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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사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을까. 영원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세계가 멸망해버린 데에도, 자신과 설희 두 사람만 그 곳에 남아버린 것에도 모두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해하고 싶었기에 찾으려 했지만,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따름이었다.
신의 존재는 믿지 않았다. 세상에는 의미없이 일어나는 현상이 더 많아 보였다. 그저 그렇게 될 뿐인 일들. 그렇게 되어버렸을 뿐인 상황들……. 그렇기에 운명이란 건 영원에게 극복의 대상이었다. 휩쓸릴 수 없는 것, 순응하면 지는 것. 도망친 데 원인이 있다면 그러한 믿음 탓이었을 것이다.
‘운명이라고, 하는 거야.’
얼굴보다는 그 순간 상대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나긋나긋하던 말투도. 반감이 생겼던 것은 정확히 그 때부터였다고 영원은 냉정히 판단했다. 운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다른 운명에도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영원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을 죽이는 일이라고.
아무리 설희가 소중해도 자기 자신만큼일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영원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영원은 결국 깨닫고 말았다.
“아…….”
자기 자신보다 누군가가 소중해지는 일을 견딜 수 없어서 도망쳤다면, 그렇구나. 지금 자신이 이렇게 혼자 남아버린 이유는 사랑이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