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0세 백수가 '보육'을 자처한 이유

오후 4시, 방구석의 고요함이 뇌를 파먹을 때

by 제이에이치

현재 시간 오후 4시, 방구석의 고요함이 뇌를 파먹는 시간이다.


나는 만 40세 미혼 백수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기에 주거비도 들지 않고, 나름대로 모아놓은 자산이 있기에 경제적 위기감도 크게 없다. 소소한 개인 과외로 월 120만 원 정도를 버는데, 이걸로 부모님 용돈 드리고 내 생활비도 충당하고도 남아서 저축까지 한다. 타고난 히키 성향에 백수라 나가지도 않다 보니 드는 돈도 크게 없다.


남들이 보면 팔자가 늘어졌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차라리 보육이라도 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중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가진 자산과 약간의 과외 수입만으로도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 문제는 뇌가 썩어간다는 것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회와 단절된 고립감이 시냅스를 하나씩 끊어내는 기분이다. 오후 4시는 그 기분이 절정에 달하는 시간이다. 남들은 치열하게 삶의 현장에 있을 시간에, 나는 방구석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오늘도 그랬다. 평소와 같이 스터디카페에 출근했지만, 1시간 30분 만에 몸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신체화증상이다. 머리는 ‘더 공부해야 한다’ 고 다그쳤지만, 몸은 이미 방전되어 버렸다. 결국 나는 내 의지가 아니라, 내 몸에 떠밀려 집으로 도망쳐 왔다.


그렇게 돌아온 방구석. 몸은 쉬라고 아우성치는데, 정신은 이 고요함 속에서 서서히 썩어 들어간다. 진퇴양난이다.


내가 말하는 보육은 거창한 교육이 아니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논리 퍼즐을 풀고, 연산 채점을 도와주며, 떠드는 아이를 달래 자리에 앉히는 일이다.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풀며 뇌를 쥐어짜는 ‘고통스러운 노동’ 이 아니라,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사람 온기를 느끼는 단순한 활동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 면접을 보러 간다. 예전 같으면 ‘내가 그래도 공부 좀 했던 사람인데 초등학생들 보육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콧물 훌쩍이는 저학년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라도 기꺼이 감당할 참이다.


돈 때문이 아니다. 이건 내 뇌에 ‘사회적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생존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