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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가 된 일에 큰 뜻은 없었다. 인류의 미래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사명감도, 하늘이나 별을 좋아한다는 흔하디 흔한 개인적인 동기조차 없는데도 아득한 어둠을 항해하는 직업을 갖게 된 이유에는 선천적인 요인이 컸다.
“이 정도면 수석비행사는 따놓은 당상이죠.”
인간이라는 존재에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오는 병 또한 인간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인간이란 대단해서,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병을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 그것이 완치의 의미는 아니고, 그를 갖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전제는 지구라는 환경으로, 우주에서는 달랐다. 우주에서 살아가기에 인간의 몸은 여전히 연약하고 섬세했다. 그럼에도 우주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적의 몸을 식별할 정도로는 과학이 발전한 탓에, 이슬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
“따님 같은 사례는 40년 의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 봅니다.”
“예….”
이슬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째서인지 기뻐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반응에 덩달아 시무룩해졌다. 이슬의 아버지가 착잡한 목소리로 의사에게 푸념하듯 얘기했다.
“저는 아이가 지구에 있기를 바랍니다.”
“지구가 살 만한 곳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지요.”
의사의 말에 이슬의 아버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신체검사 결과가 정부에 보고되는 순간 이슬은 제 의지와 상관 없이 결정된 앞날을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 터였다. 그러나 이슬의 아버지 또한 알았다. 그것이 곧 불행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곳’이라는 건, 저희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
당시의 나이에 이슬은 의사의 얼굴을 스친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선명한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건 연민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