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플래그십 태블릿 '갤럭시 탭S7 플러스' 사용기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애매한 태블릿PC 라인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중저가형 A시리즈와 플래그십 S시리즈를 구분하고 있는데, 탭S6 라이트 등 S시리즈 안에서도 저렴한 모델이 나오면서 기준이 모호해졌죠. 이런 상황에 등장한 갤럭시탭S7 시리즈는 삼성전자 태블릿PC의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주는 듯한 인상입니다. 사전예약에서 완판된 걸로 봤을 때 프리미엄 제품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텐데요. 일부 제품에서 화면이 녹색으로 변하는 '녹조 현상'이나 흐물거리는 '젤리 스크롤' 등이 보고되는 등 인기 만큼이나 논란도 되는 제품입니다.
'크다' 탭S7 플러스를 본 첫 소감입니다. 12.4인치에 달하는 화면은 기존 갤럭시탭S5e(탭S5e)나 갤럭시탭S6(탭S6)의 10.5인치보다 크다는 게 체감됩니다. 이 모델들도 나름 삼성 태블릿 가운데선 큰 편이었는데 '미니'급 제품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화면이 커진 만큼 당연히 무게도 상당해졌습니다. 탭S7 플러스의 무게는 575g(탭S7은 498g)입니다. 탭S6(420g)나 탭S5e(400g) 보다 무게가 꽤 늘었습니다. 누워서 영상을 보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자칫 얼굴로 떨어진다면... 다칠 수도 있는 수준입니다. 크기 자체가 커졌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640g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정도 스펙에 이정도 무게는 적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무게는 늘었지만 더 두꺼워지진 않았습니다. 탭S6와 같은 5.7mm로, 가볍게 나온 탭S5e의 5.5mm와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마감은 메탈 소재로 깔끔하게 처리한 모습인데요. 기존에 둥글둥글했던 모서리는 각이 확 살았습니다. 날카롭게 느껴져 과장하자면 날에 손가락이 베일 것 같습니다. 특히 모서리가 전면 디스플레이 글래스로 이어지는 지점이 날카롭습니다. 소비자에 따라 거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탭S7 플러스는 12.4인치 슈퍼 아몰레드 화면을 적용했습니다. WQXGA+ 해상도((1752 x 2800)를 지원하는데요. 일반 모델은 LCD 화면이지만 해상도는 비슷합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최초로 120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한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갤럭시S20나 갤럭시 노트20 울트라가 120Hz 적용시 해상도가 떨어지는 반면에 탭S7은 해상도 차이 없이 부드러운 화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한 번 120Hz를 쓰면 역체감 탓에 다시 60Hz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전하는데요. 특히 구글, 네이버 등을 검색하는 웹서핑이나 전자책을 볼 때 그 말이 더 와닿습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현재까지 가장 좋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알려진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가 탑재돼 있어서 여러 작업을 할 때 끊길 염려도 없어 시너지가 납니다. 다시 60Hz로 설정할 엄두가 나진 않습니다.
화면이 좋아진 건 반가운 일이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출시 전부터 제품불량 문제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게 '녹조 현상'인데요. LCD 대신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탭S7 플러스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녹조'는 화면 밝기가 최대 출력의 10~20% 정도일 때 화면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입니다.
화면 전력값이 낮아지면서 전체 픽셀에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 일부 색상만 발현되는 것인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대여한 제품에선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화면 밝기를 천천히 낮추면 녹색으로 변하는 게 보이긴 하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크 모드로 전환하고 화면 밝기를 낮추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구매 전 체크해보길 권합니다.
120Hz 덕분에 부드러운 화면을 쓸 수 있지만 한편으론 배터리가 걱정됩니다. 실제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의 경우엔 화면 주사율을 높일 경우 배터리 소모가 빨라졌었는데요. 직접 테스트해본 결과, 120Hz에서도 배터리 소모가 아주 빠르진 않았습니다.
유튜브 영상재생(2.2시간)+음악듣기(1.5시간)+웹서핑 2시간 등 총 7시간 40분을 사용했더니 배터리 잔량이 10%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웹서핑시 8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표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데요. 탭S6나 탭S5e도 비슷한 배터리 소모시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지도 적지도 않는 배터리량으로 판단됩니다. 참고로 120Hz 환경에서는 웹 서핑 10분에 배터리가 2%, 60Hz에서는 약 1.5%가 소모됐습니다. 배터리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60Hz를 사용해야 겠지만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굳이 120Hz를 꺼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S펜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더 '펜'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면서 개인적으론 손에 쥐기 더 편했습니다. 노트20 울트라와 같은 9ms(밀리 세컨드) 응답지연 시간을 지원해 자연스러운 필기가 가능한데요. 기본 삼성 노트 앱과 더불어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노트쉘프(Noteshelf) 애플리케이션도 선탑재돼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특히 음성 녹음한 내용을 필기한 내용과 같이 재생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들은 핵심 내용을 메모만 하는 게 아니라 음성과 같이 들려줄 수 있어 시험 공부에 최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물론 장비 좋다고 공부 잘 하는 건 아닙니다만) 기본 노트 앱에서 많이 쓸 것 같은 기능을 꼽자면 글씨를 바로잡아주는 것과 손글씨를 텍스트로 바꿔주는 기능인데요. 글씨만 또박또박 쓴다면 텍스트 전환도 제법 잘 됐습니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제품을 눕혀서 사용하다 보면 손바닥 면적이 화면에 닿을 수밖에 없는데요. 신체가 접촉해 있어도 S펜만 인식해 실제 노트에 필기하는 것처럼 사용해도 됩니다. 하지만 정말 노트처럼 손바닥으로 화면을 누르면 제품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탭S7 플러스는 좋은 제품입니다. 대화면에 쿼드 스피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영상을 보기에 좋습니다. 밀도가 약간 떨어지는 음질이 아쉽지만 구매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는 아닙니다. 여기에 앞에서 정리한 (1) 120Hz 화면주사율 (2) S펜과 필기 (3) 기본 하는 배터리는 플래그십 제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출시 초기인 탓에 녹조현상과 더불어 화면이 고르게 움직이지 않는 '젤리 스크롤' 등의 문제가 보고되기도 하는데요. 정식 출시된 후에도 문제가 지속된다면 제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겠죠. 제대로 된 삼성 플래그십 태블릿PC인 만큼 품질 관리에 더 힘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