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싫어 집을 나섰다가, 30분 만에 도망친 기록
타인의 소음은 피곤하지만, 내 방의 적막은 무겁다. 그 모순된 틈새를 메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차 키와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다. 향한 곳은 동네의 한 카페. 독서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글을 끄적이기 좋고, 무엇보다 구석 자리가 아늑한 곳이다.
하지만 도착한 곳엔 불 꺼진 간판뿐이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는 변수를 계산에 넣지 못한 탓이다. 아니, 사실은 핑계다. 전화로 영업 여부를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낯선 사람과 목소리를 섞느니 차라리 헛걸음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전화 공포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플랜 B’로 점찍어둔 근처 카페로 향했다. 다행히 문은 열려있었다. 하지만 유리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명절의 여유를 즐기러 나온 인파로 카페는 이미 만석이었다. 내가 원한 건 적당한 ‘백색 소음’이었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했으나, 나는 그대로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갔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남은 좌석을 스캔한다. 내가 선호하는 ‘벽세권’ 좌석들은 이미 만석이고, 뒤가 뚫린 좌석들만 몇 자리 남아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마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하지만 등 뒤로 사람들이 오가는 인기척, 누군가의 시선이 내 모니터에 꽂힐 것만 같은 긴장감에 나는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얀 화면 위로 커서만 무심히 깜빡일 뿐, 내 손가락은 자판 위에서 길을 잃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내면을 내보이는 일. 누군가 내 글을 훔쳐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내 알몸을 들키는 것만큼이나 수치스러웠다.
결국 나는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소비자’로 남기로 했다.
“딱 30분만 채우자.”
적어도 자릿값 만 원의 본전은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모니터를 덮고 커피와 쿠키를 의무적으로 씹어 넘겼다.
그리고 딱 30분. 스스로 약속된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쓴웃음이 묻어났다. 내 방의 적막이 싫어 도망쳐 나온 곳에서, 고작 30분 만에 타인의 소음을 피해 다시 달아나는 꼴이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을 견디지 못하는 이 모순이 바로 나인 것을. 나는 익숙하게 차 문을 닫고, 내 방의 적막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