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꿈

2

by Julia P

“허억.”

‘괜찮아?’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말간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나는 당황한 채 눈을 몇 번 깜박였다. 현실 감각이 없었다. 당연한가, 이건 꿈이니까……? 당연한 전제에 왜 위화감이 드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보다는 진심으로 걱정 어린 얼굴을 한 옆의 소녀가 더 신경이 쓰였다.


“여기서 뭐 해?”

‘안 깨길래.’

“어?”

‘언제 깨나, 보러 왔지.’


악몽이라도 꿨어? 그렇게 묻는 무구한 목소리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이게 꿈이야, 넌 내 꿈속에 있는 거고, 허구야. 그런 말들이 왜 나오지 않았을까. 분명 현실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남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이, 사람이, 지금 느끼는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는 체감이 들지 않았다. 문제는 그 묘한 감각이 공포와 맞닿아 있다는 데 있었다.


“여긴 내 꿈 속이야.”

‘응?’

“그러니까 ‘깬다’는 말은 이상해.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이어서 물으니 소녀는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하고 기울였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소녀가 어느 부분에서 의구심을 갖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꿈 속이라는 말 때문인지, 깬다는 말이 이상하다는 명제에 대해서인지, 소녀가 누군지 모르는 탓인지, 혹은 무언갈 바란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인지.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곧, 소녀가 생긋- 하고 웃는다.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구나.’


즐겁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소녀에 나는 그만 시선을 빼앗겼다.


‘네 꿈이구나.’


그 사실이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소녀는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 입을 꾹 다물었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갈까?’

“어디를?”


내 꿈인데 왜 주도권이 나한테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수동적으로 묻고 말았다. 그러자 가뿐한 대답이 돌아온다.


‘어디든.’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대체 내 무의식의 어떤 부분이 이런 성격을 창조해 낸 것일까.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자니 손에 따스한 감각이 느껴진다. 화들짝 놀라 내려다보니, 새하얀 손이 나를 잡고 있었다.


“...뭐, 뭐야?”

‘가자니까.’


이끄는 손길에 힘없이 딸려갔다. 정확히는, 딸려가기를 선택했다. 나는 이 괴상한 정원의 정체가 궁금했다.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자 손끝까지 생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한 감각이었다.


“이 정원은 네가 꾸민 거야?”

‘응.’

“왜?”

‘기다리느라.’


불친절한 물음이었는데도 소녀는 착실히 대답해 주었다. 그 목소리에는 그리운 기운이 묻어났다. 그러나 어쩐지 그에 대해 쉽게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 소녀는 착실히 걸음을 옮겼다. 나는 조용히 그 뒤를 따랐으나, 물론 침묵이 오래가진 못했다.


“누구를?”

‘응?’

“기다린다고 했잖아.”


그건 사실 ‘물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어째서 그렇게도 열렬하게 그 답이 듣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 질문에 소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대답이 없었다. 명백히 망설이고 있었다. 무엇을? 어째서?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어째서 이렇게 초조한 기분이 되는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어?”


한참을 고민하던 소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알려준다는 게 아닌, ‘알게 된다’는 말에는 묘한 위화감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소녀를 재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째서인지, 알아서 좋을 것이 없는 대답이리라는 예감이 들었다.