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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개 타인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찾게 마련이다. 본능적으로 상대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라고 영원은 생각했다. 사랑에 빠지는 기제에 대해서 역시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영원은 공감이 사랑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사실 설희와 영원이 사랑에 빠질 일 같은 것은, 영원의 이론에 의하면 없어야 했다.
감정이 풍부한 영원에 비해 설희는 감정적 변화가 적었고, 영원이 경이롭다 여기는 자연의 신비에 설희는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영원을 설희는 이해하지 못했고, 사고를 확장하지 않는 설희를 영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설희야.”
“응?”
“이 넓은 우주에서, 하필이면 이 지구에서, 멸망한 세상에서 우리 둘이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100%지, 이미 일어난 일이잖아.”
감동을 와장창 파괴하는 말에 영원이 눈을 흘겼다. 태연한 얼굴이던 설희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건 확률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간 벽안이 영원을 그 안에 담는다.
“운명이라고, 하는 거야.”
그 순간 영원은 아주 익숙한 기시감을 느꼈다. 설희를 처음 만난 날의 경이로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