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3

10-3

by Julia P

영원은 힘겹게 걸음을 떼었다. 눈발이 거세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었다. 어딘가에 정착할 법도 하건만,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멀어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닌, 잃기 위한 여정은 생각보다 고단했다. 뒤로 하고 온 것들이 꿈 속에 나타나 자꾸만 영원을 괴롭혔다. 무책임의 대가라고 정작 본인은 담담히 생각했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퀭하게 꺼진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이 폭풍도 곧 지나갈 것을 영원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이, 설희를 향한 마음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경험한 적이 없어 확신할 수는 없으나, 인생사 많은 일들이 그러하니까. 시간은 대부분의 감정을 무디게 하고, 많은 종류의 아픔을 치유한다고 믿었다.


“어?”


푸른 덩어리가 시야에 들어오더니, 걸음을 옮길수록 점점 커지고 또 뚜렷해졌다. 그 앞에 다가선 영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나무?”


손을 대보니 살아있었다. 이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 잎을 떨구지 않은 채로.


‘이것 봐!’


고개를 뒤로 젖힌 시야를 가득 채우던 얼굴을 떠올렸다. 해를 등지고,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로 희게 웃던 얼굴을.


“.......”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원은 아직 그까지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