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으로 돌아온 '갤럭시 버즈 라이브' 실사용기!
신기한 디자인 만큼이나 난해한 제품입니다. 제가 난해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같은 제품을 두고 소비자마다 평가가 극과극으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여느 상품들처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순 있습니다. 그러나 취향 탓으로 돌리기 위해선 제품의 품질이 일정하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세 번째 버즈 시리즈 '갤럭시 버즈 라이브(버즈 라이브)'의 품질은 소비자에게 균질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착용하느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입니다. 삼성전자의 권고대로 착용하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갤럭시 버즈 라이브는 기존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비해 작아진 느낌입니다. 가로폭으로 길었던 케이스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단순하게 바뀌면서 바지 주머니나 가방 속에 더 잘 들어갑니다. 이어버드의 무게도 버즈 플러스(6.3g)보다 줄어든 5.6g입니다. 무게가 줄면서 이어버드 자체의 배터리 용량은 6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60mAh로 줄었습니다. 대신 케이스 배터리가 472mAh로 버즈 플러스(270mAh)보다 커지면서 케이스를 포함하면 전체 사용시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구매 후 열흘 넘게 써보면서 배터리 때문에 불편하다는 인상을 받진 못했습니다.
착용감은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강낭콩 모양의 새로운 디자인이 익숙하지 않지만 귀에 제대로 끼면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습니다.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어도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커널형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플러스는 귀에 잘 들어가더라도 움직임이 많으면 빠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선 버즈 라이브가 나았습니다.
하지만 동그란 스피커 부위가 귀에 잘 맞게 들어갔는지 확인을 하게 돼서 자꾸 제품에 손이 갑니다. 기존 시리즈처럼 터치로 동작할 수 있지만 기능을 꺼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재도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장기간 착용하면 귓구멍이 아픕니다. 삼성전자 가이드라인대로 귀 안쪽에 밀어 넣고 뒷부분을 귓바퀴 쪽으로 올리면 덜 아프지만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선 아픔을 감수해야 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많은 소비자가 호소하는 불편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버즈 시리즈 최초로 ANC(액티브 노이즈캔슬링)가 적용되는 제품이다 보니 음질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음질은 좋습니다. 단 여기에는 '제대로 착용했을 때 개인차에 따라'라는 복잡한 조건이 붙습니다. 포장을 뜯고 처음 들었을 땐 당황스러울 정도로 버즈 플러스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버즈 라이브가 오픈형이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버즈 플러스 소리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삼성전자의 권고안대로 버즈 라이브 뒷부분을 귓바퀴 쪽으로 올리면 동그란 스피커가 귓구멍에서 점점 멀어져서 소리 전달력이 떨어집니다. 이어폰을 느슨하게 착용했을 때 소리와 비슷해집니다. 동그란 스피커 부분을 귓구멍 안쪽으로 최대한 밀어 넣고 뒷부분을 밑으로 내리면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노이즈 캔슬링도 이렇게 해야 느껴집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 방식에 따라서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 중고시장에 넘치는 걸 보면 그 수가 많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귀 안쪽으로 최대한 집어넣고 제품 뒷부분을 밑으로 눌렀을 때 버즈 라이브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합니다. 오픈형이다보니 바로 임팩트 있는 소리를 들려주진 않지만 섬세합니다. 대표적인 특징은 (1)중저음 분리도 (2)공간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밑으로 깔아주는 베이스가 좋다는 느낌입니다. 또 중저음간 분리도 잘 표현합니다. 바닥에 깔리는 듯한 음을 통해 제조업체에서 왜 ‘베이스 덕트’를 강조했는지 체감됩니다. 버즈 플러스는 음의 밀도는 있지만 베이스 음간 구분은 잘 되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버즈 라이브는 베이스에서 차별화 요소가 있습니다. 일반 가요보다는 저음이 강한 힙합 음악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개인적으론 가수 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통해 베이스가 좋다는 걸 느꼈습니다.
(2)공간감은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들으면 '아 이게 좋은 거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악기들이 앞, 옆, 뒤 등 어느 방향에서 흘러 나오는지 구분됩니다. 이런 음악이 아니더라도 최근 활동했던 혼성그룹 싹쓰리의 '여름 안에서' 서두, 멤버간 대화 내용이 나오는 지점에서 버즈 플러스 등 다른 무선이어폰에 비해 공간감이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사용하면 할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버즈 라이브의 음질의 섬세함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갤럭시폴드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된 조안나 왕의 'Pure imagination'이라는 곡으로 공간감이 개선됐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내가 말할 때 내 목소리가 나에게 어떻게 들리느냐도 퉁화품질에서 중요합니다. 커널형인 버즈 플러스는 '주변소리 듣기'를 통해 이를 개선했는데요. 버즈 라이브는 오픈형이다보니 해당 기능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제품을 안쪽으로 밀어 넣다보면 총 3개 가운데 1개의 외부 마이크가 귀에 가려집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통화를 할 땐 제품을 삼성 가이드라인대로 귓바퀴 쪽으로 조금 올려야 품질이 조금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상대방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단점도 함께 따라옵니다.
버즈 플러스에 비해 연결거리가 짧다는 점도 단점으로 부각됐는데요. 각각 제품을 착용하고 얼마나 멀어져야 연결이 끊기는지 비교해봤지만 두 세 걸음 차이에 불과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칠 요소까진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갤럭시 버즈 라이브는 제대로만 착용하면 괜찮은 제품입니다. 하지만 버즈 플러스가 있다면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섬세한 베이스 등 좋은 품질을 제공하지만 처음 듣자마자 깨달을 정도의 드라마틱한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통화 품질 면에서는 버즈 플러스도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기존 버즈의 약점 때문에 구매해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처음 보는 강낭콩 무선 이어폰 디자인에 약 20만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추천합니다.(그럼에도 반드시 착용해보고 결정하세요.)
어떤 제품이든 간에 일정한 품질을 제공해야 좋은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버즈 라이브는 소비자가 자기에게 맞는 착용방법과 방식을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새로운 인체공학적 디자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표본 연구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선 누구에게나 일정한 품질을 보장하는 제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