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다는 것

8-2

by Julia P

손 안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뒤이을 참사를 설희는 알고 있었다.


“앗.”


예상대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하얀 도자기가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망연한 얼굴이 되고 말았던 것은 영원이 이 그릇을 들고 왔던 날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곳에 백화점이 있어 운이 좋았다며 아기자기한 도자기들을 꺼내놓던 영원을 떠올렸다. 무거웠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의 취향은 분명 아닌 것들을 들고 눈발을 헤치고 왔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쳤어?”


영원이 손을 낚아챌 때까지 설희는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하여 고개를 들기 전에 파편을 밟은 영원의 발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피.”

“멍청아!”


높아지는 언성에 설희가 눈썹을 찌푸렸다.


“나 말고 너, 네 발이나 봐.”

“어?”


그제야 영원이 자신의 발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바닥에 남은 핏자국을 발견한 듯 놀란 눈을 휘둥그레 키웠다. 말이 없는 그는, 그럼에도 그의 몸에서 긴장감이 빠져나가는 것을 설희는 생생히 느꼈다. 힘이 풀린 손아귀에서 아프게 잡혔던 손을 빼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영원의 발치에 나뒹구는 커다란 도자기 조각을 집어들었다.


“다행이다, 깊은 것 같지는 않아.”


울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잘한 거 없이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다. 자신은 영원을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스스로를 제대로 건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겠노라 다짐했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강해지는 일이다. 설희는 그렇게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