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0세 프리랜서의 생존 기록
나는 백수다. 아니 반백수다. 주에 4회 과외 수업으로 내 생활비만 간신히 버니, 뭐 백수라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시각은 월요일 오후 3시. 나는 스터디카페에 와서 브런치 ‘작가의 서랍’ 란과 워드프로세서를 켜놓고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다.
백수가 된 지 어언 7개월. 초중등 수학 학원 일을 그만둔 후, 나는 아직까지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프리랜서로 지낼 수 있는 수입원을 찾은 것도 아니다. 인간 구실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압박감.
유일한 경력이라고는 초중등 수학강사 경력이 전부고,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는 채로 만 40세가 돼서 빈 손으로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 신경증이 있는 내가 할 수 있어 보이는 일은 세상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돈을 내고 이곳 스터디카페로 출근한다. 집에 있으면 침대가 나를 삼켜버릴 것 같아서. 아니, 정확히는 대낮 집구석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는 내 모습을 나조차 견딜 수 없어서다.
남들은 공부를 하러, 미래를 준비하러 이곳에 온다. 하지만 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비참함을 잊기 위해 온다. 노트북을 펴놓고 타자를 두드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내가 뭐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자는 나를 보고 팔자가 좋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겉으로는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는, 사실 전혀 쉬지 못하고 있다.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내 안의 ‘보이지 않는 상사’가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사는 지독히도 악랄하다. 그는 나에게 잠깐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구인구직 앱을 켠다. 검색 조건을 설정하고 스크롤을 내린다. 아까도 봤던 공고들 뿐이다. 새로운 건 없다. 알면서도 나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수학 문제집을 편다. 이미 내일 과외 학생 지도할 공부는 다 끝낸 지 오래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는 걸 견딜 수가 없다는 듯, 수학 문제집을 펴놓는다. 글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 수업할 것도 아닌데,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책이라도 펴놔야 마음이 편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집중을 전혀 하지 못 한다. 나를 삼키고 있는 이 우울감 때문에 공부가 될 리가 없다. 신체화 증상도 심하다. 만성적인 피로감이 나를 짓누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글씨를 쓰는 손이 떨린다.
이것은 노력이 아니다. 그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부림일 뿐. 내 배터리는 이미 방전된 지 오래지만, 억지로 전원 스위치를 계속 눌러본다.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미래를 위해 달리는 그들과 달리, 나는 그저 가라앉지 않기 위해 제 자리에서 발버둥 치며 물만 튀기고 있는 꼴이다.
인정하자. 오늘은 틀렸다. 나는 펼쳐놨던 수학 문제집을 닫는다. 억지로 켜놓았던 워드프로세서의 x 버튼을 누른다. 백수에게도 퇴근은 필요하니까.
가방을 챙겨 일어선다. 밖으로 나가면 차라리 무작정 걷기라도 해야겠다.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못 한 하루였지만, 적어도 나를 괴롭히는 일은 여기서 멈춰야겠다.
오후 4시 30분, 나는 가방을 메고 스터디카페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