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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시간, 둘 이외에 사람이라는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 영원과 설희는 둘만 남은 세계를 비로소 납득했다. 어쩌면 자신들과 같은 존재가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단 이 지구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두 사람만이 남은, 두 사람의 세계에서 언제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함께하기를 택한 것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마주보고 누운 여자의 붉은 입술 새로 포근한 속삭임이 흘러 나왔다.
“내 인생에 이토록 외롭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건 스스로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수록 희석되는 종류의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외로움의 색이, 타인의 외로움의 색으로 물드는 일. 그리하여 나의 외로움이 지닌 색이 흐릿해지는 일. 동시에, 상대의 색 역시 흐리게 만드는 것.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쁘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