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수학이 버겁다
나는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재능도 없다. 실제 내 수능 성적표를 보면 수학만 2등급이고 다른 과목은 전부 1등급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수학을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내가 수학을 가르치며 밥을 벌어먹고 살다니. 인생은 참 역설적이다.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초등 아이들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초등부 사고력 수학. 내가 내 반만 잘 지도하면 되는 그 일은 특별한 인간관계를 요구하지 않았고, 고차원적인 수학적 능력도 필요가 없었다. 그 일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오히려 ‘보육’이였다. 그리고 나는 의외로 보육적인 면에는 소질이 있었다.
나는 그 일을 꽤 오래 했다.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도 했거니와, 수능 2등급의 실력도 초등 아이들을 지도하기에는 차고 넘쳤으니까. 그렇게 아이들이 크는 만큼 나도 조금씩 올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등 과정 지도와 내신 대비까지 담당하게 됐다.
다만, 고등과정을 지도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분명히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일텐데 희한하게도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이런걸 배웠었다고?’ 하는 생각 뿐. 너무 긴 세월 우울증과 함께한 나의 두뇌는 10대 시절만큼 빠릿빠릿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메디컬' 합격까지 했던 사람이 왜 고등부를 안 하고 초중등만 가르치냐고. 그러면 나는 "그냥 부담 덜한 초중등부가 좋아"라고 둘러대지만, 사실은 고등 과정을 지도할 능력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에게는 선택권이 사라졌다. 중등부라도 제대로 담당하려면 고등 과정 수업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그래서 나는 만 40세가 된 나이에, 다시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편다. 한참을 문제와 씨름하고, 해설지를 봐도 이해가 안 돼 끙끙댄다.
남들은 내가 수학을 좋아해서, 그리고 잘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은둔형으로 살아온 내 인생에 유일하게 남은 경력은 '수학 강사' 뿐이니까.
현재 가르치는 중학생 제자도 조만간 고등 과정을 나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단지 수업 시간에 쪽팔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수학 문제집을 편다.
수학이 싫은 수학 강사. 그것이 내 슬픈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