학점걱정을 하는 막내에게

B면 어떻고 C면 어떠냐. A 맞으려고 안이하게 수강하는 것보다 도전적이고 유익한 과목, 배우고 싶은 과목  신청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학에서는 사람들과 협동하고 활동하고 연대하는 경험을 충분히 하는 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학점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라

 말했었다.


막내는 고등학교 때도 시험스트레스가 심할 땐 한 번씩 내게 전화를 하곤 했고, 비슷한 식으로 말해주면 잠자코 귀 기울여 들었었다. 아마 엄마의 말을 들으면 살짝 심리적 안정이 드는  싶었다. 무한한  응원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려는 본능 같은 걸까. 시험관련해서 내게까지 얘기를 하는 건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경우다.


막내는 그 어려운 과목 마지막 과제를 70페이지 꽉 채운 리포트를 완성해서 제출한 날 너무도 기쁜 지, 70 페이지를 쭉 넘기는 영상을 찍어 보내줬었다.

며칠 전, 이번학기 성적발표가 났는데 " all  A"를 받았다고 다시 캡처사진을 보내왔다. 내게 전화한 게 엄살이었나 잠깐 생각했지만, 얼마나 애썼을지 생각하니 기특하면서도 짠했다.

하지만 올 A를 받은 결과에 너무 기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한 과정을 칭찬하자고 남편에게도 단단히 일러뒀다. 계속 A를 맞으려는 강박을 갖게 하고 싶지 않다.


막내는 학기를 잘 마무리한 후, 일주일간 편하게 휴식하면서 친구들과 놀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을 보고, 이불빨래를 해서 방학 동안 학교에 머무는 선배에게 맡기고  비행기로 날아오는 중이다.


미국에서 네 달여를 보내고 온 막내가 어떻게 변화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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