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20대 때는 몰랐던 커리어의 방향성

by Julia P

서른, 나는 단연코 그 이전까지 내가 예상하던 모습으로 그 나이에 다다르지는 않았다. 물론 인생에 완전한 '안정기'라는 것은 없을지 몰라도, 나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격렬한 방황의 한가운데 있었다. 가치관에 따른 지향점과 현실적 조건 사이의 괴리가 가장 컸던 시기라고도 생각한다. 내면을 파고드는 일이 잦았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그는 소위 세속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모습과 충돌을 일으켰다.


무엇이 이겼느냐고? 이긴 것은 없었다. 그저 그 싸움 사이에서 '내가 졌다.'


무너짐은 찬찬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되었다. 무엇도 이루지 못했고, 무엇도 되지 못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이야 반문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 있는 힘도 용기도 없었다. 실패한 인생이라는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정작 나의 숨구멍을 틀어막은 것은 나 자신인데, 그를 깨닫지 못한 채 숨을 쉴 수가 없다며 괴로워하던 나날이었다.


버텨온 것으로, 살아온 것으로, 애쓴 것으로 되었다고. 그런 생각은 할 수 없던 시기였다. 가시적인 성과가 눈앞에 없으니 모든 과정은 무의미했다. 멀리 보지 못하면서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버리지 못하고,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따지지 못했다. 내딛는 모든 걸음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그렇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한 발자국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의 가치를 폄훼하던 때였다.


나는 '운이 좋았다'든가, '때가 맞았다'든가, '기회가 주어졌다'든가....... '어쩌다 보니' 뒤에 붙는 그런 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투입(input)에 상응하는 산출(output)이 있어야 마땅하고, 그것이 공평하다고. 인생이 반드시 공평할 필요는 없는데도, 그렇게 생각하며 분노하고는 했다.


지금, 그 나이에서 5년이 지난 시기에 이르러서는 생각한다. 우리는 마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의미 있고 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길이란 건 '찾는' 과정이라고. 샛길일 수도, 수풀에 가려진 길일 수도, 험한 길일 수도 있지만, 그 길을 찾아 걸어가다 보면 바라던, 혹은 예상하지 못했으나 다다르고 보니 좋은 곳에 도달하게 된다고.


'방향'이라는 건, 어쩌면 인간의 통제 하에 있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지나온 자취를 잊지 않는 일이 아닐까 하고, 이제 와서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