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8-3

by Julia P

“이슬아.”

“응, 언니.”

“진짜 노을이한테 얘기 안 할 거야?”


푸훕 하고 마시던 음료를 다시 뱉을 뻔했다. 가까스로 액체를 목구멍에 넘긴 이슬이 콜록콜록 몇 번 기침을 했다. 그렇게 당황한 이슬을 선배는 놀랄 것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슬이 슬쩍 흘긴 얼굴은 장난스럽기보다 사뭇 진지했다.


“갑자기?”

“나는 노을이가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

“근데 네가 생각보다 너무 잘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바보가 눈치가 없는 거야.”


부정하지 않으면서 괜히 그렇게 얘기해본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자신의 비겁함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가 그런 이슬을 이미 알고 있어서 소용은 없었지만.


“연애 경험이 없지도 않은 애가 왜 이렇게 쑥맥처럼 구니?”

“그거랑은 달라.”

“왜, 첫사랑이기라도 해?”

“웃지 마.”


비실비실 웃는 선배의 앞에서 이슬이 민망한 얼굴을 지어 보인다. 분명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 놀리는 것이었다.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고 나는 생각해.”

“그런 걸 찾는 게 아냐.”

“그럼?”

“아닌 타이밍이라는 건 있잖아.”


선배의 두 눈이 둥그렇게 커진다. 그러다 이윽고 길게 뻗은 눈매가 반달로 접혔다.


“있지.”

“.......”

“그게 지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슬은 말이 없었다.


“우주에 나가면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있잖아. 그 중에 지구라는 별에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뿐 아니었다. 무한한 시간 속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기적같은 확률의 일인지 우주를 항해하는 이슬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같은 별에서 앞으로 살아갈 확률은?”

“응?”

“나는 결국 우주로 돌아가야 하잖아.”


잠시 이슬을 가만히 응시하던 선배의 입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다.


“착각하고 있었네.”

“.......”

“네가 돌아올 곳은 지구야, 장이슬.”


그때의 이슬은 분명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영영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